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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지은의 손끝이 떨렸다. 눈앞의 미지의 문은 그녀의 호기심을 간질이며 진동하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 그녀는 모험가였다. 어둠 속에 숨은 화려한 빛을 향해 나아가려는 충동은 늘 강렬했다. 문앞에 설 때마다 느껴지는 짜릿함이 온 몸에 스며들었다.
"저건 뭘까..." 그녀의 목소리가 쌔한 전율로 흔들리는 바람 속에서도 단단했다.
준호는 고개를 들어 그 문을 주시했다. 그의 이마에는 미세한 땀방울이 맺혀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이미 한결같이 결의에 차있었다. 그는 늘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쓰며, 또한 그것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는 인물이었으니까.
"어떤 방법으로든 우린 그 문을 열어야 할지도 몰라," 그는 낮게 말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말끝에 걸린 불안과 기대의 안정감이 서로 엇갈렸다.
그때, 상우가 슬며시 앞으로 나섰다. 그가 내민 손은 확신을 품고 있었고, 그의 움직임은 지휘자처럼 매끄러웠다. "내가 볼 때 이곳이 우리가 찾고자 했던 마지막 열쇠일지도 모른다."
그의 순간적인 고백에 지은은 자신의 숨을 고르며, 그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 "그럼, 기다릴 수 없어. 갈 길이 멀잖아." 그녀의 목소리는 가을의 바람처럼 생기 있었고, 구름을 꿰뚫어 가려고 하는 의지가 묻어났다.
진동하는 공기 속에서, 그들은 마주 잡혀 다가갈 다가올 무엇인가를 예감했다. 이곳에 서 있는 것 자체로 그 무엇도 녹록치 않을 걸 알면서도.
이 순간, 수민은 두려움과 결단 사이에서 어딘가 놓여 있었다. 그의 시선은 문 너머를 향했고, 몸의 긴장이 바위처럼 굳어 있었다. 모든 것이 고요했다. 그 고요 속에서 그는 그저 숨을 쉬었다. 그의 숨소리가 공명하며 팽팽한 침묵을 깨고 있었다.
"모든 게 이 속에 있어." 지은의 서늘하고 뛰놀던 눈동자가 수민의 시야에 다시 들었다. 그녀의 투영된 모습은 한 점 흑암 속에서 빛나는 물방울처럼 견고했다. 준호와 상우, 그리고 지은까지 세 명의 연대가 그를,
"내가 맨 처음부터 알아채셨던 방법들 중 하나였어" 상우가 슬쩍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꼬리까지 올라타려는 작은 사악함이 묻어났지만, 무엇보다 그 마음 속에는 신뢰가 스며 있었다.
수민은 천천히 문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갔다. 그 발걸음은 과거의 발자국을, 그리고 그 이상을 늘어놓고 싶어하는 의지를 쏟았다.
빠르게 흔들리는 그의 손길엔 어딘가 냉랭한 떨림이 묻어났다. 그럼에도 약함을 내보이지 않으려는 욕망이 있었고, 머리카락 사이에 고여드는 이중적인 감정 속에서, 준호가 그 손을 덥석 잡아준 순간 그의 눈빛은 날카롭고 진지하게 밝아졌다.
"가자. 시간이 없어." 진공처럼 응축된 준호의 음성에 살며시 무게가 실렸다.
마법의 슈퍼마켓 내부, 수많은 길들이 떠다니는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미로 같았다. 이를테면, 이곳의 복잡한 통로와 다름없었다. 마치 시간과 공간의 이빨 사이에 끼어든 더럽혀진 잔흔처럼 여명 속에 혼돈 그 자체였다.
새로운 길이 열리는 건 그리 간단치 않았다. 어느 순간 수민의 팔목을 타고 전율처럼 뻗어 오르던 감각이 고조되고 있었다. 문을 밀어 넘어갈 때마다, 그곳은 실체가 없는 신비 그 자체로 우리를 끌어당겼다.
"이 문은 우리를 어디로 인도하는 걸까?" 지은이 반쯤 감긴 눈으로 수민을 응시했다. 눈을 크게 뜨는 사이, 그녀의 망설이는 기운은 단지 그저 펼쳐진 벽 너머로 이어진 경악과 같다.
그리고, 수민은 갑자기 정체를 알 수 없는 웃음을 참아내며 말했다. "이제 마침내 알아간다는 느낌을 가져야 해."
그의 말은 지은의 긴장된 어깨를 살짝 풀어주었고, 그림자 속의 흔들림이 그 속에 스며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전진하던 중 문틈 속에서 섬뜩하게 울리는 소리가 일어나는 순간, 우리 모두는 얼어붙은 듯 멈추었다.
"방금 그 소리, 들었어?" 상우가 맞은편에서 낮게 물었다. 그의 눈은 어떤 예감에 의해 기운을 잃지 않았다. 누군가가 숨어 있는 것만 같았다. 그로 인해 상우의 손가락은 순간적으로 떨렸다.
한순간의 침묵이 이어졌다. 조금의 신경 하나하나에 파고들며, 무감각과 불길이 서로 엉켜있는 느낌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가 벽 넘어 끝에서, 어떤 발자국 소리가 작게 울리며 다가왔다. 숨죽인 긴장감의 정적 속에서, 우리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침묵의 벽 접근 중, 느린 발걸음들이 점점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 있다." 준호가 한 치의 망설임이 없이 선언했다. 그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안개가 일렁이며 한발 한발 다가왔다. 각자는 무언의 경계를 허물고 있었다.
그곳에 악몽 같은 결말이 있을지도 몰랐다.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 준호가 삭막하게 말했다. 긴장이 한쪽 허리를 움켜 잡았다. 그리고 수민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이 모든 경험을 두 번 무섭게 하지 마." 그의 말은 신뢰를 상기시켰고, 짧은 순간 그들에게는 안정감이 가득했다.
드디어, 그 발걸음은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그때, 그 그림자가 우리 앞에 나타날 작정으로 아슬아슬하게 나아가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모든 것이 일상적인 것처럼 흘러가는가 싶어서, 서늘한 땀이 등줄기에 흘러내려 예기치 못한 것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냈다.
누군가 그들의 발길을 뒤따르는 것을 알아채는 순간, 우리는 어둠 속에 모험을 쏟아놓았다.
"이제 가보자." 수민은 뒤를 돌아보며 품은 결의를 다잡았다.
그리고, 그 문을 향해 손을 들어갔다.
그 순간, 그 문 너머에서 새로운 존재가 나타났다. 그것은 결코 우리가 예측할 수 없던, 또 하나의 미지의 장막이었다. 그 모습은 경악 그 자체로 스며들었다.
큰 교착 속에서, 그 순간이 막 다가왔을 때, 혼란한 고요를 뚫고 다시 긴장감이 솟아나듯 피어났다.
강렬한 손이 불현듯 우리의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 그림자가 빛 속으로 천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너무 오랜 여정이었다. 길을 벗겨내듯,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마침내, 그 문 너머에서의 새로운 비밀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 의문의 진실이 무참하게 발견되었을 때, 우리는 그 존재가 우리를 어떻게 바꿀지 예측할 수 없었다.
우리를 애태우며 흘러가는 순간 속에, 그 빛의 파편들이 우리를 비추며 앞으로 밀어냈다.
그 속엔 아직 예상할 수 없는, 새로이 기다리고 있었던 모험의 냄새가 풍겼다. 그리고, 모두의 심장이 그 결말을 향해 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