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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미궁 속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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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안개가 깔린 밤거리, 도시의 불빛은 흐릿하고 소음은 꿈처럼 멀게 사라졌다. 나는 고개를 숙여 전단지를 뿌리며 걷는다. 작곡의 영감은 한정되어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나는 길을 잃는 기분이다. 그때였다. 별안간 귀가 울리는 소리가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길모퉁이에 놓인 헌책방에서, 나는 그 깔끔하지 않은 외관 속에서 오래된 헤드폰을 보았다.

고작 고물 덩어리에 불과할 것 같은 그 물건이 이상하게도 나의 시선을 강하게 끌었다. 누렇게 변색된 가죽 밥을 만지자 굳어있던 마음의 매듭이 살짝 풀렸다. 그것이 마치 이곳에서 나를 오래 기다렸던 듯, 서둘러 들어오라는 신호처럼 들렸다.

"이거 얼마죠?" 나는 책방 주인에게 물었다.

그는 나를 한참 동안이나 살피더니, 느리게 미소를 지었다. "저물지 않은 이야기의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소. 하지만 자네의 노력이 필요한 물건이오."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쩐지 그 말이 가장 적확하다고 느꼈다. 익숙치 않은 나무 냄새가 코를 찔렀고, 뭔가에 이끌리듯 그 자리에서 나는 지갑을 열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도시의 소음은 사라지고, 차가운 바람이 피부를 파고든다. 집에 돌아왔을 때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헤드폰을 조심스럽게 귀에 걸쳤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 순간 열린 세계는 나를 숨 막히게 했다. 눈앞은 살짝 희미했고, 뒤이어 들린 것은 분명히 내가 알지 못하는 시대의 음악이었다. 흐릿하지만 웅장한 교향곡이 고요한 방 안을 가득 채우며 울려 퍼졌다.

그 사운드는 지금까지 경험해온 모든 것과는 달랐다. 한 음 한 음이 내 신경에 깊숙이 파고들었고, 심장은 그 음에 맞춰 함께 두드렸다. 나는 알 수 없는 떨림으로 몸을 일으켜. 헤드폰을 벗었다. 그러나 그 순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다시 헤드폰을 썼을 때, 내 앞에 나타난 것은 한 남자였다. 옛날 복장의 그는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다. 오래된 피아노 건반 위로 그가 손을 얹자 나의 손도 무의식적으로 같은 동작을 따랐다.

"너는 누구지?" 그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러나 목소리는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음악을 찾고 있는..." 어쩌면 나도 그 대답을 모르는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그와 나 사이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혹시 네 영혼이 잃어버린 것이 이곳에 있는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말은 내 어깨에 남겨진 먼지를 살짝 털어내는 듯 뻐근했다. "찾고 있긴 한데..."

"그럼 이 곡을 연주해 보게. 이 시대가 너에게 남긴 것이 있으니."

내 손을 통해 그의 음악이 다시금 울린다. 단 하나의 음표조차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피아노로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나는 그가 그린 세계에 더욱 깊이 잠식되었다.

그의 눈길에서 메마른 불꽃이 내려앉고 다시 피어올랐다. 이곳은 더 이상 내가 머무르던 차가운 현실이 아니었다.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말이다. 지금 이 순간, 그가 연주한 음들이 나의 속을 가득 채웠다.

"당신의 시대에서는 어떤 음악이 가장 사랑받고 있나요?"

"많고 많죠. 하지만 전... 지금 이 음악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아요."

한참 동안 기묘한 침묵이 흘렀다. 그 후, 그가 입을 열었다. "그럼, 너도 이 세계에서 함께 과거를 거슬러 가 보지 않겠어? 끊임없이 흐르는 음악의 근원을 찾으려면."

미쳐 몰랐던 세계가 손짓했다. 막연한 두려움과 함께, 나의 호기심은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림자처럼 고요하게 잔존한 이 시대 속으로, 거리감이 점점 사라져 갔다.

"나의 이름은 루츠. 나 역시 오랜 유랑자이지. 미래에서 온 음악가라니, 신기한 인연이구려."

루츠라는 이름에 살짝 몸을 떨었다. 이토록 생경한 존재와 대화를 나누다니. 울적하던 밤은 순식간에 매혹이 되어버렸다. 과연, 나는 이 여행의 끝에 더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인가?

그 어느 순간에도 이 헤드폰이 나의 고리가 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다. 그것은 단순히 하나의 물건이 아님을,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아, 성급하게도 많은 시간 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한다. 각각의 음표가 시대와 시대 사이에 가교를 놓으며 나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러나, 금이 간 설렘 속엔 아직 발 디뎌보지 못한 미지의 땅이 널려 있다.

"한 곡 더 들어볼래?"

루츠의 손이 건반 위를 지나가는 순간, 벽을 타고 비친 한 줄기 의문이 내 머릿속에 쏟아졌다. 이 모든 것을 깨달음으로 인도할 다음 화, 그 의문이 깊어진다.

"그럼 시작해 보자," 나는 과거의 음악 속으로, 그 깊이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