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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칼날과 같은 침묵이 주방을 감돌고 있었다. 한수민은 제 손끝에 걸린 지독히 향긋한 향을 느끼며, 피부 전반을 아릿하게 스치는 필을 참았다. 밝은 열기로 찌든 공기의 잔향은 매섭지만 유혹적이었다. 그녀는 다물기만 하던 입을 벌려 말을 쏟아낼 것 같았지만, 대신 긴 떨림을 억눌렀다. 불역한 사실들이 천근과 같아, 마치 숨 쉴 틈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 같았다.
"우리가 마주한 이곳은 결코 우연이 아니야," 그녀의 목소리는 의연했지만, 그 속에는 엄습하는 두려움이 뒤섞였다. 김재훈은 수민의 말을 나머지 짐작하지 못한 혼란 속에서 받았다. 그의 길고 날카로운 눈빛이 불꽃 속 비밀을 파고들 듯 주위를 천천히 훑었다.
"어떤 식으로든 여기 있는 모두가 연결된 거야. 그걸 이제서야 뒤늦게 깨닫다니..." 그의 말이 바늘로 가죽을 꿰뚫듯 날카롭게 넘어왔다.
바람 한 줄기가 그의 머리칼을 흩날리며 지나갔다. 주방 안의 균형은 균열에 가까웠고, 허공에 스며든 무언가가 불안정해질 기미였다.
이소라는 여전히 가득한 미심쩍은 표정으로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의 긴금발이 무성한 연기 속에서 소용돌이인 듯 굽이쳤다. "우리가 찾고 있는 그 전설이... 오직 하나의 요리가 아님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요?" 그녀의 목소리가 얇고 강하게 울려 퍼졌다. 믿을 수도 없고 사실성이 없는 말들이 불꽃처럼 그들 사이에 얼룩져 있었다.
통찰력을 입힌 이 섬뜩한 진실 앞에, 함께 몰려오는 긴장감이 순간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의 기운을 바짝 세웠다. 그 사이에 송민지가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의 눈에는 오랜 시간 잃어버린 생각들이 엉켜있는 듯했다. 도망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지는 아닌 듯했다.
갑자기 주방의 문이 크게 열리며, 그 위에 새겨진 고풍스러운 장식들이 유난히 황홀하게 빛을 발했다. 모든 시선은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했고, 문 양쪽을 따라 쏟아진 빛줄기가 민낯을 선보이는 낯선 남자를 부각시켰다.
"감히 내가 오지 못할 줄 알았는가?" 목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문턱을 넘고 있었다. 그 음색은 머리카락에 소름이 서듯 되살아나며, 방 안의 모든 숨소리를 잠재웠다. 마치 초현실의 인물처럼, 신비한 오침이 그와 함께 여기 불어온 듯 휘몰아쳤다.
김재훈의 눈동자는 대번에 초점을 맞추었다. 앞에 선 인물을 가로막듯 그의 가슴 안에서 전투가 준비되었고, 열기는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긴 긴장 끝의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예고하듯 말이다. 모든 것이 결말을 예고하지 않았고, 아직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었지만 이 순간은 대비해 온 것과 같았다.
박수철은 익숙한 얼굴의 등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혹스럽게 넓어진 눈으로 지켜보았다. "이걸로 이제부터 이야기가 재차 시작될 수밖에 없겠군..." 그의 목소리는 의도치 않게 더 커졌다가 가라앉았다. 곧 그 또한, 이 남자의 존재에 완전히 흡수되어버린 듯했다.
돌연 이방인은 침묵을 넘기고 더 선명하게 드러나, 그동안 숨겨져 있던 버튼을 눌렀다. 그의 낯선 얼굴이 미소를 지을 때, 불꽃이 서서히 휘몰아치며 주방을 붉은 색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그 미소는 모호하게 번져갔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아직 풀려야 할 많은 것이 남아 있어," 그는 부드러우면서도 엄격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의 말에는 순간 겹겹의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누구도 그의 도전에 오른 것과 같은 이 여정의 결말을 그리기 전에, 이미 주방 전체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이제, 그들은 그 장소에서 누구도 쉽사리 잊을 수 없을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어디로 향할지, 곧 전개될 무대 위에서 새로운 장면이 펼쳐질 준비가 되었다. 누구도 짐작하지 못한 그 이후의 서사는 이미 시작되었고, 예상되지 않은 유형의 감정이 그들을 다시금 싸늘히 누르고 있었다.
마침내 바람이 산산이 흩어들며, 더 깊은 소용돌이에 들어서는 느낌 속에서, 순간적이나마 빛이 방울방울 스러지는 가운데 그렇게 모든 것이 일렁였다.
이제야 그들은, 모든 것을 잊지 않은 채, 또 다른 시작을 목도하기 위해 한 걸음을 내디딜 준비가 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곧 다음 장면에서 어떤 의문과 마주하게 될 것인가. 그 모든 것의 흐름은 이미 예정되어 있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