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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 같은 천둥 소리가 하늘을 가르며 귀를 찢었다. 한순간에 촘촘한 소나기가 거리를 휩쓸어버렸고, 사방이 물안개로 가득 차오르는 비 내린 시내를 걸었다. 그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곧 그 자리에 나타난 미지의 인물, 모든 것이 피안 너머에야 나타날 것처럼 보였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광경 앞에서 숨을 고장 내고 말았다.
"수민, 여기서 계속 머무르면 곤란해질 거예요."
지은이 빗물 속에서 나직히 다가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엔 인내심 마저 젖은 물 감각이 담겨 있었다. 한 발짝 떨어져있는 곳에서, 상우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맞아요, 하지만 떠나기엔 아직 우리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잖아요."
나의 목소리는 실로를 따라 바람 속으로 흩어졌다. 만약 우리가 이 장소를 떠난다면, 이 모든 출발점을 잃어버리게 될 것 같았다. 그래도 알 수 없는 불안한 그림자가 내 뒤를 집요하게 따라오고 있었다.
갑작스레, 준호가 다가와 내 옆에 섰다. 그의 얼굴은 어둠 속에서 묘하게 빛났고, 그의 손은 내 어깨를 살짝 스쳐 지나갔다. 그의 터치에 온몸이 살며시 부풀어오르는 것 같았다.
"수민, 선택의 시간이 온 것 같다."
그의 목소리는 깊고 단단했다. 그는 항상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내가 불안정한 내면을 드러낼 때, 준호는 언제나 보호막 같다. 그의 존재가 날 단숨에 평온으로 돌려놓곤 했다.
갑자기 가게의 문이 흔들리며 열렸다. 슈퍼마켓 내부의 불빛이 거리로 비어져 나와 발 밑의 물방울들에게 춤을 추게 만들었다. 그곳에서 나를 매혹시키던 무언가가, 이제 다시 날 인도하듯 빛을 주고 있었다.
"이제 모든 것을 밝혀내야 해요. 저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상우가 말하고 있었다. 그의 의도는 언제나 알 수 없는 경계를 밖으로 띄워 보내곤 했다. 그러나 그 믿없음 속에서도, 상우에게서는 감출 수 없는 진실의 냄새가 났다.
지은과 준호가 나란히 섰다. 우리는 모두 이곳의 비밀을 열어보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위험에 대한 두려움도 강하게 맴돌았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었다.
"준비됐나요?"
내가 물었다. 순식간에 서로의 시선이 얽혔다. 이 보이지 않는 끈이 우리를 어떻게 서로 묶어 놓는 것일까. 답을 찾을 수 없는 긴 한숨과 함께, 우리는 그 미지의 문을 향해 이끌렸다.
문이 열리고 우리는 그 속에 발을 들였다. 가게는 여전히, 처음 왔을 때와는 다르게 낯설고도 익숙한 포근함을 내뿜고 있었다. 가장자리엔 복잡한 주문이 나열된 책들이 놓여 있어, 마치 저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속삭이고 있는 것 같았다. 상우는 카운터 뒤에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
상우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명확한 의도를 담고 있었다. 그가 지팡이를 꺼내들 때,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하던 어두움 속에서, 무언가 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거울이었다. 우리를 담고 있는 듯, 그러나 또 다른 진실을 담고 있는 듯, 거울은 흐릿한 빛들을 반사하며 떨렸다. 거울 앞에 서자, 그 속에서 빙글빙글 도는 형상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리의 모습이 왜곡되며, 이내 전혀 다른 것처럼 변해갔다. 공기는 점점 무겁게 내려앉아 숨 쉬기가 버거웠다.
하지만, 그 속에서 분명한 메시지가 들려왔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던 그 뒤틀림 속에서, 이 모든 혼란을 이끌어냈던 진짜 이유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때, 지은이 심한 경계 속에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듯,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저기, 그게..."
그녀의 시선이 가리킨 곳은 이미 우리가 주목하던 바로 그 자리였다. 갑작스러운 계시 속에서, 희미하게 깜빡이는 빛들이 한층 더 강렬하게 타오르며 마치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우리의 시선이 모인 지점에서, 장대한 비밀과 숨겨진 이면의 조각들이 하나 둘 조립되던 순간.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시간이 흐르지 않는 듯 정지했고, 그 속에 담긴 단서는 옥상 너머 진실을 드러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건... 뭔가 의미하는 게 분명해."
준호가 철학적인 시선으로 그 지점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그의 미소는 아직 해답의 여지와 공허함이 남아 있는 듯했다.
그때였다. 돌연히 누군가 가게 문 안으로 성큼 성큼 들어섰다. 그의 발걸음은 무겁고도 결단이 섞인 것이었다. 모두가 그의 도착에 경직된 순간, 갑자기 제3의 인물, 다른 어떤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내가 돌아왔다. 이제 너희와 함께하지 않겠느냐?"
그 말 한 마디로 공간 전체가 떨려왔다. 이 낯선 이방인은, 모든 것을 상호 연결시키고 있었고, 우리가 예감했던 그 확신을 확인시켜주는 존재였다. 진실에 더 가까워질수록 우리의 혼란은 더욱더 가중되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 상우는 고개를 돌린 채로 그로부터 약간 떨어진 지점에서 그를 맞이했다. 그날 밤, 도시를 집어삼킨 빛 전멸 속에서, 우리는 또 다른 예고 없이 비밀의 한 막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때였다. 갑작스레 모든 초점이 그를 향했고, 절망을 희망으로 뒤집을 수 있는 질문들이 무겁게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