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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길 위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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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소리가 민재의 귀를 사정없이 후벼 팠다. 주방의 문 너머, 막이 열린 실루엣은 그 자신과 마주한 복잡한 감정의 실타래를 연상케 했다. 그 파동은 강렬했고, 마치 무방비 상태의 심장을 겨누고 있었다.

규현은 손에 잡힌 칼을 쥐어주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엔 예측할 수 없는 긴장과 약간의 흥분이 깃들어 있었다.

"냄새는 역시 변하지 않았군."

규현의 반쯤 빈말은 주방 어딘가를 향했고, 그곳에 있던 수아는 살짝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가가 자극받은 듯 복잡하게 실루엣을 맴돌았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야."

민재는 마음속의 두렵지만 기대되는 감정을 억누르고, 허공에 미지의 향으로 가득 찬 공기를 코로 깊숙이 들이마셨다. 폐 속으로 차갑게 퍼지는 냉기에 그의 몸이 순간 움찔거렸다. 그 속에 숨죽이며 기다리던 이 기적적인 미각은 확신으로 그의 이성을 감쌌다.

주위의 숨소리가 한결 조용해지며, 수아가 눈앞의 긴장을 풀었다. 그녀는 민재의 손목을 잡아채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지금껏 바랐던 맛, 그게 당신의 기억 속에 담겨 있었다는 거야."

그 말은 신기루 같은 현실을 입증해주는 것이었다. 민재는 자신의 손을 수아의 손에 덮어 쥐며, 그 온기를 마음속 깊이 간직했다.

그러나 그때, 누군가 혹은 그 무엇인가가 발소리와 함께 그들 앞에 걸음을 멈췄다. 수아가 망치로 된 소리 같은 그 소리에 고개를 들자, 규현 또한 시선을 주방 안쪽으로 옮겼다.

"당신들이... 여기 있는 걸 알았다."

지호의 목소리는 멍하니 지나간 계절의 바람처럼 그들 틈을 스쳐갔다. 그의 얼굴에 비친 그림자는 무겁고 날카로웠다. 은근한 도전과 나름의 기대감이 그의 시선을 통해 느껴졌다.

민재는 자신도 모르게 짙은 숨을 내쉬며 말을 꺼냈다.

"이것이 어떤 식으로든 지금부터 진실을 시험하려고 하는 건가?"

그러자 지호는 그의 손을 꺾어들며, 여기서부터 시작될 새로운 과제에 대한 자신감과도 같은 것을 보여주었다.

"이제 우리 모두의 순간이 온 거야."

그 순간, 주방의 벽면이 알 수 없는 문양으로 떨리며 빛나는 무언가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주위의 온도는 잠시간 급격히 떨어지며 긴장이 그들을 감쌌다. 냉기가 공기 하단에서 부드럽게 부유하며 모든 신경을 자극했다.

그들 모두는 마치 이곳의 주인이 맡겨놓은 비밀들을 찾아내기 위해 발걸음을 내디딜 준비가 되어 있었다. 수아는 조용하지만 굳건한 눈빛으로 민재와 그들 옆의 모두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가 찾게 될 마지막 비밀이란 건 과연 무엇일까?"

규현의 질문에 민재는 그와 같은 호기심을 공유했다. 형식상의 경계나 이유를 떠나, 이곳에서 그들이 시도하는 모든 것은 그저 자신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그때 당장, 더욱 격렬하게 두들겨오는 발소리가 그들 예감을 바로 깨뜨렸다. 새로운 위협이 다가오고 있었다. 간신히 그들이 놓쳐버린 순간 동안, 신비로운 존재가 그들 앞에서 가공할 힘으로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주변은 다시금 단단한 기류에 휩싸이며 모두를 아이러니하게 궁지로 몰아넣었다. 민재는 역동적인 안개 속에서 그림자를 맞던 중, 빠르게 덮쳐오는 현실의 소멸 가운데 머리를 비틀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면 이 행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방법은 대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굳은 마침표 같은 도전들이 그의 앞에 다가서면서 이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 길목에서 그들은 그들이 피할 수 없는 진실과 마주서야 했다. 이제껏 앓고 있었던 결말의 끝이 펼쳐질 것이고, 모두가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춘 채, 예상하지 못했던 형태와 진실의 선율을 맞이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