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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가 자정을 막 넘어가던 순간, 도시의 거리는 잠잠해졌다. 하지만 그 고요 속에서 뭔가 느껴지는 듯했다. 바람이 살갗을 스치며 지나가면, 마치 숨겨진 비밀이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고요한 거리에 불쑥 나타난 것은. 강렬한 불빛과 함께 허공을 가르며 내려앉은 전단지들. 그것은 알 수 없는 힘에 휩쓸린 듯, 마구 흩날렸다.
길모퉁이에서 쏜살같이 뛰어온 나는 숨을 고르며 전단지를 집어 들었다. "마법의 슈퍼마켓," 낯선 단어가 부딪쳐왔다. 자그마치 모든 것이 판매된다는 소문 속 신비한 가게가, 이제 바로 이 도시에 등장했다는 내용이었다.
"이게 뭐야, 장난이야?"
길가에 서 있던 여자가 혼잣말을 했다. 그녀의 눈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의심 어린 눈초리로 전단지를 훑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 호기심이 반짝였고, 나 역시 그녀와 같은 생각이었다.
우리가 가게 너머로 발걸음을 옮기자, 희미한 음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순간 오르골처럼 매혹적인 선율이 귓가에 스며들더니, 그 방향으로 발걸음이 이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앞에 초현실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고전적인 가판대와 깜박이는 네온사인이 어우러진 마법의 슈퍼마켓은 확실히 이 세계의 것이 아님에 분명했다.
문 앞에는 화려한 의상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고, 그는 마치 우릴 기다리던 것처럼 미소를 지었다.
"어서 오세요," 부드럽고도 깊은 목소리였다. "여기선 불가능한 것을 살 수 있답니다."
그의 말에 황당하단 감정과 동시에 두려운 궁금증이 마음을 애웠다. 이런 곳에 대해 난생처음 들어본 내가, 왜 이곳에 발을 들이게 되었는지 이유를 찾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끌리는 마음을 거역할 새도 없이, 나는 그 경이로운 세계로 발을 내딛고 말았다. 문이 닫히자 마법에 걸린 듯, 나는 새로운 모험에 휩싸여 있었다.
슈퍼마켓 내부는 남의 미지의 세상 같았다. 각양각색의 물건들이 좌우로 빼곡히 진열되었는데, 그중에는 단순한 기념품부터 이름 모를 고대 유물까지 빽빽했다. 그곳을 가로지를수록 어딘가 낯익은 듯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향기가 코끝을 찔렀다.
"신비롭지 않습니까?" 그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자 나는 뒤돌아보았다.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뒤를 따르고 있었다. "여기선 모든 것이 가능하죠. 단 하나, 그 대가는 높으리란 걸 잊지 마십시오."
경고인지, 아니면 유혹인지 모를 말에 나는 무심코 머리를 끄덕였다. 비록 혼란스러워도, 이 기회를 탐험하지 않고선 내 마음이 잠들지 못할 것 같았다.
걸음을 옮기던 그때, 어떤 매혹적인 실루엣이 눈길을 끌었다. 그녀는 진열대를 사이에 두고 서 있었고, 그곳에서로부터 섬뜩할 정도로 눈 스치는 눈동자가 나를 맞이했다.
"당신은 왜 여기 있는 거죠?" 그녀가 조용히 물었다.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는 강렬한 의도감이 가득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요," 내가 고백적으로 답했다. 순간 그녀가 특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 이상적인 세계에서 무엇을 찾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그녀의 말에 따라 나는 누군가의 소중한 무엇인가를 찾을지, 아니면 나 자신을 잃을지 모를 혼란 속에 휘말렸다. 여러 상념 속에서 이끌려오는 하나의 진열대 앞에 멈춰섰다. 그곳에 단정히 종이로 포장된 묘한 형태의 상자가 놓여 있었다.
남자의 나긋한 목소리가 내 긴장감을 뚫고 다가왔다.
"특별한 선택인 것 같군요. 만약 이 상자를 연다면, 인생의 방향이 크게 바뀌게 될지도 모르죠."
그렇게 말하며 그는 나에게 살짝 미소를 던졌다. 내 손은 불안과 기대에 떨렸다. 상자를 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실수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코끝을 자극했지만, 나의 손은 이미 결정을 내렸다. 상자의 실오라기가 천천히 풀리자, 내가 바라던 것이 아니라, 상상치를 못한 무언가가 그 속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안에서 번쩍이는 것은 우연히 발견한, 혹은 나의 인생행로를 바꾸게 될 비밀, 파란만장한 가능성이었다. 상자가 열리자마자 심장이 터질 듯 뛰었고, 마음속 깊숙이 묻어두었던 두려움과 호기심이 한데혀솨 되돌아왔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를 이끌고, 동시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이제, 어떤 길을 택할 건가요?" 남자가 머리카락 사이로 부드러운 목소리로 상자에서 나온 물건을 검지로 가리키며 물었다. 그의 눈 속에는 수많은 비밀이 담겨 있었다.
아직도 수많은 질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내가 이 속에서 찾은 것은 무엇일까. 선택의 순간은 이제 눈앞에서 뜨겁게 다가오고 있었다. 다음 선택은 나를 어디로 이끌지, 뭐든 지금의 삶과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달라질 것이다.
미로 같은 이 슈퍼마켓의 모험이 끝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비밀과 진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그대를 맞이하지 않으면, 나는 결코 이 터널 끝에 다다르지 못할 것이다. 길을 떠났으니 돌아올 수 없다. 내 발걸음이 내는 소리가 점점 더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