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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깨진 유리 뒤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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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조각들은 언제나 예린의 손끝에서 미묘하게 춤을 추고 있었다. 균열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싸늘한 빛이 그의 눈가를 스쳐갔다. 그는 순간적으로 몸을 틀어 레오의 존재를 확인했다. 레오는 무심하게 그를 쳐다보고 있었고, 그 깊은 푸른 눈은 그 자체로 일련의 비밀을 품고 있었다.

"네가 여기서 본 모든 것이 진실은 아니야, 예린."

레오의 목소리가 낮게 흐르며 귀에 닿았다. 그의 어깨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내려갔다. 예린은 균열 속으로 손을 뻗쳤다. 그것은 마치 실체를 가진 것처럼 그의 손을 물렁하게 감싸며 차갑게 간지럽혔다.

"뭐가 진짜인지 알아야 해."

한 그루 나무가 하늘로 길게 뻗어 오른 그것의 그림자가 마치 핏줄처럼 이곳저곳 번식하고 있었다. 미하엘은 그들을 잠시 응시했다가 머리를 숙이고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찾던 건 이게 아닐 수도 있어."

예린은 망설임 없이 그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긴 침묵 사이로, 그 차분한 확신이 물결처럼 번져 나갔다. 그도 모르게 그의 심장박동이 느리게 울렸다. 그의 팔꿈치 너머에서 번쩍이는 빛이 다시금 은밀하게 통과하며 허무의 음영을 입혔다.

"하지만 계속 나아가야 해. 우리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레오는 눈을 빛내며 그들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의 눈빛은 모든 것을 알겠다는 듯한 미소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 각자의 내면에서 끓어오르던 고요한 불안이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때, 무너진 시계를 연상케 하는 금속성의 소리가 귓가를 사로잡았다. 벽 안쪽에서 모든 것이 흔들렸다. 조각들이 소란스럽게 흩어지며 세상을 흔들어 놓았다.

"이게 무슨 소리지?"

미하엘은 즉각 다가오는 폭우를 예상한 듯 무릎을 굽히며 균열의 방향을 조심스럽게 탐색했다. 그의 계산된 움직임 속에서도 불안감이 마치 균열 내부의 총집합처럼 덮쳤다.

"시간이 움직이고 있어."

예린은 눈꺼풀이 마치 파도처럼 닿는 것을 느꼈다. 그가 바라보는 순간, 균열로부터 새어 나오는 차가운 열기가 그의 얼굴을 식혔다. 심연에서 발로 차오르듯 끝없는 어둠이 바닥에서 솟구쳐 올랐다.

"뭔가 다른 게 있어."

레오의 시선이 멀리 지나간 순간, 그 뒤따르는 빈 부재가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다시시작된 퍼즐처럼, 예린은 무언가 너무나 선명하고 이해되지 않는 것에 주목했다.

휴대폰의 열기 같은 감각이 손안에 느껴졌다. 손가락이 올라오고 다시 내려감에 따라 작은 진동이 점점 강해졌다. 그때 균열 너머에서 추락하는 데칼코마니 같은 그림자가 무수히 덮쳐왔고, 그는 본능적으로 손짓을 멈췄다.

"이젠 돌아선 것도 불가능해, 그렇지?"

레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의 음성이 단단하게 울렸지만 동시에 빼앗은 신뢰감보다 더 많은 고갈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만약 더 큰 문제의 파장이 밀려온다면, 그들은 갈림길로 나뉘게 될 것이 분명했다.

"결정할 시간이야."

미하엘의 목소리는 그 속에서 경고의 전조를 울렸다. 그 순간, 시간의 장벽이 파도처럼 으르렁이며 뒤흔들렸다. 모든 것이 집중된 균열 속에서, 고요한 허탈감이 그들 사이를 뚫고 흘렀다.

들숨과 날숨 사이, 균열 속에 숨겨진 작은 조각들이 그들의 시야에 드러났다. 그리고 그 조각이 한데 모여가며 새로운 진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한 줄기 빛을 따라가며 눈앞에 새로운 그림자가 덮쳤다. 예린은 혀를 차며 더 이상의 그늘을 피해 나가려 했지만, 그 누구도 이젠 그 장소에서 발 디딜 수 없었다.

그때, 그들은 마지막으로 남은 강력한 느낌을 떨치지 못한 채, 눈앞에 서성이는 그림자 속에서 피어나는 진실의 서곡을 감지해야만 했다.

그러자, 그 틈을 틈타 균열 안으로 신비로운 실루엣이 그림처럼 피어오르며 다가왔다. 그 모습은 명백하게 그들에게 다른 경고를 주는, 완전한 새로운 차원의 초대였다.

그 섬뜩한 침묵 속에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감정이 요동쳤다. 그 무엇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지만, 그 순간의 결단이 그들 모두에게 어떤 의미인지 깨달아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기묘한 실루엣이 어둠을 뚫고 완전하게 드러났다. 모든 것이 모호한, 이윽고 틈새에서 무언가가 그들 앞에 나타날 것처럼 말이다.

예린은 그 미지의 형상에게 손을 내밀어 닿으려 않았다. 숨이 막히는 순간의 끝자락에서, 그 미지의 존재가 전혀 새로운 함의를 갖고 다가왔음을 알아차렸다.

잠시 모든 것이 침묵한 순간 동안, 그들의 결정과 선택은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열어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가려져 있어야만 했던 진실은 곧 더 이상 가리워질 수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이 새로운 얼굴과 함께 시간을 조작하는 자의 속성에 대한 질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초조하게 긴장되는 순간, 달리거나 멈춰야만 하는 상황에서 모든 것이 그들에게 달려 있었음을 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