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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카레의 향기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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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이 타오르는 소리 대신, 주방 한켠에선 커다란 양철 주전자가 깡통에 툭 부딪혔다. 그 순간, 한쪽에서 수지를 따라다니던 작은 고양이가 날카로운 소리 하나를 남기고는 밖으로 사라졌다. 수지는 그런 고양이의 꼬리를 안타깝게 바라보았지만 곧,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했다. 그녀의 손가락은 카페 젖혀진 쪽문을 밀었고, 곧 다가오는 차가운 바람을 막기 위해 문을 닫았다.

안쪽에서는 미나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전날 야채를 손질하고 있었다. 부엌에서는 카레의 묵직한 향이 뿜어져 나와 둘러싼 공기마저 활기를 띠고 있었다.

"미나야, 서준이 어제 왔다 갔다며?" 수지의 목소리엔 커피향이 섞여들었다.

"그래, 오랜만에 봤어. 많이 변한 것 같아." 미나는 끓는 물에 야채를 조심스럽게 넣으며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지만, 그 눈빛에는 무언가 꾹 삼킨 듯한 경계가 느껴졌다.

수지는 그런 미나의 얼굴을 가만히 보다 입을 열었다. "카레. 있잖아, 그 비밀 레시피 말이야. 너도 드디어 알게 된 거지?"

미나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이며 눈을 내리깎았다. 그녀는 아침 공기에 묻혀 있던 쓴웃음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마치 비밀의 무게가 자신에게 짊어진 듯했다.

순간, 부엌 문이 열리고 할아버지 박이 천천히 들어섰다. 그 노인의 발자국 소리는 의외로 경쾌했지만, 얼굴에 깊이 패인 주름은 시간이 숨겨 놓은 무수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 그는 오랫동안 그 자리에 존재한 듯한 보이지 않는 힘을 나누어 주는 존재였다.

"젊은이들, 아침부터 고생이구려." 그의 목소리는 가라앉은 낮은 톤으로, 걸음마저 그윽한 땅의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미나는 재빨리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할아버지, 오랜만이에요. 어떻게 오셨어요?"

"오랜만에 우리 가게에 들르려고, 그리고 너희 젊은이들 얼굴도 아침 노을처럼 보고 싶어서." 그는 마른 손을 들어 미나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수지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우리 가게의 비밀 레시피... 그런 이야기, 진짜 있는 건가요?"

할아버지 박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것은 마치 오래되었으나 여전히 빛나는 금박의 왕관처럼 그의 눈빛을 맡기였다.

"그 이야기를 알기 위해선 조금 더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지. 하지만 젊음이 모든 것을 해결하긴 어렵지 않아. 중요한 건 가슴과 혀, 그리고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이야."

미나는 그저 할아버지를 흘긋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 말 속엔 그녀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그때, 식당 바깥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이번엔 준호였다. 그의 표정은 늘 다정해 보였지만, 오늘따라 어딘가 걱정스러운 기색도 함께 엿보였다.

"안녕하세요, 나쁜 소식일지도 모르겠지만 빨리 말해야 할 것 같아서 왔습니다." 준호는 미나와 수지, 할아버지 박에게 인사하며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미나는 준호의 얼굴을 보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왜? 또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준호는 과장되지 않게 손을 벌렸다. "음식점을 위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이 들렸어. 그 사람들이 우리 카레 레시피를 손에 넣으려 한다는 이야기가 도는데..."

순간 식당 안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마치 그곳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듯한 기운이 느껴졌다.

"어서 앉아, 준호야.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할아버지 박은 의자 하나를 가리키며 준호를 재촉했다.

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앉았다. 그리고는 미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 사람들은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야. 우리가 가진 것, 그걸 탐내고 있는 건 확실해. 내가 아는 한 에이전트가 그 쪽 이야기를 살짝 흘렸어. 아마도... 이걸 단순히 넘길 수 없을 것 같아."

미나는 숨을 삼키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카레 레시피의 비밀이 스쳐 갔다. 그 속에 생겨날 더 큰 갈등의 그림자가 그녀를 짓누르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미나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은 누구에게도 직접적인 답을 바라지 않았다. 그저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놓은 질문이었다.

"함께 해결하자." 준호의 목소리는 더욱 진지해졌다. 그의 눈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난 너희와 함께 싸울 수 있어."

수지 역시 조용히 미나의 손을 잡아 주었다. "우리도 도울게. 절대 혼자가 아니야."

미나는 잠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마음 속에는 그들의 결의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이야기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었다.

그때, 할아버지 박은 일어났다. 그의 표정은 굳어져 있었다. "이게 카레의 맛 이상으로 중요해질 수도 있겠군."

그의 말은 그곳에 있던 사람들을 더욱 긴장케 했다. 미나는 그 말을 가슴 속 깊이 새기며, 곧 다가올 시련의 뜻을 새롭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순간, 가게의 문이 또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어제의 그 남자가 들어서 있었다. 그의 눈은 어제와 같이 무언가 결심한 듯하게 빛났다.

"다시 왔군요." 그의 목소리에는 잔잔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해 모였다. 그리고 그 순간, 미나의 눈은 전혀 예상치 못한 하나의 작은 진실에 닿았다. 그 남자의 손이 재킷 속에 감춰져 있던 한 장의 종이를 꺼내는 모습을 보며.

"이건... 진짜 당신들이 찾고 있는 그거 아닐까요?" 그는 작고 낡은 종이를 펼쳐 보였다.

예전과는 다른 긴장감이 식당 안을 가득 메웠다. 그 종이가 끌어올린 파문은 아직 모양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것이 곧 커다란 물제를 드러낼 것이란 직감이 모두에게 흘러가고 있었다.

미나는 그대로 얼어붙은 채, 그 종이 속이 드러날 이야기를 물었다. 이제 모두가 그곳에 모인 진짜 이유를 밝혀내야 할 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