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에피소드는 오디오북이 제공되지 않습니다.
거울은 섬뜩할 정도로 우리 앞에서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마주한 순간, 오싹한 기운이 공중에서 춤췄다. 가장자리의 금빛 장식들이 어둠 속에서 빛을 내뿜으며, 뭔가 중요한 순간이 오고 있음을 예감하게 했다. 나는 고개를 들어, 큼지막한 거울에 투영된 나를 마주했다.
"이게 어떤 형식의 변형이더라도... 결국엔 우리가 알아내야 할 것 같아."
내 속삭임은 공중에서 희미하게 흩어졌다. 준호와 지은, 그리고 상우가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리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이 장면을 보고 있었지만, 결국 같은 목표를 향해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무언가 가슴속에서 시끄럽게 울려대며, 그들이 내면을 파고들었다.
준호가 걸음을 내디디자, 그 차분한 발걸음이 마치 천둥처럼 공간을 채웠다. 그의 발소리는 긴장된 억양을 담고 있었다. 그의 손끝이 거울면을 스치자,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파문이 일어났다. 경이롭고 불안정한 숨소리들 사이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우리가 알아내려 했던 것뿐일까?"
그의 의문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새벽 공기를 가르며 우리 가운데를 뚫고 나갔다. 예상치 못한 부드러운 어조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말 속에서 강한 확신을 느꼈다. 그것은 우리를 어떻게 가르치느냐보다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였다.
거울 너머로 갑자기 풍경이 펼쳐졌다. 넓은 초원이 눈앞에 펼쳐졌고, 마치 꿈결처럼 신비로운 빛들이 점점 진해졌다. 그 중심에는 가장자리에 보이지 않는 문들이 이어져 있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잠깐 동안 이곳이 현실이고 저 너머가 환상인 것처럼 느껴졌다.
"고대하던 그 순간이 왔다."
지은이 조용히 말하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피어오르는 감정의 잔물결이 되어 내 귀로 흘러들었다. 그녀의 손이 잠깐 내 어깨를 가볍게 스치고 지나갔다. 그것은 무언의 격려였다. 비록 우리의 목적이 완전히 명확하지 않더라도, 이 모든 과정은 우리가 함께 나아가야 하는 길이란 신호였다.
"오래 기다렸어. 이제 우리가 어디서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알게 됐어."
나의 목소리는 공허 속에 울려 퍼졌다. 천천히 우리는 공기 중에 퍼지는 강한 힘에 이끌려, 거울 속 세계의 경계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한 그림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선택과 성장을 위한 또 다른 시작이었다.
그러나 그때, 예상치 못한 사건이 우리를 뒤흔들었다. 문 밖에서 들려오는 발소리. 하나, 둘, 셋... 누군가가 급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쌀쌀한 밤 공기를 등지고 나타난 인물은…
"우리만 여기 있는 게 아니었군."
상우가 고개를 들며 중얼거렸다. 그의 시선 끝에는 달빛처럼 차가운 눈빛의 여자, 정면에서 단호한 눈웃음을 지어 보이는 그녀였다. 그녀는 결연하게 서 있던 우리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고, 오히려 도전하듯 한 걸음 더 다가왔다.
"드디어 너희들을 찾았어."
그녀가 속삭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 안에는 설명할 수 없는 기대감을 삼킨 비밀이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쫓아온 길의 연장이었으며,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의 시작에 불과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지은은 고개를 살짝 졌다. 그녀의 손이 내 손을 잡고 있었다. 그녀의 손은 따뜻했고, 팔을 타고 흐르는 감정으로 날카로운 불안감을 덜어냈다. 허나 그 감정마저 넘어서, 우리를 기다리는 끝없는 여정이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다.
문득, 준호가 한 번 더 앞을 가리켰다. 그의 눈길이 날카롭게 번쩍였다.
"이걸 통해 우리는 무언가를 제대로 알아낼 수 있어."
그의 말은 우리에게 다시 한번 발길을 재촉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그 마저도 잠시. 급작스레 거울 너머로 쏟아져 들어온 환영이 우리의 시야를 가려버렸다. 익숙한 듯 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길로 이어지는 복도. 어느 순간부터 그 복도는 끝없이 이어졌다. 그 길의 끝에서... 또 한 번 듣기 싫은 경고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