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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운명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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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하늘을 쪼개듯 뚝뚝 떨어져 민수의 볼을 타고 내려왔다. 그는 짜릿한 전류가 흐르는 듯한 긴장 속에서 휠체어 핸들을 꽉 붙잡았다. 모든 실수가 더 큰 고통으로 돌아올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었다.

"더 빠르게! 민수야!" 규리의 목소리가 비바람을 가르며 들렸다. 그녀의 말은 뇌리를 파고드는 전기처럼 민수의 온몸에 자극을 전했다. 그는 이 순간만큼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달려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의 바퀴는 반짝이며 빠르게 트랙 위를 달렸다.

규류 사이에 숨겨진 턱이 나타났다. 민수는 알 수 없는 낯선 기운에 올라 탄 채로 울적함을 느꼈다. '저기 앞에 뭐가 기다리고 있는 거지?' 눈을 가늘게 뜨며 그의 시야 끝을 응시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실루엣이 그의 시간을 천천히 잡아당기고 있었다.

"그가 저길 기다리는 것 같아." 지연의 속삭임이 뒤에서 들려왔다. 민수의 심장은 점점 향초처럼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녀의 말은 그의 귓가를 빙빙 돌며 어린 시절의 악몽처럼 생각 속의 그림자를 이끌어냈다.

그의 시선 끝에서 한재현이 또다시 민수의 길목을 막아서려는 듯 나타났다. 강렬하게 다가오는 그의 존재감은 마치 지면을 집어삼킬 듯 밀려왔다. 민수는 속도를 떨어뜨리는 대신, 목숨을 건 것처럼 한계까지 달리기로 했다.

트랙의 소음과 그의 귓가를 때리는 바람 소리가 섞여 있었다. 쏟아지는 빗소리에 민수는 자신의 존재감을 인식하는 순간을 경험해야 했다. 운명의 끈이 그를 이끄는 방향은 불명확했다.

"놓칠 수 없어," 민수는 나즈막히 읊조렸다. 폐가 타들어가는 감각에 홀린 듯 그는 그의 미래를 쫓아 무작정 돌진했다. 그 순간, 경주의 끝에는 그를 기다리는 것들이 예고된 소리를 내며 다가오고 있었다.

갑자기 시야에 이상한 형체가 나타났다. 그것은 민수의 왼쪽 눈가에 흐린 그림자처럼 덮쳐왔다. 눈 비비기를 반복하며, 그는 똑바로 보려 했지만, 멀리서 그야말로 거대한 형체가 흔들리며 어렴풋이 드러났다.

민수는 두려움을 애써 삼키며 그에게 달려나갔다. 한재현과의 경합 속, 그 그림자를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마저도 나쁘지 않은 결정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자릿한 두려움이 그를 휘감았다. 핸들을 쥐는 그의 손이 점점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제야 그는 깨달았다. 일부러 놓여 있는 덫이었다는 것을.

놀이기구처럼 회전하던 그의 시야가 갈라졌다. 민수는 눈도 붙이지 않은 채 악에 받친 듯 핸들을 밀어붙였다. 그리곤 그 섬뜩한 그림자가 불과 몇 발치 앞에서 솟구쳐 오르더니 그를 삼켜버릴 듯 무섭게 덮쳐왔다.

"우린 여기 있어. 끝내지 못할 건 없잖아." 태호의 목소리가 그의 마음 속에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가장자리에 서서 그가 주저하지 않도록 손을 내미는듯한 의지가 다 있었다.

민수는 그를 꺾기 위해 더욱 굳건히, 그리고 한순간도 멈추지 않도록 그곳을 밟아야 했다. 열기에 떠밀려 그의 폐는 더 이상 이것을 견딜 수 없다는 절박함이 가득했지만, 아직 버텨야 할 시간이 남았다.

밀려드는 빗줄기와의 전투 속에서, 그의 두 손은 좀처럼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그 순간, 민수는 더 이상 반응할 수 없는 자리로 숨을 삼키고 몸을 낮추었다. 그의 주변에서 공연한 환영에 휩쓸린 듯, 모든 것은 일시적으로 조용해졌다.

그러나 그 고요는 깨져야만 했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폭풍처럼 몰려오는 현실의 물결이 그를 덮쳤다. 그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같았다. 너무 가련해서, 너무 비활력적인 존재감이었다.

