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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풀 사이로 미끄러지는 바람에 찔린 손등이 아프게 저려왔다. 지우는 방금 무시해버린 바람의 울음소리를 되뇌이다가 고개를 이미 그에게 돌리고 있었다. 태준의 모습은 하늘 아래 우뚝 서서 그늘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늘 속에서 그의 눈동자가 은빛으로 반짝였고, 그녀는 저도 모르게 그곳에 갇히고 말았다.
"도대체 왜 이런 길로 우리를 이끌려고 한 거지, 태준?" 수현의 목소리는 매섭게 널브러진 숲길을 가로질렀다. 그는 악어와 같은 가죽 장갑에 손을 찔러넣고, 그 아래서 따뜻함을 찾아 헤맸다.
태준은 비스듬히 몸을 돌려 먼 곳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 띄는 매듭 하나 없이 결이 곱게 잡힌 검은 코트 자락이 바람에 의해 요란스레 흔들리며 갈라졌다. 그러나 그는 그런 움직임 속에서도 고요함을 잃지 않았다.
"이곳은 네가 찾던 답이 자라나는 토양이다. 그런 이유겠지," 태준은 자신이 말한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자에게 설명하며 소소하게 미소를 지었다.
지우는 그 미소에 숨은 뉘앙스가 무엇인지 뱃속이 시큰거렸다. 그녀는 잠시 닫힌 입술 틈새로 바람이 흘러들어가는 소리를 듣다가 다시 수현을 보았다. 그의 턱선이 굳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에는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 무슨 선택지를 주려 하는 건가?" 미연이 나직이 물었다. 그녀는 태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물었다. 다소 날카롭게 떨어지는 그녀의 음성은 맑은 겨울 공기와 부딪쳤고, 긴 의미로 돌아왔다.
태준의 미소가 점차 흐릿해지며 무게를 가졌다. 그의 손이 헐거워지기 시작하더니 주위의 빛을 부드럽게 흡수했다. 그는 천천히 양손을 들어 보였다. "선택지도 없는데 무슨 대답을 원하겠어? 그저 너희들이 무언가를 깨달아야만 해."
공기를 가르며 미묘한 날숨이 섞인 셔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우는 그저 눈을 꿈틀이며 태준의 제스처를 보며 고요히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그들 뒤에서 어디선가 깊은 한숨소리가 울렸다.
세 사람은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그들 사이에 놓인 간극의 깊이는 알 수 없지만, 그 끝쯤에서 쉽게 인식하기 어려운 실루엣이 어둠 속에서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 그림자는 특정한 형태로 다가오지 않으며, 거친 숨결과 함께 기묘하게 자신들과 대치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릴 이끌어 과거로 돌아가려는 건가?" 낮은 목소리가 공중에서 차분한 폭풍처럼 소리를 냈다. 그 이질적인 존재는 어떻게 우리를 이곳으로 이끌었는지 밝혀진 윤곽선이 흐릿하게 나타났다.
지우의 손가락은 무언가 놓쳐버린 듯 무중력적이었다. 이 사이엔 활자와 시간이 응축된 감각이 있었다. 그들은 그곳에 교착된 순간을 유지하며 다급한 결판을 내리게 되었다.
수현은 갑자기 느슨한 어깨에 힘을 주면 말했다. "네가 같은 궁극적인 목표를 공유하기 위해 여기 나타났지만, 우린 그 전말을 알아야겠어."
그 그림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없이 손짓했다. 그 순간 선명한 기억이 그들의 의식 속에서 역류했지만, 결단은 그들 모두의 선택이었다. 그들의 길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에 의존하고 있었다.
지우는 숨이 차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마치 폭풍의 도입 부문처럼, 그 무형의 그림자는 각자의 선택이 뒤따르는 순간들을 올려냈다. 그저 허락된 적 없는 선택의 무게가 그들 위에서 기대고 있었다.
버려질 수 있는 마음의 저항선을 따라, 태준은 너스레를 떨지 않고 말했다. "그들이 원하는 해답을 얻기 위해서 직면해야 할 것이 있지 않을까."
그곳은 최근에 떠오른 의문 속의 생차례에 닿기 위해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도 예고되었듯이, 그림자는 어떤 신호를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그 긴장이 그들에게 더욱 가까이 와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결국, 비밀과 선택의 모호한 경계가 더욱 두꺼웠다. 어딘가 알 수 없는 세상 속에서 거친 손안에 잡았지만, 그들은 그 수수께끼에 손을 잘못 대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마지막 직전에 사뿐히 밀려드는 사물의 어둠이 다시 그들과 어울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결국 그들은, 모든 깊은 스산함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