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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미궁 속의 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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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숨도 멈춘 듯 정적이 흘렀다. 태민은 아찔하게 어두운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주변의 온도가 갑작스레 떨어진 듯, 그곳은 숨막힐 듯 차가웠다. 그의 피부에 닿는 공기는 금속적인 차가움이 깃들어 있었다. 그들은 그곳에 무엇이 뛰쳐나올지 모르는 무명의 감각에 갇혀 있었다.

"조용히 해..." 태민의 속삭임이 어둠 속을 가로질러버렸다.

지연과 현수는 발 디딜 틈새를 찾으며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섰던 지점에 거대한 그림자가 그려졌다. 그림자는 마치 풍화를 겪어낸 고대의 돌 절벽처럼 격렬하게 그들을 압박했다. 또다시 들려오는 마찰음은 그들 사이에 무거운 공기의 파도를 일으켰다.

"방금... 무언가 움직였어." 지연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그들의 차분함을 잃게 했다.

태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손가락 끝으로 기척을 느꼈다. 손끝에 감도는 떨림이 그의 예감에 점점 더 강하게 다가왔다. 그가 앞으로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그 감정은 더욱 날카롭게 다가왔다.

"여긴 단순한 미로가 아닌 것 같아." 현수가 말했다. 그의 눈빛은 여느 때보다도 진중했다. 현재 상황은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 그 무엇을 암시했다.

그 순간, 세훈이 한 걸음을 물러섰다. 무언가가 그들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망설임 없이 빛을 내뿜었다. 서서히 명확하게 드러나는 실루엣. 태민의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었다. 그것은 단순한 거울이나 벽 너머의 경계가 아니었다.

"이봐, 뭔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세훈의 목소리에 긴장감이 서렸다.

그림자는 응축된 형태를 드러냈다. 그 속에서 두 눈이 기묘하게 빛났다. 그 눈빛은 그들을 직시하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태초의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은 그들 앞에 있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존재였다.

"우리를 잡으러 온 걸까?" 지연이 눈을 크게 뜬 채 물었다. 이성적 사고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듯 귤빛 눈동자가 눈앞에 반짝였다.

"진행해 보자." 태민은 경계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와 동시에 기세 좋은 움직임 속에서 무언가 터져나왔다.

예상치 못한 돌발성 세상이 문을 두드리는 것 같았다. 촬영 중인 영화의 한 장면처럼, 또다른 시야가 열렸다.

"무슨 소리지?" 현수가 수평선 너머에 귀를 기울이며 물었다.

그들 눈앞에 있던 것이 서서히 흐려지면서 그들의 답답함을 자극했다. 그 순간, 태민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가 이곳에 어떤 기억을 두고 왔는지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기억은 분명 그를 뒤흔들었다.

"기억들... 모든 게 다 안겨가는 것 같아." 지연의 목소리엔 얇은 긴장감과 감정이 숨겨져 있었다. 그녀가 다소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때 불현듯, 모든 것이 정지했다. 곧게 밟고 서 있는 발 밑이 진동하며 미세한 파동을 일으켰다. 그 진동은 땅 속 어딘가 깊은 곳에서부터 폭발하려는 무엇의 전조일 뿐이었다.

"들려?" 태민이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두드러지게 울렸다.

그 시점에서 마주한 현실은 더 이상 그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시야 끝에 또 다른 독창적인 존재가 서서히 들어오고 있었다. 그것은 재앙같은 무게감을 지닌 것으로 보였다.

"또... 또 나오고 있어," 세훈이 방어 자세를 취하며 말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그리 멀리 퍼지지 않았다.

그들 앞에 놓인 것이 겹겹이 쌓인 장애물처럼 이루어져 있다고 한들, 그들의 갈 길은 분명해 보였다. 서로서로 곁을 지키며 이 길의 끝을 향해 나아가는 수밖에.

그러나 갑자기 청각이 아닌 다른 감각들이 그들을 덮쳐왔다. 전투의 고뇌와 또한 그들이 내딛을 방향의 틀을 감지해야만 하는 모순이 있었다.

바로 그 순간, 그들의 뒤로 휘감듯 붙어있던 미궁 속 음성들이 일제히 쏟아졌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강렬한 압력이 그들을 뒤덮었다. 눈을 크게 뜬 채로, 첫 번째 문제를 암시하는 것이었다.

"곧 시작되는 것 같다." 태민이 고개를 돌리며 속삭였다.

그들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은 또 다른 가능성이었다. 입구는 문득 다가오는 질문과 함께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모든 것이 직시된 상황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분명히 이해해야 할 무언가를 발견해야 했다.

"그렇다는 건... 그럴 수도 있어." 현수가 다가오는 것들을 눈으로 쫓으며나 운을 떼었다.

모든 선택지가 그들을 둘러싼 상황 속에서 결정의 문제를 안기고 있었다. 그들은 명확하고도 혼란스러운 순간, 마치 고흐의 혼합된 유채색 속의 그림자 같았다.

괜히 그곳에서 발길을 돌려 조용히 마치기를 바라고는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은 망설일 수 없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더욱 통렬하게 그들의 심장을 두드렸고, 대담한 발표를 요구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순간, 그 어느 것도 푸른 안개 속에 잠기는 결과로 끝나지 않을 것이었다. 모든 직감이 사실의 경계 안팎을 넘나들며 그 방향성을 조각하려 들었다.

이들의 앞에는 또다른 실마리가 거대하게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클리어해 보이는 빛줄기가 솟구치자, 새로운 목소리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 앞에 서게 된 것은 확신할 수 없는 여운이었다. 그들의 시선은 우물쭈물한 채 그 증거를 찾으려는 듯 불안하게 떠돌고 있었다. 그 어떤 결말이 오더라도 그것은 쉽게 해소되거나 사라질 일이 아니었다.

마침내, 이 죽음의 무대가 그들 앞에 펼쳐질었다. 종전의 수수께끼가 그들 앞에서 일어선 것이었다. 단순히 이곳에서 풀기 위한 것이 아닌, 더 깊숙한 문제를 알리기 위함이었다.

그들의 심장은 그 심연 속으로 한걸음을 걸어가야 했다. 그들은 그곳으로부터 다시 되돌아갈 수 있는가? 아니면 거울이 비추는 운명에 매혹될 것인가?

그들의 긴 여정 속에서 그 모든 것은 또 다른 시작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