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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물을 채운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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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서늘한 긴장감이 축구장을 덮쳤다. 김민재는 차가운 바람을 가르며 습기 찬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불빛이 꺼진 경기장은 마치 숨 바닥에 닿은 심해처럼 고요했다. 그의 눈동자는 당혹스러움 속에서 불안하게 흔들렸다. 바로 그때, 먼 곳에서 꺼지는 소리가 그의 귀를 강타했다.

"민재, 이쪽이야!"

박지훈의 소리가 어둠 속을 가르며 울렸다. 그 강렬한 외침은 민재의 주의를 집중시켰고, 순간적으로 그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필드를 향해 달려가는 중 민재는 몰려오는 무형의 두려움을 꾹 눌러 지우려 애썼다. 그를 따라 관중석에 남은 몇몇 관중이 불안하게 자리에서 일어서며 웅성거렸다.

민재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그만큼 이내 흩어질 듯한 경계감이 그의 뇌리를 파고들었다. 이민호 코치가 그를 주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민재의 머릿속을 메웠다. 그의 얼굴엔 이해할 수 없는 미소가 걸렸다. 그리고 그 미소는 여전히 무언가 불편하고 미묘한 의도를 감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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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 한복판에 이르렀을 때, 민재는 그간의 경기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임을 알 수 있었다. 청중 속에서 불안한 파동이 일어났고, 공기는 이상하게도 무겁고 차가웠다. 그것은 삼키지 못하고 남겨둔 감정처럼 모든 이들의 목을 무엇인가 위험한 것으로 조여왔다.

그 순간, 최영호가 민재의 옆에 다가와 그의 팔을 순간적으로 짚었다.

"민재야, 느껴져? 여느 때와는 다른 기운이야."

그의 목소리에는 긴장과 경각심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민재는 영호의 말을 귀 기울여 들으려 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걱정을 떨쳐내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 본능적인 두려움은 이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 끈질기게 남아 있었다.

서진은 멀리서 그들을 향해 달려왔고, 그녀의 발걸음조차 급하고도 분주했다.

"이렇게 곁에서 너희들도 느껴지는 거 맞지?"

그녀의 말에 민재는 고개를 돌리면서도, 야릇하게 기운 든 기분을 뒤로하고 참아내고 있었다.

"맞아, 뭔가 이상해. 하지만, 서진아 조심해."

최영호가 덧붙였다. 그들의 말 속에는 서로에게 주의를 주는 듯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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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다가온 인물은 김태준이었다. 그의 등장에 민재의 마음속에 더욱 불안함이 커졌다. 그는 민재에게 의미심장하게 웃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김민재,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지지 않고 잘하는군. 하지만, 네가 알고 있는 것이 정말 전부일까?"

태준의 말은 민재의 신경을 긁었다. 그의 단어는 무슨 뜻인지 심사숙고하게 만들었고, 불가사의한 쓸쓸함이 주위에 흐르고 있었다. 장내의 모든 소리들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 속에서, 민재는 고요 속의 균열을 느끼며 한 걸음 물러섰다.

"뭘 숨기고 있어, 태준아? 있는 그대로 말해봐."

김민재의 물음은 다급했다. 그러나 김태준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대신 또 한번, 그 미묘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마치 본인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하지만 민재는 오히려 경계감을 품고 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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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시작되었고, 민재는 차디찬 바람을 가르며 최선을 다했다. 온몸으로 다가오는 경기의 끝맺음에 그는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그의 정신은 아직도 이민호 코치와 김태준과의 관계로 인해 끊임없이 방황하고 있었다. 무언가 역전의 계기가 이곳에 있음을 느끼며, 그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 순간, 무언가 희귀한 것이 그의 주의를 사로잡았다. 먼 하늘 위에서, 뭔가 반짝임이 있었다. 그것은 별빛인가, 비행기인가? 아니, 그것은...

민재는 무의식적으로 그곳을 바라보며 멈춰섰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그의 가슴 속엔 머지않아 드러날 진실에 대한 간절한 갈증이 열기를 더했다.

하지만 그가 그것을 확인하기 전, 경기장은 노을에 물들어 더욱 깜깜해졌고 민재는 필사적으로 경기로 돌아왔다. 그의 발은 다시금 속도를 내며 필드를 질주했다. 그 순간 이민호 코치의 강렬한 시선이 느껴지고, 김태준의 숨겨진 진실 속에서 뭔가 중요한 것이 감지됐다.

운명의 장난 같았던 그 순간은 그의 내면 속에 상아색 불꽃처럼 불타올랐고, 민재는 그 곳에서 끝까지 떠나지 않았다. 그가 직면할 모든은 언제나처럼 그를 시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민재는 이제 막 시작된 생애의 큰 경기의 전장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모든 것이 갑자기 뒤집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민재는 그 모든 것 속에 남겨진 의문 속으로 더욱더 깊숙이 빠져들었다.

어둠은 이제 다가올 수많은 답을 제시하며, 앞으로의 그의 발걸음을 뒤쫓고 있었다. 민재는 그 끝없는 물음표 속에서 스스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 나갈 것이었다.

그 날의 경기만큼이나, 삶은 잠재된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오롯이 깨닫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또 다른 경기의 시작이었다.

모든 것은 그렇게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반전의 순간은 곧 차차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