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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두 갈래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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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을 끼얹은 듯한 정적 속에서, 미나는 무겁게 자리 잡은 분위기를 깨고자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가로등이 은은하게 비추는 창밖의 골목길, 바람에 하늘하늘 휘날리는 나뭇잎이 그녀의 마음 속 불안을 대변하는 것만 같았다. 이미 흥건하게 젖은 거리의 고독함에 그녀의 마음은 복잡하게 뒤엉켰다.

"이곳의 카레, 정말 특별하군요." 낯선 손님은 테이블 위의 작은 접시를 짚으며 낮게 웃었다. 그의 목소리는 방안의 잔잔한 긴장을 스며들 듯 퍼져나갔다. 미나는 그 음성에 잠시 흔들렸지만 곧 제 위치로 돌아왔다.

낯선 남자가 누군가의 대사를 읊조린 것처럼 말한 뒤 준희가 주방에서 나와 다가왔다. 그녀의 표정은 다소 굳어보였지만, 생각에 잠긴 듯한 눈빛은 미나에게 모든 것이 잘 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듯 했다.

"변하지 않았죠, 여전히 그 맛이." 준희는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며 미소를 지었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터득한 천의 얼굴 중 하나였다. 미나의 손끝이 불안으로 찌릿했다. 그의 말 한마디가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숨겨진 의도를 드러내는 열쇠가 될 수도 있었다.

한편, 미나의 눈은 할아버지 박을 찾았다. 경험이 풍부한 할아버지의 고요한 미소가 그녀를 안심케 했다. 그는 늘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며 주변 사람들에게 안식을 주곤 하였다. 하지만 이곳에 평온함이 사라졌음을 아니까, 그의 시선은 평소보다 더욱 명철했다.

"특이한 밤이군요. 마치 모두들 뭔가를 기다리는 것 같은 기분이야." 박 할아버지는 천천히 말했다. 그의 말에 방 안에는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기다림도 때론 목적이 있죠. 문제는 그 목적이 뭔가 하는 겁니다." 낯선 손님이 다시 한 번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결코 편안하지 않았고, 마치 잇몸을 드러내며 웃는 여우처럼 교활한 기운이 감돌았다.

미나는 그제서야 훈련된 시선을 의식처럼 그의 면면을 훑었다. 그의 단정한 옷차림과 세련된 외모가 어딘지 모르게 그녀를 불편하게 했다. 그런 가운데 갑작스레 다가온 일련의 사건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틀어버렸다.

"이 카레, 가족의 역사가 담겨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는 조심스럽게 운을 띄웠다. 말끝에 깊은 여운이 감돌았다.

"사람들이 그렇게들 말하곤 하죠.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마음을 채울 수 없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나가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그가 흘려보낸 탐색의 눈길을 빠르게 넘겼다.

그때, 한동안 과거의 기억 회로 속을 뚫고 들어가던 준호가 다가와 물었다. 그의 걱정스러운 말투가 미나에게 또 다른 형태의 위안을 주었다.

"맞아요, 사람들은 때때로 그 이상의 것을 원하곤 하죠. 그래서 우리처럼." 그의 말은 세 사람 사이에 조심스럽게 내려앉았다.

식당 유리창 너머로 검은 하늘이 밤하늘에 자리 잡았다. 민들레 씨앗 같은 별들이 빛났고, 그것이 그녀에게 벌어질 전율감의 씨앗이었다.

힘겹게 차이를 알아채고 균형을 지키려 했지만, 그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정보의 갈림길이 그녀 마음속으로 쓸쓸하게 스며들었다.

"그럼, 이번엔 내가 먼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미나는 상대를 꿰뚫는 듯한 눈빛으로 응수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초록색 문 안에서 손님에게 나타난 기운과 대자비처럼 부드러웠다.

"물론입니다." 그의 미소는 눈물이 맺힐 듯한 슬픔과 호기심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 순간, 조금 전 손님에게서 감지했던 이상한 느낌이 밀려왔다. 그가 알아채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직감적으로 진실을 드러내고 싶었다.

"이것 말고도 원하는 게 있을 것 같군요." 미나는 말끝을 힘주어 땋으며 미소를 되살렸다.

그러나 그가 응답하려는 순간, 다른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후면부에 드리워진 낯선 그림자는 문가를 기점으로 낮게 가라앉았다. 그저 원숭이 타입의 낯선 인물이 하나 더 등장했다는 것뿐이었다.

모든 가게의 관심이 쏟아졌다. 불빛이 창문에 하얀 선을 그리며 어린 시절 뭉텅이처럼 채워진 불안과 미완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할아버지 박은 짓궂은 속삭임을 통해 다가오는 압박감을 느꼈으리라.

그 시각, 상상할 수 없는 일이 터졌고, 갑작스러운 미나의 성찰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불을 당겼다.

"카레에 얽힌 이야기도 좋겠지만, 이 감정을 놓치지 않고 싶네요. 이것이 우리가 이곳에서 나누고 있는 작은 기적이니까요." 할아버지 박이 미나에게 던진 구름처럼 부드러운 말이 방안에 미묘한 소용돌이를 불러왔다.

그 사이 낯선 손님의 입술 사이로 생각지 못한 이야기가 새어 나왔다. "이 카레, 당신보다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네요. 그런 줄도 모르셨겠지만."

그 한마디가 더 큰 의문의 불씨가 되었다. 미나의 인생을 관통하는 서사는 그녀에게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었다.

앞으로 펼쳐질 미스터리는 길고 더 복잡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는 또다른 놀라운 속삭임과 진실이 그녀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은밀한 장소로 그녀를 이끌고 있었다.

미나는 무거운 숨을 길게 남기고 가슴이 떨릴 수밖에 없는 그 찰나의 순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했다. 먼 길을 걷게 될 준비를 말이다. 그리고 이 비밀은 그 시작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