하늘 아래서 민수는 자신의 경로를 다시 정해보려 애썼다. 하지만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다시 길을 잃은 채.

그리고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귀의 가장 깊은 곳에서 부드럽게 속삭였다. "너라면 갈 수 있어. 네가 이기지 못할 건 없어."

그 목소리는 숨막히도록 따사로웠고, 눈앞의 감각을 희미하게 뭉개면서 그의 정신을 사로잡았다. 민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찌푸린 얼굴로 그 소리에 대해 더욱 귀 기울였다.

찬 겨울 바람이 마른 그의 입술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민수는 그저 앞으로 나아가겠다 마음을 먹었다. 그의 결심은 단단히 굳혀졌지만, 그 속엔 태어나면서부터 오는 정체성을 개척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 순간 민수는 이해했다. 그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이 그와 함께 있었다는 것을. 그 순간, 바람 속에서 느껴진 숨결이 그의 여정을 기묘한 곳으로 이끌었다.

결국 민수는 무언가 알 수 없는 파도가 그를 데려가도록 맡겼다.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로드맵이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길은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모든 갈림길과 폭풍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는 기꺼이 그 누구보다 한 걸음 먼저 그곳에 도착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때가 언제 다가올지, 그는 아직 알지 못했지만, 분명 준비는 되어 있었다.

마지막 순간, 민수는 알 수 없는 그림자가 그의 앞에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끝내기로 마음속에 새겼다.

그가 그 길 끝에 다다랐을 때, 모든 것이 명확히 드러날 것임을 믿으며, 민수는 혼란 속의 미로를 더욱 용기있게 횡단하기 시작했다. 그와 그의 휠체어가 동시에 내딛는 한걸음, 그 마음 속의 붉은 불꽃이 그의 여정을 밝혀가고 있었다.

마치 지금의 길은 끝없는 모험의 시작처럼 보였다. 그 속엔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이 남아 있었고,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미혹 속에서도 그 길은 계속될 것이었다.

장면 사이에 감춰진 모든 것을 잊지 않도록, 어쩌면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경계는 넘지 않은 채 그렇게 남아 있었다.

그가 두 번째 걸음을 내딛는 순간, 민수는 삶을 처음 시작하는 것처럼 느꼈다. 지금껏 그가 걸었던 모든 여정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그 속에는 이미 그가 이루어낸 것들과 함께 해결해야 할 절벽들이 겹겹이 기다리고 있었다.

갑작스런 모든 소요가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지만, 민수는 여전히 그 안에 서서 계속 나아가고 있었다. 그런 순간 누군가의 숨결이 그의 귀가에 닿으며 속삭였다.

"모든 것은 나중에 밝혀지겠지, 민수야. 준비되었어?"

그 목소리는 그의 몸을 관통하며 부드럽게 감싸는 느낌이 들었고, 그 순간 민수는 놀란 듯 그 길을 좀 더 특별하게 바라보았다.

다시 돌아보는 그의 눈동자에 어둠 속의 여운이 깊게 자리 잡고 있었고, 점차 그 여정을 밝혀 나가야 할 듯 했다.

모든 것은 아직 갈등 중에 있었고, 다시 한번 그의 스무 고개를 넘어 새롭게 펼쳐질 운명을 기다렸다. 그의 손에는 미래의 문턱을 넘을 귀한 열쇠가 바로 그 속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발자국은 이제야 그 길 위에, 아직 도달하지 못한 삶의 일부분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늘 존재했던 그 길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표적이 되었을 때, 민수는 비로소 용맹한 도전자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렇기에 그 길과 함께 모든 것이 시작될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민수는 그 길을 걸어보려 한다는 것으로가 걸음마를 나아갔다.

더욱 강렬한 사건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며, 민수는 그 속에서 새로운 뜻을 발견해야 했다.

길 위에서의 살짝 어긋난 시선 속에서도 그에게 다가올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그저 심연의 테두리에 긴 여운으로 남았다.

그리하여, 지금 그의 길 위에는 아직 피지 못한 꿈들이 새롯이 날개를 펼치기 시작하고 있었다.

어느 한 곳의 순환이 그의 운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지의 땅에서 다시 한 번 그는 모든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 벌써 눈앞에 다가오던 새로운 세계의 문이 한껏 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