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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사라진 빛의 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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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밀려들었다. 벽 너머에 잠긴 낡은 가구들이 희미한 달빛을 맞아 드러나는 순간, 소희는 갑작스레 머리를 움켜쥐며 주저앉았다. 잃어버린 기억이 잔상을 노리며 고개를 들었다 사라지는 이 느낌. 피할 수 없는 진실이 다가오고 있었다. 곧이어 방 안의 공기가 서늘해지면서 그녀는 주변 환경에 귀를 세웠다. 숨막히는 침묵 속에서 그녀의 심장박동이 거칠게 귓가를 두드렸다.

“소희, 괜찮아?” 민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손길이 그녀의 어깨에 닿았다. 그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미지의 안도감에 소희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 살짝 흔들리는 목소리와 함께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머물던 공간의 문이 조용히 열리고 빈센트가 들어왔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눈동자는 깊은 수심을 안고 있었다. 그는 한 손에 든 서류를 소희와 민재 앞에 내밀었다.

“이건 네가 살펴봐야 할 것 같아.” 빈센트는 나직하게 말했다. 그는 소희가 그 서류를 천천히 받아들길 기다렸다. 팔뚝이 약간 떨렸지만, 그녀의 시선은 그 문서에서 떼지 않았다.

종이 위에 적힌 낯선 글자들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더니, 갑작스럽게 숨 막힐 듯한 공포가 그녀를 사로잡았다. 소희는 심호흡을 하며 눈을 문지르다가 얼른 읽기를 마쳤다.

“이 이름들... 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인데.” 소희는 입을 떼며 말했다. 그러나 수많은 이름들 중 하나가 눈에 띄었다. “여기, 이 이름...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

민재가 서류를 그녀에게서 받아들여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이건... 어떤 조직의 목록 같은데. 같은 이름이 반복되네." 그는 손끝으로 페이지의 일부를 가리켰다. 그 순간, 그의 눈이 무섭게 좁혀졌다. “이것이 전부 너의 기억과 연결된 거라면... 생각보다 더 깊은 곳에 잘못 엮인 것 같아.”

“그럼 계속 이렇게 있을 수는 없어." 소희는 분명하게, 하지만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눈은 불타오르는 듯 했다. “빈센트, 너는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고 있지?”

빈센트는 잠시 숙고하더니 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감이 강하게 들었어. 그들의 중심으로 가야만 알 수 있을 테니까.”

이야기를 미처 끝내기도 전에 밖에서 연우의 무전이 들어왔다. 그녀의 목소리는 다급하고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여러분! 여기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 빨리 와봐!” 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끊겼다. 뒤이어 윙 소리와 함께 오후의 바람이 습격하듯 그들의 주위로 찼다.

민재가 무기를 챙기며 당장 출발할 준비를 끝내자고 말했다. “소희, 빈센트. 이대로 갈 수는 없어. 무슨 일이 벌어지기 전에 움직이자.”

소희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나섰다. 그들의 앞 날개 아래로 이미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채, 숨막히는 긴장감이 발 아래로 따랐다.

빌딩 외곽을 돌아 나와 어둠에 녹아든 거리,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마치 그들의 여행을 안내라도 하듯이 빛났다. 서늘한 밤 공기가 피부에 녹아들며 그들에게 자극을 주었다.

도착한 곳은 작은 사무실 건물이었다. 연우가 남긴 좌표대로 이동하였지만, 나타난 것은 조용하고 고요한 곳이었다. 민재는 조용히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탐색했다.

“왜 이렇게 고요하지?” 민재가 붕뜬 시선으로 주변을 훑으며 말했다.

소희는 문득 길고 가느다란 그림자를 보았다. 어둡고 차가운 그것은 건물의 가장자리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였다. 피어오른 불안이 다시 몸에 스며들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열어보자. 뭔가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 몰라.” 빈센트가 고개를 살짝 들어 눈짓을 보였다. 그의 눈빛에는 여유로움이 있었지만 어쨌든 급박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었다.

하여 그들은 들어갔다. 복잡하게 얽힌 공간 속에서 낯익지 않은 익숙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그것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집요하게 따라붙는 것처럼 그들을 감싸고 있었다. 내부로 들어가 발걸음을 멈추자, 갑작스레 문이 쿵 소리를 내며 닫혔다. 모두가 순간적으로 몸을 굳히며 소리를 탐색했다.

못 믿을 사정처럼 상황이 다시 그려졌다. 어둠 속에서, 그것은 뭔가 엄청난 힘을 시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림자가 일렁이며 수시로 형태를 변했다. 그들 모두에게 경고의 의미를 담으려고 하는 순간, 알 수 없는 공포가 그들을 지배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순간, 끝을 예측할 수 없었다. 소희는 열린 미지의 가능성 앞에서 두려워했다. 그녀의 손가락은 다시 차갑게 굳어졌고,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내 그녀의 눈이 천천히 빛을 찾고 있었다. 그 순간, 새롭게 드러난 단서는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할 수도, 또는 구원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그림자 속에서, 다시 한 번 이어지는 음성이 들려왔다. "기억의 조각은 아직도 모두의 속에 잠들어 있음을 잊지 마." 순간 광기 어린 웃음이 그들을 덮쳤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알싸한 예감과 함께, 그들은 이제 새로운 길의 입구에 서 있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다가오는 것이 무엇일지, 감히 누구도 확신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