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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가장자리에서 김민재는 두 손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자신을 가다듬었다. 그의 주변에서 둔탁한 발소리와 함께 경쾌한 휘파람 소리가 섞여 들렸다. 한편에서는 관중들이 뭔가 대단한 것을 기대하며 서성이고 있었고, 그 분위기는 충전된 전류처럼 민재의 신경을 간질였다. 눈앞에서 미묘한 떨림이 있는 이민호 코치의 시선이 그에게 닿는 순간, 민재는 다시금 집중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가자, 민재야. 늦으면 안 돼." 최영호가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영호의 얼굴에는 흔히 보이는 차분함이 아니라 긴장 섞인 기대가 어렸다.
민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운명처럼 무대에 서기 위해 또 다른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 순간 그의 내면을 지배하는 것은 어느 쪽도 확실치 않은 무언가였다. 그것은 두려움이자 동시에 열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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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 들어서자 팀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작전 회의를 시작했다. 그들 사이에 흐르는 침묵은 작전 회의의 진지함을 배가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박지훈이 입을 열었다.
"오늘 경기는 어떻게든 우리는 반드시 승리해야 해. 한 순간도 방심하지 말고 서로 의지해야 한다. 민재, 이번 경기는 너에게 큰 도전이 될 것 같군."
지훈의 말에 민재는 가슴 속에서 무언가 쿵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그의 시야에는 잔잔한 불안을 감추려는 서진의 얼굴이 담겼다. 그녀는 다정하게 웃으며 말없이 그의 가늘게 떨리는 손을 조용히 잡아주었다.
"잘해야 해, 민재야. 몇 주 동안의 훈련, 너희의 노력, 이 모든 것을 생각해." 서진의 부드러운 목소리엔 그 스스로도 들으려는 위로와 격려가 담겨 있었다.
민재는 그녀의 손길에 잠시나마 안도감을 느꼈다가, 즉각적으로 현실로 돌아왔다. 그의 머릿속은 이민호 코치와의 대화로부터 이어지는 생각들로 혼란스러웠다. 아직도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 코치의 말은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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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시작되면서 민재는 필드 위를 질주했다. 우레 같은 환호와 함께 여러 점투가 이어졌지만, 민재의 머릿속은 여전히 코칭에서의 대화를 맴돌았다. "변화가 필요하다." 그 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계속해서 그를 따라다녔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거울처럼 흐릿하게 왜곡되어 있었다.
그때 최영호가 수비진을 벗어나면서 재빠르게 공을 넘겼다. 민재는 공의 궤적을 따라 빠르게 움직였다. 그의 발끝에서 날아가는 중거리 슛은 관중의 환성과 함께 깔끔한 곡선을 그렸다.
"골인!" 지훈의 외침이 퍼져나갔고 팀의 흥겨운 환호가 운동장을 메웠다. 그러나 민재는 명백한 기쁨 속에서도 마음속에 놓여있던 실타래가 풀리지 않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다.
바람이 쾌적하게 불어오는 한편, 이민호 코치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의 차가운 눈빛이 경기장 너머로 민재에게 날아들었다. 마치 '그게 전부야?'라고 묻는 듯한 무언의 압박이 민재를 밀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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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승부에 가까워질 무렵, 민재는 벤치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지친 팔을 이마 위로 문지르며, 그의 눈은 필드를 넘어서 관중석을 따라가다가 이내 이서진과 장미나가 앉아 있는 곳에 머물렀다. 그들의 얼굴에는 응원의 메시지가 한결같이 새겨져 있었다.
"말도 안 되는 경기다. 너 정말 사람 아니네." 장미나가 어딘가 놀라운 듯 웃으며 말했다.
"너라면 충분히 해낼 거야." 서진 역시 그의 곁에 있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그러나 민재는 아직도 그의 내면 어딘가에 존재하는 코치의 기대에 못 미친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그 감정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생각보다 깊은 곳까지 침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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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직전, 민재는 다시 필드로 돌아갔다. 단단히 준비한 마지막 공격을 위해 비상이 걸렸다. 숨 가쁜 순간들로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공간 감각은 날카로워 졌고, 미세한 차이 속에서도 빠르게 대처했다.
마지막 공격상황에서, 압박이 증대되자 최영호가 빠르게 패스를 올렸다. 민재는 공을 받아들고 곧바로 달리며 자신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갈등과 싸우기 시작했다. 그때 그는 마주보는 골대를 향해 결단을 내렸다. 그의 신체가 공과 함께 공중으로 날아가는 순간,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시간의 흐름을 날카롭게 자르며 들려왔다.
모든 것은 한 조각처럼 분리된 시간 속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그 순간 민재는 자신의 심장이 병아리처럼 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발소리가 지나간 뒤 필드가 덮히는 침묵 속에서 새로운 기류가 확산되었다.
관중의 함성 속에서 민재는 다시 한 번 주변을 살폈다. 그때 이민호 코치와 김태준의 조용한 대화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 모든 것이 그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복잡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순간,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의 가슴은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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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종료된 후, 사람들이 떠나간 운동장은 적막 속에 휩싸였다. 민재는 벤치에 걸터앉아 고개를 숙인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때 박지훈이 다가와 옆에 섰다.
"잘했어, 민재. 하지만 왜 진짜 네 힘을 발휘하지 않는지 묻고 싶어." 그의 목소리는 예상치 못한 차원의 공감을 담고 있었다.
민재는 그의 말을 듣고 내면에서 무엇인가 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뭣 때문에 그러는 걸까?" 스스로에게도 답할 수 없었다. 다만, 이민호 코치의 말이 머지않아 불길한 사건을 예고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지훈의 어깨 위에 손을 얹고 떠나려는 바로 그때, 귓가에 다시 한번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그 소리에 민재의 심장은 매순간마다 더욱 빠르게 뛰었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무언가 큰일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리고, 주위를 가로지르던 바람에 실려 들려온 이름이 있었다. 민재의 귀에 차갑게 박혀왔고, 그의 마음속에는 이내 더 큰 의문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그 경계는 나락으로 추락하듯 그의 발 아래로 스르르 밀려들고 있었다. 그 순간 그의 눈에는 새로운 결말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그는 이제, 뒷걸음칠 수 없는 앞길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