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에피소드는 오디오북이 제공되지 않습니다.
달빛이 흐릿하게 운동장을 비추며 미묘한 불안을 품고 있었다. 민재는 무겁게 휜 어깨를 펴려고 노력하며 눈 앞의 자신과의 싸움을 준비했다. 크리스와 준환의 말이 그의 머릿속에 여운을 남겼고, 앞으로 닥칠 일이 무엇일지 간신히 예측할 수 없었다.
그가 깊은 숨을 들이쉬는 동안, 휴식 후의 침묵이 운동장을 가득 채웠다. 수민이 공을 차고 웃음소리가 들렸지만, 민재는 그 순간에 휩싸여 앞서 준환이 말했던 '그 너머'의 세계에 대해 곰곰히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코치님, 괜찮으세요?"
윤아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녀는 그리운 듯 민재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손끝이 유난히 바르르거렸고, 윤아는 본능적으로 느낀 듯 민재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고마워, 윤아. 여기가 좀 혼란스러워." 민재는 그녀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마치 그가 윤아와 저 빛나는 수민의 환한 얼굴들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고 싶은 듯.
그 순간, 지훈이 그들 쪽으로 달려와 숨을 가쁘게 내쉬며 말했다.
"코치님! 누군가가 계속 숨으면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어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민재는 자신이 이전부터 느꼈던 불안감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주변을 살폈고, 그 시선이 송곳처럼 느껴질 정도로 강렬했다.
"어디야, 지훈? 누구지?"
"저기 저쪽, 큰 나무 뒤에 무언가 움직이는 게 보였어요."
지훈의 눈길을 따라 민재는 적막한 어둠 속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 서있는 그림자는 의심할 여지 없이 이 상황에 대한 또 다른 퍼즐의 조각임을 직감했다. 민재는 로봇처럼 천천히 그쪽으로 발을 옮겼다.
"모두 여기 잠시 기다려." 민재는 조심스럽게 아이들에게 말했다.
가슴 속의 불안이 마치 노여운 파도처럼 울렁거렸고, 민재는 주먹만한 크기의 두려움을 간신히 억누르며 천천히 움직였다. 나무 근처에 다다르자 환하게 드러난 것은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그림자는, 민재가 전에 결코 볼 수 없었던 인물이었고, 나무 그림자 속에서 조용히 민재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순간, 민재의 심장은 멎은 듯했고, 그의 숨은 무겁게 다리에 내리박혔다.
"당신이... 대체 누구지?" 민재가 제어되지 않은 감정 속에 대고 으르렁댔다.
상대방의 얼굴은 흐릿한 달빛 아래에서 더욱 뚜렷한 형체로 드러나고 있었다.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고, 그 존재의 목소리는 낮게 깔리며 분명한 명령 같은 울림을 내뱉었다.
"민재, 이제 선택의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어."
민재가 그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뻣뻣해졌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하나의 큰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연극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민재는 머리 속에서 벌어지는 족쇄가 풀리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왜 나인가? 왜 지금인가?" 민재는 채워지지 않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그 인물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무엇인가 숨겨진 것을 알고 있는 듯 빛나고 있었다. 민재의 등 뒤에서 작은 발걸음 소리가 다가왔고, 이는 지훈이 그 뒤를 따라오는 소리였다.
"민재님, 기억하세요. 어둠은 결코 쉬지 않는다."
그 말이 남긴 메아리가 울리는 동안 민재는 이 싸움이 그가 과거에 겪었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감각은 아직 밝혀내지 못한 어둠의 한가운데로 서서히 그를 끌어들이고 있었다.
지훈이 민재 옆에서 속삭였다. "계속 해야 해요, 코치님. 우리는 믿고 있어요."
그리고 그 믿음 속에 민재는 앞으로 벌어질 수많은 격동의 순간을 감내할 준비를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순조롭지 않을 것임은 명확했다. 이제 시간은 그들의 편리함을 배반하고 있었고, 민재는 더 큰 싸움을 위해 준비해야 했다.
그러나 그가 또 다른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떤 방향을 택할지, 과연 그 끝에는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는 알 수 없었다. 눈앞에 장애물이 잔뜩 놓인 길의 중간에 서듯, 민재는 그들이 결코 쉽사리 알아낼 수 없는 깊은 비밀의 중심으로 점점 다가가고 있었다.
어둠 속의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되었으며, 그 끝에서 그가 벌어야 할 진실은 여전히 그의 손에 닿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내딛는 발걸음마다 세상의 무수한 불빛들이 그를 향해 밝게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