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14화. 기억의 덫

이 에피소드는 오디오북이 제공되지 않습니다.

납바늘처럼 무거운 침묵이 공간을 채웠다. 숨결조차 들리지 않던 복도에 느닷없이 번개의 잔상이 바스락거렸다. 고요한 정적을 깨뜨린 첫 소리는 소희의 심장에서 울렸다. 그녀는 등 뒤에서 번번히 불안감의 발자국 소리를 느꼈다.

"소희, 포기할 거야?" 민재의 목소리는 낮지만, 묵직했다. 그 안에 깃든 믿음은 그녀의 결단을 기다렸다.

"아니, 끝까지 가볼래." 그녀는 결심을 굳히며 대답했다. 목소리는 생의 무게를 담아, 복도를 가로지르며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불안했다. 그것이 과거에 대한 두려움임을 깨달았지만, 이제는 물러설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 새어나온 미소가 비틀거리듯 소리 없이 살아났다. 그 무게는 소희의 발을 밑으로 끌어당겼고, 그것이 불길한 느낌이 들게 했다. 거친 숨소리가 불어오며 긴장감이 극도로 치달았다. 소희는 땀에 젖은 손바닥을 떨어내며 순간의 깨달음을 움켜쥐었다.

갑자기 뒤에 있던 문이 자동으로 닫히며, 한 번의 두둑한 충돌이 메아리쳤다. 그제야 소희와 민재는 눈앞의 상황을 확실히 인지했다.

"이제 어떡하지?" 민재가 숨을 가다듬으며 물었다. 주변의 어둠 속으로부터 무언가 그들의 존경심을 바싹 았았다.

각성한 소희는 벽을 따라 미세한 털결에 불안함을 혀끝에서 녹였다. 발소리에 텀을 두고 빈센트가 접근했다. 그는 불안감 속에서도 순간적으로 결연한 태도를 보이며 접근했다.

"우리, 이 길을 끝까지 가야만 해." 뒤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빈센트가 덧붙여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지만 뭔가 장엄했다.

악의 없는 눈빛이 그들 사이를 맴도는 사이, 어긋난 마룻바닥 틈에서 퍼지는 냉기가 발밑의 누군가를 숨죽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은 아무 말도 없이 앞에 나선 실루엣을 지켜보며 한 발짝 더 내디뎠다.

"왜, 여기까지 온 거야?" 낯선 목소리가 뒤를 저며 인사를 건넸다. 그 목소리 조금 둔하게, 아련히 여운을 남겼다.

빈센트는 그들에게 힌트를 주듯 고개를 돌렸다. "비밀은 멀리있는 게 아니더군." 그가 반전하는 속삭임으로 이어 말했다. 그의 시선은 양 방향으로 흘러나왔고, 소희는 잔상을 거두기 위해 동공이 축소되는 것 같았다.

공기의 이동이 소희의 감각을 자극하며 강렬히 느껴졌다. 그 촉감은 낡은 시간의 흔적이었던 것일까? 그들이 산 경험담의 집합체일지 몰랐다. 그 순간 소희는 숨을 멈췄다.

"모든 기억은 다 여기 있어." 그 실루엣이 다시 그들의 경계심을 시험하며 중립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볼 수 있어?" 소희가 숨죽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 문장은 마치 지나가는 바람이 부는 것처럼, 수용불가하게 이어졌다.

"정확히 찾게 된다면," 그 상대방의 대답은 즉각적이었다. "그걸 이루기 위한 지도가 여기서 구축될 거야."

소희는 그 말을 끝까지 들으며 그녀의 주먹을 꽉 쥐어부었다. 민재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의 제스처를 보냈다.

"그러니까," 민재가 무심코 그들을 후속하며, "우린 여기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단 걸 알아야겠군." 그는 그들의 결단을 인정하듯 주관적인 농담을 던졌다. 그들의 발자국은 한층 더 무의미한 소음으로 간주되었다.

"뒤로 물러설 수는 없어." 소희는 굳은 입술로 중얼거렸다. 그들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새로운 결의를 각성했다.

그 소중한 결단 속에서 소희는 두려움을 벗어버렸다. 그리고 어둠 속의 소리를 잡으며 걸어가는 사이, 그들의 앞에 놓인 한 줄기 빛. 그것은 이 길의 끝에서 그들을 막기 위해 반짝이고 있었다.

어디선가 들리는 귓가를 울리는 번쩍이는 소리가 한계를 넘다들고, 그 순간 소희의 팔꿈치를 통해 매서운 띠가 그녀의 온 신경을 작동시켰다.

그러자, 다시금 길을 따라 움직였을 때 느껴지는 무언의 계시에 의해 그들은 깜짝 놀라는 얼굴을 드러냈다. 그들 앞에는 문이 하나 더 있었다.

열려있는 문턱 너머로 희미한 빛줄기가 새어나왔다. 그것이 지면을 비추며 새로운 장면을 상기시키는 듯 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소희와 민재는 동시자적으로 귓가에 서로의 존재를 기반으로 만들어가는 전략을 세울 것을 약속하며 속삭였다.

그들 속에 납득할만한 결심은 오지 않았지만, 중요한 것은 순간에 머물지 않겠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결론 짓지 않은 결단 속에서 그들의 발걸음은 단단히 포개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잊어선 안 돼," 소희가 입술을 움켜쥐며 다짐하기 위해 외쳤다. 인계점에 다다른 그리움을 삼켜내려는 듯, 그녀의 손은 그 결심을 흔들리지 않은 체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비밀의 막이 더욱 강렬하게 내려 앉으며 이 화의 막이 내렸다.

다음 화에 펼쳐질 이야기가 궁금했다.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그들의 결정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여전히 미지수였다. 그리고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해서 그들의 머릿속을 감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