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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배신의 사슬이 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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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나뭇잎을 산산조각 내듯 휘몰아치며, 공원의 어둠이 내 피부를 핥는 그 순간, 익명 메시지의 경고가 머릿속을 찢어발겼다. 그림자가 숲속에서 미끄러지듯 다가오자, 그의 실루엣이 가로등 불빛을 가르며 모습을 드러냈다—오준혁의 오랜 적, 박민준, 그 재벌계의 유령 같은 인물. 그의 웃음소리가 낮게 울리며, 입김의 차가운 기운이 공기를 얼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고, 발밑의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심장의 고동을 가렸다.

"오랜만이군, 오준혁. 이 여자가 네 약점인가 보지?" 박민준의 목소리가 공원을 울리며, 그의 손가락이 서류 뭉치를 흔들었다. 그 종이 끝이 바람에 스치자, 잉크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김태훈이 그 뒤를 따르며 미소를 지었고, 그의 코트 자락이 흙을 스쳤다. 김윤아는 팔짱을 끼고 서서 코웃음 쳤지만, 그녀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는 게 선명했다. 오준혁은 나를 보호하듯 앞으로 나섰고, 그의 체취—위스키의 묵직함—가 가까워지며 숨결을 뜨겁게 만들었다.

"박민준, 네가 이 짓을 한 거냐? 강아린을 끌어들이다니." 오준혁의 말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고, 주머니 속 손이 천을 구기며 소리를 냈다. 나는 그의 등 뒤에서 숨을 가다듬었지만, 가슴이 조여드는 압력이 목을 타고 올라왔다. 낙엽의 촉감이 발바닥을 간질였고, 주변의 습한 공기가 피부를 축축하게 적셨다. 김윤아가 끼어들며 웃음을 터뜨렸다. "야, 재미있네. 배신자 놀이? 나도 끼워줘. 하지만 아린아, 네 비밀이 정말 그랬어? 정보 팔아넘긴 거?"

그녀의 질문이 공기를 찢으며, 내 손가락이 주머니를 세게 쥐었다. "내 일에 왜 나서? 너부터 설명해, 김윤아. 네가 익명 메시지를 보낸 장본인이라고?" 내 목소리가 커지자,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휘감아 얼굴을 가렸다. 이정훈은 서류를 펼치며 미소 지었고, 종이의 살랑이는 소리가 나뭇가지와 섞였다. "모두 연결된 거야. 강아린의 과거 실수가 오준혁의 어머니 사건을 촉발했고, 김윤아가 그 고리를 이용했지. 박민준, 너는 왜 끼어든 거지?"

우리는 공원의 벤치 주위에 서서 대치했다. 가로등 불빛이 우리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고, 물소리가 졸졸 흐르는 개울가에서 은은한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오준혁의 손이 내 팔을 스쳤고, 그 따뜻함이 피부를 통해 퍼지며 심장이 빨라졌다. 그는 나를 돌아보며 속삭였다. "강아린, 이게 끝이 아니야. 하지만 왜 그 비밀을 숨겼어?" 그의 시선이 내 눈을 꿰뚫는 듯해, 숨이 막혔다.

"숨겼다고? 그건... 그럴 수밖에 없었어." 나는 대꾸하며, 발소리가 흙을 밟아 소리를 냈다. 김태훈이 웃으며 서류를 흔들었다. "이제 보자, 강아린. 네가 팔았던 정보는 오준혁의 회사 기밀. 그게 박민준의 손에 들어갔고, 김윤아가 익명으로 이용한 거야. 재미있는 삼각관계지?" 그의 말에 김윤아가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 "야, 나만 탓하지 마. 이건 다 네 계획이었잖아, 이정훈! 네가 중간에서 조종한 거 아냐?"

그녀의 목소리가 공기를 가르며, 그녀의 향기—과일처럼 상큼하지만 스멀거리는 쓴맛—가 코를 자극했다. 이정훈은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조종? 나는 단지 관찰자일 뿐. 강아린, 네 비밀이 더 깊어. 그 정보가 오준혁의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았어. 너도 알고 있지?"

대화가 끊기며, 우리는 공원의 깊숙이 이동했다. 나무 가지가 머리 위를 스치며, 그 뾰족한 촉감이 등을 얼어붙이게 만들었다. 바람이 더 세게 불어오자, 낙엽이 얼굴을 때렸다. 박민준이 앞으로 나서며 웃었다. "오준혁, 네 여자가 네 약점을 드러낸 거야. 이제 나한테 모든 걸 넘겨. 아니면... 이 비밀이 세상에 퍼질 테니까." 그의 위협이 공기를 얼렸고, 오준혁의 주먹이 세게 쥐어졌다. "넘겨? 네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그들 사이에 서서, 내 내면의 파도가 치밀었다. 오준혁의 체온이 가까워지자, 그의 호흡이 내 피부를 데우는 듯해 몸이 굳었다. "오준혁 씨, 이게 다 내 탓이야. 하지만... 왜 나를 보호하려 해?" 내 속삭임이 흘러나오며, 그의 손이 내 팔을 잡아당겼다. 그 힘에 몸이 가까워지자, 가슴이 터질 듯했다. 김윤아가 끼어들며, "아린아, 진짜로? 네가 그런 짓을 한 거면, 나도 모르게 끼어들었어. 미안하지만, 이건 위험해."

새로운 장면으로, 우리는 공원의 중앙 광장으로 옮겨졌다. 거리의 소음이 희미하게 스며들며, 콘크리트 바닥이 발밑을 차갑게 눌렀다. 박민준이 서류를 테이블처럼 펼친 바위 위에 올려놓으며, "이제 선택해. 강아린, 네가 오준혁과 함께할 건지, 아니면 나한테 올 건지." 그의 말에 오준혁이 나를 돌아보았다. "강아린, 나를 믿어. 이 계약이 단순한 게 아니란 걸 알잖아."

그의 눈빛이 깊어지며, 손가락이 내 팔을 문지르자 그 마찰이 전율을 일으켰다. "믿어? 이 상황에서?" 나는 반문하며, 숨을 가다듬었다. 내면에서 욕망의 불꽃이 타올랐지만, 공포가 그것을 꺼버렸다. 김태훈이 웃으며 끼어들었다. "로맨틱한 순간이군. 하지만 강아린, 네 비밀이 더 있지. 오준혁의 어머니 사건 외에, 네가 숨긴 감정도."

김윤아가 팔짱을 끼며 소리쳤다. "야, 그만해. 아린아, 나랑 같이 나가자. 이 재벌 놈들한테 휘말리지 마." 그녀의 말투는 직설적이었고, 웃음소리가 가볍게 흘러나왔지만, 그녀의 손가락이 주머니를 쥐는 힘이 세어졌다. 오준혁은 나를 끌어당기며 속삭였다. "강아린, 이 모든 게 끝나지 않았어. 하지만 너를 원해."

그의 고백이 공기를 태우는 듯해, 내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그 순간, 내 휴대폰이 진동했다. 익명 메시지: "네가 선택한 대가가 곧 올 거야. 오준혁, 그녀를 지킬 수 있나 봐."

그 문자가 스크린을 채우며, 어둠이 더 짙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