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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기억의 조각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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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내 입가에 맴도는 작은 내뱉음이 희미한 공기를 흔들었다. 몸이 탄력 없이 바닥에 닿았을 때, 흑백의 세계가 소용돌이쳤다. 몽환같이 흐릿한 시야 앞, 차갑고 날카롭게 에워싸는 비명소리. 그 소리는 맹목적이고, 거칠게 고동치던 맥박에 닿았다.

희미하게 드러난 것은 금빛의 집들, 희뿌연 공기 속에 묻혀 있던 길고 늘어진 소나무들, 그리고 멀리서 혀에 부딪히는 단내였던 것 같다. 나는 그 관념을 놓치기 싫어 손을 내뻗었으나, 그 손끝에서 모든 것이 가루처럼 사라졌다.

"하윤!" 그때 들려온 목소리, 그것은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음성이었다. 눈을 감았다 떴을 때, 새하얀 옷을 걸친 여인의 모습이 나타났다. 미소였다. 내게 닿은 그녀의 손은 따뜻했지만, 그 손길에는 무거운 결의가 어린 것 같았다.

"이곳을 지나지 않으면 안돼. 저 먼 곳의 진실을 마주할 때가 되었어."

그녀의 목소리는 깊이 있고 따스했다. 마음을 울리는 그 울림에 비슷한 감정이 내 온몸을 덮었다. 그 날개 아래, 두려움과 기대가 공존했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쳤다. 그것은 스침과 음성과 메아리를 앗아가듯, 나를 새로운 공간으로 나른했다. 실루엣이 겹쳐지고 변하는 동안, 낯선 기운이 발 끝에서 부서지듯 사라졌고, 다시금 시작되는 모양이 맞물렸다.

"우리는 여기서 뭘 해야 하는 거야?" 미소가 머뭇대며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불안과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질문 속에서 그저 거울처럼 내 자신을 비춰보았다.

그때 션이 나타났다. 그는 여전한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다가왔다. 조금 은근한 미소로, 그는 모든 것을 아는 사람처럼 느긋하게 말했다.

"하윤, 그런 모든 대답은 여기에서 찾는 거야. 이 거짓의 회랑도 견뎌냈으니, 최선을 다하자고."

그 순간, 내 몸이 뒤틀리고 휘청거리는 감각에 빠졌다. 모순된 현실과 혼란한 변박 속에서 여전히 먹먹한 불안을 견뎌야 했다. 그리고 그 처음의 물음은 여전히 해답을 구하지 못한 채 나돌았다.

날카로운 바람결에 실려 날아온 리안의 고지적인 목소리. "이 곳에서 돌아보면, 아무 것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미 모든 것이 분명해짐에도 불구하고."

그의 무심한 얼굴이 설득력 없는 차가움을 균일하게 유지했다. 그가 내 머릿속에 침투하던 순간, 나는 그를 따라 자신의 내면으로 입장할 준비를 했다. 이제는 비밀의 문에 이르게 한 마지막 문턱이었다.

***

갑작스러운 소름이 운명의 장난처럼 내 몸을 휘감았다. 순간, 알 수 없는 압박감이 내 가슴을 사로잡았다. 맞다. 그 무엇인가가 잔인하게 나를 구르고 있었다.

짧은 징조, 하지만 다소 익숙한 그 기억은 마치 선명한 필름처럼 내 앞에 라인으로 펼쳐졌다. 어두운 물체들이 시야를 밝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언제가 있었던 장면이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그 순간, 낯선 풍경이 나타나고 타 버린 과거가 혀를 찌르는 지독한 냄새로 그 속에서 퍼졌다. 비가 흘러내리는 듯 조심스런 침묵이 지배하는 그 맹목적인 방 안에서, 익숙한 그들 모습이 인류의 불안을 표현하듯 현존했다. 그 조용한 불안의 축적.

어릴 적, 나는 무관한 소년으로서 그 방에 홀로 남겨졌다. 벽을 짚고 있는 나는 공포와 기대가 마구 뒤엉키는 '밤의 저주'를 맞닥뜨렸다. 나는 과연 그것을 경험했을까. 아니면 그저 허상에 지나지 않았을까. 내 생각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있잖아, 하윤."

