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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걸린 오래된 시계가 음산한 소리를 내며 시간을 알렸다. 미나는 두려움을 떨치려는 듯 가벼운 웃음을 머금었지만, 그 미소는 이내 얇은 종이처럼 찢겨 나갔다. 그녀 앞에 서 있는 여인은 다름 아닌 어린 시절의 친구, 수지의 옛 친구 지영이었다.
"오라니," 미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렇게 간발의 차로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지영은 미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눈동자에 숨겨진 불안감이 미나의 가슴속 깊숙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의 입가에 어렴풋이 머문 미소는 오래된 사진 속 잔잔한 추억처럼 그 자리에 새겨졌다.
"여전히 우리를 위해 준비된 무언가가 있긴 한 걸까, 미나?" 지영은 그녀의 손으로 천천히 식탁 위를 쓸었다. "어두운 구름이 머리 위에 드리워지기 시작하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운 바람에 스쳐간 고목의 잎처럼 흔들렸다. 미나는 자신의 속 깊은 곳에서 불안한 기운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것을 느껴야 했다. 이곳에 오기 전의 기억들이 허공에 떠오른 듯 스쳐 지나갔다.
"너희들, 그 남자를 알아?" 준호가 망설이며 물었다. 그의 손은 의자 등받이를 신경질적으로 움켜쥐고 있었다. "별난 사람이구나."
지영은 묵묵히 미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피곤한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젓는다. "흘러간 시간 속 어떤 부분이지."
미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풀어지지 않는 모르스 부호처럼 깜빡거렸다. 그 동안의 침묵이 고요함 대신 불편함으로 채워졌다.
지영이 실내로 천천히 들어오자, 수지는 묵묵히 그녀를 맞이했다.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네. 그 남자와 어떤 일이 있는 거야?"
지영의 얼굴에는 고요한 웃음이 그려져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야.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오겠지."
"어쨌든 여기 온 이유는 풀어야 할 과제를 다시 머리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니까." 준호는 지영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나 지영은 그저 담담히 미소를 지었고, 그녀의 웃음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곳은 결국 우리를 찾아낼 것이고, 그들이 다가오기 전에 우리가 나서야 할 테니."
미나는 속 깊은 피로감이 소용돌이치는 걸 느끼며 천천히 뒷좌석에 기대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모든 것이 달아올라 결국 상상을 초월하는 것을 찾는 여정 같았다.
그리고 그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나누던 그 순간, 창밖엔 이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미세한 소리가 공간을 감싸며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아무튼, 나도 돕고 싶은데..." 지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비밀을 가진 이들이 모이기 시작한 듯하군. 내 사촌동생이 이야기하던 곳이 바로 여기였던 걸. 모든 게... 상상 속 꿈일 뿐인 줄 알았어."
수지의 눈이 커졌다. "그게 무슨 말이지?"
지영은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조심스레 미나 쪽으로 뻗어 있었다. 그것은 불확실한 길을 앞둔 사람들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관용이었다.
"가까운 시일 내에 각자가 찾던 대답을 알게 되겠지." 그녀의 목소리는 어느새 조용히 어둠 속에 스며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식당의 전화벨이 갑작스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저 예고 없는 심장의 경종과도 같은 소리였다. 모두가 순간 멈추어 섰고, 미나는 손을 뻗어 무겁게 들썩거리는 수화기를 잡았다.
"여보세요, 백상가 카레입니다."
전화 너머에서 전해오는 목소리는 마치 먹구름 속에서 울려 퍼지는 번개처럼 날카롭고 긴박하게 닿았다.
"미나 씨, 문제가 생겼습니다. 중요한 정보가 새어나간 것 같아요. 반드시 지켜내야 합니다!" 낯설지 않은 목소리였다.
미나는 숨을 들이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의 등줄기로 소름 돋는 긴장감이 장판을 훑고 지나갔다.
"당신이 알 필요 없는 일들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상대방의 목소리는 변함없었다. "조심하십시오. 이건 시작에 불과해요."
미나는 한 걸음 물러서서 자신의 귓가에 얹힌 수화기를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마치 거대한 퍼즐의 첫 조각이 맞춰지며 켜켜이 쌓여가는 긴장감이 물결쳤다. 향기로운 카레의 정체는 어떤 무거운 질량을 감추고 있었고, 어두운 세력의 발걸음이 불가피하게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눈앞에는 무언가 크게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해야 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정체된 마치 시간 속에서 멈춰진 것이었다.
미나가 수화기를 내려놓은 그곳에는 무거운 침묵이 자리잡았고, 식당의 다른 한구석에서는 낯설고도 새로운 손님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
그들의 가게 밖 자연소리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를 기다리는 모든 갈등의 씨앗은 이미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저 고요하게 숨을 가다듬었다—그리고 어쩌면 그들은 지금껏 알지 못했던 차원의 중심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여기서부터 그들의 이야기는 진정한 시작을 알리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 누구도 다음 장으로 넘어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