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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엘은 고요 속에서 불현듯 몸을 멈추었다. 검은 숲의 공기는 무겁고 축축했으며, 숨을 쉴 때마다 잔나비 냄새와 오묘한 음계가 혼재된 공기가 폐를 가득 메웠다. 그의 주변을 둘러싼 침묵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진동이 그의 피부를 아슬아슬하게 훑고 지나갔다.
"여기서 뭔가 이상한 점이 느껴져." 카엘은 낮게 중얼거리며 몸을 곧추세웠다. 그의 목소리가 메아리쳐 울리며, 나무들 사이로 공명을 일으켰다. 리오가 카엘의 옆으로 다가와 눈썹을 치켜세우며 짐짓 웃었다.
"항상 이런 곳에선 이상한 일이 생기지, 친구." 리오는 말을 하며 손으로 빼앗긴 권총을 소매 속으로 숨겼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그 흔들림을 따라 시선을 두기 시작했다.
아리아가 뒤를 따라 걷고 있었다. 그녀의 긴 머리는 희미한 달빛 아래에서 은빛으로 반짝였고, 그녀의 손끝은 흔들림 없는 긴장이 흐르는 듯 배어 있었다. "이곳에 전설의 음표가 숨겨져 있다면 그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하네요."
아리아의 눈은 한순간 의심을 품고 있었다. 그 빛나는 시선이 어둠 속에서 일렁이며 카엘과 리오를 향했다.
순간, 불현듯 숲의 공기 속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것은 마치 수십 개의 음표들이 한꺼번에 불협화음을 내며 폭발하는 듯한 소리였다. 소리가 그들의 귓가에서 휘파람처럼 울려퍼졌고, 그들은 일제히 머리를 더 깊게 숙였다.
"저기에 뭔가 있어!" 아리아가 소리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흥분과 불안 속에서 떨렸다.
카엘은 반사적으로 몸을 낮추었다. 그의 눈 앞에서, 그림자 속에 묻혀 있던 형체들이 순식간에 생명을 얻었다. 무언가가 그들의 시야를 관통하고 지나갔다. 그들의 시선으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였다.
"그들입니다." 리오는 뒤쳐지지 않기 위해 숨을 고르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한층 더 낮고 긴박했다.
그들 앞에 있는 것은 한동안 분명하지 않았지만, 점차 숲 속에서 떼를 지어 움직이는 그림자들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둠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음표들이었고 저마다 고유한 진동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 음표들은 마치 서로의 주파수를 맞추려는 듯 충돌하고 빠르게 퍼져나갔다.
"저게 뭐지..." 카엘은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그의 발 밑의 땅이 마치 그의 발길을 막기라도 하려는 듯 진동하기 시작했다.
"선율군단이에요!" 아리아가 부르짖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공포와 결단이 엉켜 있었다. 카엘은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하늘 위에서 거대한 폭풍과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구름이 요동치고 하늘은 갈라질 듯했다. 그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을 때, 숲 속의 모든 것이 현이 휘어지듯 허공으로 향했다.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해!" 리오가 외쳤고, 그의 목소리는 비명과 맞물려졌다.
카엘과 아리아는 재빠르게 몸을 돌렸다. 피와 쇠의 냄새가 공기 속에 진하게 배어들었고, 그들의 마음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뒤쪽으로 휘몰아치는 폭풍이 그들을 무자비하게 잡아당겼다.
그때, 갑자기 숲 속 한가운데 서 있던 그림자가 실체를 드러냈다. 그것은 거대한 검은 실루엣이었고, 그것의 형태는 도저히 측량할 수 없는 무한한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것은 발걸음 하나하나로 땅을 밟고 서 있는 듯했다.
"이제 끝을 보아야 할 시간이다," 카엘은 다시 한번 마음속에서 불꽃을 일으켰다. 그의 두 손은 무언가에 맞서려는 듯 강하게 움켜쥐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눈으로 보았던 모든 것이 일그러지며 그들 사이에 있던 존재가 모든 음파와 함께 하나가 되는 듯 보였다. 그 울림 속에서 땅이 흔들리고 나무들이 진동하며, 그 모든 것이 그들 주위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들이 돌아서려는 순간, 카엘은 마지막 힘을 다해 그 형체를 응시했다. 그리고 그가 찾으려고 했던 전설의 음표가 그 검은 실루엣 속에서 찰나의 빛으로 꿈틀 대고 있었다. 그것은 작은 희미함 속에 불을 피우고 있었고, 그들의 마지막 목표를 향해 내뻗어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음표가 사라졌다. 허공으로 던져진 그것은 마치 폭풍 속에서 사라진 신화와 같았다. 그들이 느꼈던 모든 감각이 허공으로 사라져 가는 가운데, 그들 앞에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는 더 거세지고 있었다.
카엘은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며 위를 향해 외쳤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바람 속에 묻혀 소멸했고, 그 모든 움직임과 함성은 더욱 기이한 감동을 더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잠깐의 고요 속에 모든 것이 일렁거리다 또 다른 무언가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들의 감정과 비명이 겹치고, 그 순간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그 순간이야말로 그들의 마지막 심연을 마주할 시점이었다.
마지막으로 카엘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눈앞에 더 큰 그림자와 함께 열려 있는 숙명. 그것은 더 이상 그들만의 싸움이 아니었다. 음파의 폭풍 속에서 울려 퍼지는 그 모든 것이 그들에게 닥쳐왔고, 이제 카엘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야 했다.
떠오르는 그 의문점이 어둠 속에 남겨진 채로, 그들은 더 이상의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 곁에서는 전설의 음표가 또 다른 멜로디로 펼쳐질 준비를 마쳤다. 다음 순간, 무엇이 나오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들은 그저 또 한 번 걸어 나아갈 준비를 하며 모든 이들과 서로의 가슴 속 깊이 간직한 감정을 불태워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결국 그것이 궁극적인 질문으로 남기는 또 다른 문은 열렸고, 그들은 그 답을 추구하기 위해 발걸음을 내디디며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