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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일단락된 기억의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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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문 너머로 어두운 그림자가 넘실댔다. 전례 없이 차가운 바람이 스치며 벽지의 구석을 팔랑거리게 만들었다. 이준호는 이내 긴장된 숨소리와 함께 한걸음 뒤로 물러나며 눈앞의 공기를 갈랐다. 익숙한 공간마저, 이방인이 되어버렸다.

"긴장 늦추지 마." 그는 낮고 딱딱한 목소리로 주변을 일갈했다. 그의 손끝이 가느다란 떨림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었다.

김하나는 여전히 초점을 잃지 않고 말했다. "무엇인가 우릴 시험하고 있어. 이곳엔 우리가 생각 못한 일이 아직 더 남아있을 게 틀림없어."

제아무리 사소한 감각이라도 그녀의 정신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그 흔들림이 이번엔 생존의 갈림길을 넘나들고 있었다.

바로 그들 앞에는 외부 소음이 벌떡 고개를 들어 그들을 휘감았고, 순간 땅속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비명을 내질렀다. 박철수는 뒤이어 다음 단어를 발음해야 한다는 듯 깊은 고뇌에 잠겼다.

"낯설지만 친숙한 소리가 있어... 뭔가 여기에 있잖아." 그의 말이 끝나기 전, 또 다른 진동이 그들의 발바닥 끝을 명중했다.

이선희는 순간 잊힌 적막의 찰나에 압도되었다. "무언가가 우리 기억을 빼앗으려는 것 같아... 우리 어디로 가야 해?" 그녀는 이윽고 차분하게 주변을 둘러보며 불확실한 공간력을 재조직했다.

준호는 발자국 소리의 여운을 탐색하며 다시 낯설고 조금은 불안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바람결이 그를 닿았다. 잊고 싶었던 기억처럼, 불현듯.

“기억이나 안 나으면 좋겠어...” 그는 그 소리에 조용히 응하고 있었다. 행동으로는 감추려고 애썼지만, 그 역시도 불안감 속에 파묻혀 있었다.

무언가가 그들의 기억 속에 뿌려진 파도, 그 잔상들이 기억의 파편으로 망막에서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맞닥뜨린 현실이 이젠 그를 허파의 깊숙함까지 채우고 있었다.

"너 지금 무슨 생각 중이야?" 김하나가 입을 떼며 두리번거렸다. 그 감각 속에는 넘어지려는 그녀를 확인할 수 있는 작은 목소리가 깃들어 있었다.

그러나 그들 뒤에서 굵고 매서운 소리가 그들을 불현듯 감싸며 아득하게 울려퍼졌다. 철제 문이 슬며시 닫히면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호흡이 곧이어 의미를 담고 다가왔다.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는데," 그 순간 박철수는 이끌림 없이 고요히 말했다. "나니까 판단할 수 없어... 하지만 이 여긴 모두가 더 이상 안심 할 수 없는...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내기 전에, 정우가 그곳에 나타났다. 무수한 그림자가 그의 눈꼬리를 감쌌고, 긴장의 극이 달아올랐다.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아낼 필요가 있어."

그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누군가에게는 안개를 거두는 듯한 일이었으나, 여전히 그림자가 그들 앞에 닥쳐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그들의 발길이 얼어붙었다.

"더 이상 기다릴 시간 없어," 준호는 굳은 결단을 내려 몸을 망설임 없이 재촉했다. 무엇이든 알기 위해선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그러나 의지나 희망을 기대하기엔 여전히 불안한 그림자 속에 있었다.

바로 그때, 편의점 뒤편에서 한 순간의 고요가 깨졌다. 흔들리는 그들의 주변에서 외치듯, 움켜쥔 속삭임들이 더욱 크게 들려왔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가까이 있었던 것 같아..." 김하나는 미세한 음침한 비명을 짓으며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나 그들이 그곳에 머무르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이 지나갔다. 순간의 갈등 속에서 도망가려는 그들의 노력은 위기와 하필 만났다. 이해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며, 대비하지 못한 긴장이 바싹 말랐다.

"습격이 다시 시작될 것 같아," 정우가 다가오는 발판을 지내며 단언했다.

그들의 눈은 금속성 빛에 반사되며 그들 사이에 우리를 더 이상의 경계 속에 몰아넣고자 했다. 그러나 무엇이든 심화되고 있었고, 그들은 그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고야 말았다.

더 이상 갈 곳을 찾지 못하는 그들의 발걸음은 이내 더 이상 마땅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별다른 선택도 없이, 이준호는 그들의 선택이 가치 있는지 계속 되물었다.

그런데도, 그들을 넘어지게 만들려는 그림자는 쉽게 그들이 나아가려는 경로를 끊어냈다. 그리고 그들은 마침내 한쪽 발을 내밀고자 했다. 선택의 순간, 그들 앞에 새로운 운명이 닥치려 했다.

"어쩔 수 없어, 이제 결단의 시간을 마주해야 해." 김하나가 강한 의지를 부여하며 잠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정우의 얼굴에 서린 긴장감이 순간 털려나듯 풀리고 있었다. 이신이 외치던 소리가 진동을 멈출 때일지, 새로이 풀린 해법이 모호한 지평선을 열어갈 준비를 마쳤을 것이다.

다시 다가올 혼란 속에서, 전에 없던 해결책이 그들 앞으로 맞닥뜨릴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느린 박자로 다시 맞닥뜨리며, 결국 그들이 마주할 진실이 단 한 걸음 앞에 있었다.

다음 장면의 경계를 맞이할 때, 그들이 이 상황을 넘길 수 있을지 여전히 남아 있는 불확실성이 그들을 잠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 지축을 울리는 폭발이 또 다른 독자를 맞이하려 했다.

"이제 시작일 뿐이야..." 그녀의 마지막 중얼거림은 파동처럼 그들의 너머로 스며들었다. 새로운 섬광이 상상의 경계를 허물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더 촘촘한 비밀이 이제 이들의 앞에 펼쳐지려 하고 있음을 안 그들은 다음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