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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자마자, 차가운 공기가 절반 열린 작은 창문을 헤집고 들어왔다. 그 순간 수현의 마음도 모래성처럼 불안하게 흔들렸다. 서늘한 바닥을 스치는 발소리가 교실 가득 울리며 가까워졌다. 수현은 고개를 들어 정면을 보았다. 바로 앞엔 연주가 서 있었다. 그녀의 예쁜 미소는 보이지 않았고, 강렬한 무엇인가가 그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수현," 연주의 목소리는 한결 부드러웠다. "오늘 중요한 얘기를 나눠야 해."
수현의 속이 알 수 없는 긴장감으로 바짝 타올랐다. 눈빛은 마치 폭발 직전의 폭풍 구름처럼, 기상 예측하기 어려운 혼돈 속에 있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민재랑도 얘기해야 할 것 같아서," 그의 목소리는 조심스럽지만 장난기 섞인 연주를 기다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한걸음에 복도를 걸어 나갔다. 연주의 발걸음 뒤로 친구들의 속삭임이 점차 멀어졌다. 이내 둘만 남겨진 학교 체육관으로 향했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체육관의 고요함은 무대 위 조명이 꺼진 순간처럼, 두 사람의 발길이 멈추고 있다.
긴 의자의 가장자리에 앉은 수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오늘 전에 없던 무언가가 그림자처럼 그들의 뒤의 공간을 묵묵히 뒤흔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걱정하지 마, 수현." 연주가 그의 팔을 잡으며 조용히 미소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 뒤엔 알 수 없는 어둠이 숨어 있었다.
"연주야, 그 전시회가 정말 불안해... 어떤 식으로든 널 도와야 해." 수현의 목소리는 속삭이는 바람처럼 작으면서도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다 나눌 수 없었다.
연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수현을 쳐다보았을 때, 눈망울 속 어딘가 깊은 곳에 갇힌 예전의 밝은 빛이 반사를 잃고 있었다.
"사실 오늘 알아야 할 게 좀 있어. 한비랑 얘기하던 중에... 그녀가 모든 걸 풀어줄까 봐, 조금 복잡해지고 말았어."
연주는 뒷말을 삼키며, 그녀의 말이 그의 불안을 더 키울까 우려했다. 순간 수현의 뇌리는, 순간적인 섬광처럼 번뜩였다.
"무슨 얘기를 들었는데?" 수현은 조용히 걸음을 옮기며 대답을 재촉했다.
그들이 걷는 동안, 연주는 침묵을 바라보며 잠시 망설였다. "한비는... 내가 오늘 참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어.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뭔가 그녀를 불안하게 하고 있는 것 같아."
교실 안쪽에 있는 교탁 뒤의 저 문, 언제나 중요한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그들 곁을 지켜주던 문. 그 문 앞에서 그녀는 자신의 늑대 같은 불안감을 삼키며 걱정의 나날을 여행했다.
그 순간 강당의 나무 문이 쿵하고 열리며 또 다른 그림자가 그들 앞에 등장했다. 민재였다. 그의 걸음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불명확한 무게가 담겨 있었다.
"수현, 연주, 새겼어?" 민재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에게 직설적으로 물었다.
수현은 그의 목소리에서 한불의 불안감을 느꼈다. 그러면서 그 주위의 그림자는 점점 어두워졌다. 한비라는 이름 아래에 깔려 있는 두려움은 그곳에 여전히 번져있었다.
민재는 숨을 고르며 말을 꺼냈다. "아무래도 오늘 우리가 준비한 일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들에게 남겨진 여운 속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판도가 그들 앞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감당해야 할 새로운 시작에 불과했다.
그 순간, 체육관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가 속삭였다. 그것은 곧 그들을 시험하게 될 새로운 고민이었다.
"다들 계획은 있어? 아니면 먼저 한비가 제안한 걸 들어보는 게 좋을까?" 민재는 휴대폰을 가리켰다. "그녀가 오늘 오후에 중요한 미팅을 하기로 했어.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지 의견을 나눌 시간이 부족할지 몰라."
이내 또 다른 불안이 밀려왔다. 한비의 목소리로부터 무언가 자신들의 계획을 훼손할 것은 늘 예기치 못한 방해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지금 보다 더 흥미 진진하게 펼쳐질 이야기의 흐름은 아직 그들에게 가늠할 수 있는 한계를 알 수 없다. 이 소용돌이치는 순간 속에, 그들은 각자의 방법과 신념으로 함께 머무르며 걸어가야 한다.
그 때, 교실의 문턱에 걸린 가물거리는 그림자가 그들 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그 그림자는 이제까지 어떤 비밀을 가려내고 밝혀낼지에 대한 당혹감과 함께 또 한 번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었다.
어둠 속에서는 불안이, 빛 속에서는 결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이 모든 이야기를 통해 완성할 시간은 아직도 아득했다. 목전에 닥친 그 순간, 기다림은 이제 끝났다. 드디어 중요한 변화의 순간이 왔다.
그리고 그들이 그 순간 무엇과 맞닥뜨리게 될지는... 아직도 미지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