그것은 시간의 덧없음을 알려주는 나무 위의 시계처럼, 멀지 않은 곳에서 나를 조롱하며 소리쳤다. 열망과 갈망이 어지러이 스쳐가는 그 순간, 나는 그때 일어났던 일에 대해 스스로에게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다시 한 번, 미소가 그 내성적인 두려움을 깨며 말을 걸었다. "이 모든 것이 이해되면, 그때 우리는 기존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그녀의 말은 단단한 버팀목이었다. 내 발걸음이 섬세하고 불안정한 채 바닥 아래, 기억의 길을 따라갈 수 있었다.

***

그리고 그때. 나는 의외의 존재와 조우했다. 그에게서 미소가 드러났다. 나와 결코 관련이 있을 수 없었던 그에게서 마치 거울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게 나야?" 예기치 못한 떨림이 내게로 다가왔다.

살며시 내 몸이 한 남자의 손길을 매끄럽게 통과했다. 그의 미소가 나를 짓누르며 뚫고 들어왔다. 그의 손길은 달콤하면서도 쓰라렸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놓쳐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멀리서 들려오는 리안의 목소리, 그의 순수한 경고음은 곧게 내 마음을 깃들였다.

"그의 손을 놓치면 안 된다."

그 순간, 잘못된 엮임과 미묘한 불안감은 그 짙고 끈적한 연민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모든 것은 나의 존재에 얼마나 가치가 있으며, 과연 그 가치를 누가 판단할 수 있을지에 관한 것이었다.

나에게 다가오는 실체가 그리고 새로운 현실을 만든 것인가? 이 시간이냐고. 그것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느끼고 있는 강렬한 두려움과 기대는 존재감을 허락했다. 그것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그 순간, 하늘은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때, 먼 곳에서 무언가 스산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익숙한 음성이 바람을 가르고 내 속마음을 휘저었다.

"이 거리에서는, 눈으로 감지할 수 없는 그 무엇을 봐야 할지도 몰라."

그저 흐릿한 기록 속에서 허락되지 않은 것이었다. 그것은 또 다른 본능의 상상력과 충돌하듯 내리쳤으며, 그 속에서 감각의 불완전함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

나의 오른쪽 발밑에서 눈부신 빛이 터져나왔다. 그 순간, 내가 무의식으로 내디딘 발걸음의 끝에는 충격적인 발견이 있었다. 불빛 하나가 열리고 그 끝에는 새로운 경로가 드러났다. 예감하던, 그러나 여전히 좀처럼 이해되지 않은 순간이었다.

"지금이 바로 너의 결정의 순간이다." 다시금 찾아온 압도적인 음성이 채찍처럼 내 영어리를 찌르며, 나를 설레게 했다. 마치 그리운 곳으로 떠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버린 것처럼.

그 순간,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함께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평선 저편에서 불가해한 그림자들이 몰려왔다. 그들은 사방에서 솟구쳐오며, 나를 향해 다가오는 그림자를 가르쳤다.

갑작스럽게 나는 충격을 받은 듯 고요한 공백을 마주했다. 매듭짓지 못한 끝, 끝내 밝혀지지 않은 빛의 휴거, 그것은 여전히 나를 시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나를 밀어붙이려던 순간, 나는 비명에 가까운 외침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때 갑작스럽게 모든 소리가 멎었다. 불길한 조용함과 함께 새로운 문이 열리고, 그 어둠 속에는 새로운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특별한 감각에 사로잡혀, 그의 무거운 침묵을 응시하였다.

바로 그때, 계속해온 걸음을 갑자기 멈췄다. 나의 속마음은 예고된 위기감을 파악하며, 지금 모든 것이 여기서 끝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미소의 손이 내 손목에 닿았다. 그리고 그녀의 흔들림 없는 눈은 나를 깊이 응시했다. 그녀의 입에서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충고가 흘러나왔다.

나는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결단해야 할 것들을 품고 있었으며, 이 모든 것이 그 끝에 무엇을 드러낼 것인가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내 기억의 무게와 대면하여 새로운 결단을 요구받고 있었다.

이제, 나의 손에서는 거의 모든 방해물을 넘어서서 무엇을 만나게 될지 결정되는 시점이었다. 그리고 그곳, 내가 예정되었던 것을 마주할 순간이 눈앞에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