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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의 심장에서 혈액이 소용돌이쳤다. 도쿄의 거리에서 펼쳐질 경주가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달려왔던 것과는 다른 이질적인 공기가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이 묘하게도 흔들리던 분침처럼 불규칙하게 흩어진 가운데, 그에게 훈련의 무게가 감각적으로 실려왔다.
"하루이틀 뛰는 거 아니잖아, 민수야. 끝까지 버텨." 태호는 민수의 손을 꼭 잡으며 격려했다. 태호의 손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그의 불안을 잠시나마 몰아냈다. 하지만, 민수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여전히 묘한 불안감이었다.
그때, 피아노 건반이 눌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무릎을 좀듯거리는 뚝 소리가 주위를 맴돌았다. 민수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비와 맞받치던 나무 가지가 숲의 향기를 풍기며 떨어져 내렸다. 그의 코를 통해 들어오는 자연의 향기는 몇 순간 그의 마음의 격랑을 달래주었고, 손가락은 휠체어 핸들을 물끄러미 쥐고 있었다.
민수는 이제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더 이상의 실수 없이 나아가기로 결심하고 있었다. 그는 길 한가운데, 출발선에서 기다렸다. 규리가 그에게 다가와 검은 눈 속에 새로운 빛을 담아 위협적인 은근함 속에서 미소를 띠며 응시했다.
"난 널 믿어, 민수야. 이번만큼은 실망하지 않으리라." 규리는 말끝에 짧게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엔 어떤 비밀을 품고 있었다. 민수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시선을 규리에게서 돌렸다. 그녀의 기대가 그에게 압박을 주고 있었지만, 동시에 그 압박이 그를 한층 더 앞으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었다.
경주가 시작되면서, 민수는 순간적으로 공기가 팽팽해지는 것을 느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주요한 소리들이 그의 혈관 속 깊은 곳에서 진동하며 심장을 폭파할 기운이었다. 그의 시야는 점차 좁아지면서도 더 먼 곳으로 향했다. 그가 모르던 길이고, 동시에 자주 경험해온 길이었다.
한재현의 휠체어 또한 그와 함께 속도를 맞췄다. 마치 방금이라도 민수의 뒤를 덮치려는 상어처럼 꾸준히 거리감을 유지했다. 민수는 그 무게가 확인되지 않은 오래된 공포처럼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허벅지 근육을 보다 단단히 조였다.
차가운 바람이 그의 피부를 타고 내렸다. 피로와 압박이 동반한 무언가가 손목을 짓누르는 반지처럼 그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한재현이 다시 그의 옆에 모습을 드러냈다. 벼락 같은 말이 바람에 실려 날아왔다.
"네가 잘나서 그런 거 아니다. 준비가 잘못됐던 거야." 한재현의 시선은 날카로운 비난을 담아 그를 찌르르 보냈다. 그는 민수의 주위를 맴돌며 경고했다.
민수는 악의적인 뜻을 품은 한재현의 말을 듣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은 말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많은 벚꽃이 함께 흐르는 바람결에 떨어지는 것과 같았다. 시간이 점점 짧아지는 외마디 소리가 점차 크게 울렸다.
결승점을 향해 가는 도중, 민수의 숨이 거칠게 흔들렸다. 힘겨움이 그의 손바닥에까지 내려왔고, 열심히 달리면서 눈앞을 채우던 엷은 빛이 희미해졌다. 순간, 민수의 머릿속에 하나의 생각이 스쳐 갔다.
'이대로 끝날 수는 없다...'
결승점이 가까워질수록 민수는 이미 알아차렸던 것 외에 새로운 것이 해야 했다는 걸 알았다. 그는 더 이상 자신에게 향하는 음모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번뜩임의 순간, 줄곧 민수의 귓가를 감싸고 있던 잡음이 깃발처럼 떨리며 소용돌이쳤다. 그가 내딛던 길 위로 다가온 그림자가 불분명한 무언가를 알리는 듯 했다. 결승점은 눈앞에 점점 커져가고 있었지만,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새로운 일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그 순간, 민수의 결단이 모든 것을 바꿔놓을 것이라는 강렬한 직감이 그를 사로잡았다. 그동안 알고 있었던 것 이상의 무언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숨결은 점점 더 불어오는 찬바람에 채워지고 있었다.
결국, 시간은 그곳에서 멈췄다. 그의 손이 휠체어 핸들을 더 세게 쥐는 동안, 민수는 새로이 느껴지는 불안의 기운을 감지했다. 그러나 그는 알 수 있었다. 달리는 것만으로는 모든 것이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무엇이 앞으로 다가올지 예측할 수 없었지만, 그의 앞에는 또 다른 삶의 경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민수는 잔인하게도 열릴 문을 넘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공포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결말이 그를 맞이할지.
그러나 비밀은 그곳에 서 있었다. 탐욕과 희망의 경계에서, 민수는 결국 그 누구도 꿈꾸지 못했던 땅을 밟을 순간을 그렸고, 이미 시작된 새롭게 다가올 운명에 발을 쓱 내딛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