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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모든 사건이 끈적하게 얽혀 있는 복도의 한가운데, 소희는 희미한 빛 아래에 선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들의 발걸음 소리가 귀에까지 메아리치며 돌아왔다. 갑자기 길고 긴 어둠 속에서 낯익지만 아직도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도 궁금해하겠지."
그 목소리는 차디찬 기운을 실으며, 소희의 가슴을 울렸다. 왜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의 뇌리에 박힌 기억의 주인공처럼 익숙했다. 갑작스런 공포에 몸이 사시나무 떨며 일었다.
“누구세요? 나온 얼굴을 보셨어요?” 소희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결단의 좁은 틈새로 비집고 나왔다.
그러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대신 벽 너머 무언가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마치 숨겨진 무언가가 거친 천으로 뒤덮인 채 애써 비밀을 지키려는 듯이.
“소희, 괜찮아?” 민재가 손을 뻗어 소희의 팔을 단단히 잡았다. 그의 눈 안에는 빚어낸 불안감과 안도의 매듭이 느껴졌다. 소희는 그의 손길 덕분에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혀끝을 꾹 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봐야겠어," 그녀는 작지만 확실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방법으로는 절대 알 수 없을 것 같아. 저 안에 그 모든 답이 있어."
빈센트는 그 순간 신중히 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그러다가 그들 앞에 있는 문을 눌러 열었다. 그리고 그 너머 드러난 모습에 모든 이의 숨이 멈칫했다.
낡고 고풍스러운 방. 그 안은 고요하게 시간을 품고 있었다. 중간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낯선 얼굴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어딘가 익숙하게 다가왔다.
그는 돌아서며 그들을 바라보더니, 미소를 짓는 것이 보였다. 아래로 드리운 그림자가 그의 얼굴을 더 매섭게 만들었다.
“어서 와라.” 그의 목소리는 낮고 또렷했다. "오랜 시간 동안 기다리고 있었지."
그 순간, 그 남자는 무엇인가 알면서도 드러내지 않은 비밀을 감추고 있는 기색이 역력했다. 민재는 그의 눈앞에 다가가 시선을 맞췄다.
"당신이 우리가 찾던 인물인가요? 그렇지 않다면 왜 여기에 있는 거죠?" 민재는 어조에 다소 냉철함을 담아 물었다.
눈빛을 교환하는 찰나, 그 남자의 미소가 사라졌다. 망설이지 않고 손을 흔들어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감옥의 의도를 암시했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낼 필요는 없어. 다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만 기억해라. 진실은, 항상 반짝이는 금속 너머에 있지.”
순간 벽을 넘어 눈을 찌르는 불빛이 방 안에 가득 찼다. 한편, 문이 닫히려고 하는 순간, 불현듯 비명 소리가 길게 울렸다.
그들 모두 그 박동소리에 귀속의 피가 쏠리며 무너지는 이어지는 소음을 감지했다. 곧, 민재가 끌어 울렁이는 복부를 잡았고 소희가 따라마주 몸을 움켜 쥐었다. 그녀들의 시작이 되는 순간이었다.
추위가 한층 더 밀려왔다. 그 소리의 근원은 딱히 명확하지 않았지만, 그 순간 민재의 얼굴에 달갑지 않은 충격의 표정이 스쳤다. 그리고 그걸 따르듯 소희도 그곳에서 일렁이는 불안감에 차갑게 숨을 삼켰다. 그 남자의 존재와 연결된 무언가가 아루열풀리는 기운과 함께 그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소희는 고개를 떨어뜨리며 소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기억의 파편을 찬찬히 맛보았다. 모든 것이 연결되기 시작하는 그 순간, 시간이 흐리지 않는 장소에서 그들은 모두 자신의 위치를 오롯이 인식하게 되었다.
“이 모든 걸 이해하기 전까진 끝나지 않을 거야,” 소희는 피부에 바짝 달라붙은 떨림을 견디며 중얼거렸다.
어둠 속 속삭임이 그들을 다시 속박할 때, 그 구덩이의 앞은 여전히 저 아래향을 갈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공간의 틈새에서 갑자기 또 다른 목소리가 덮쳐왔다.
“그래서, 대체 네가 찾고 있는 건 뭐지?”
잔잔하면서도 어려운 질문, 그 흔들리는 물결에 단서를 가려두며 방향을 형성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 순간 이 모든 것이 또 다른 결말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게 된 소희는, 얼어붙은 듯 버티며 눈을 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