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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깊게 내려앉은 골목 어딘가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진우의 뇌리에는 과거의 기억들과 얽혀 해결되지 않은 수수께끼들이 떠올랐다. 그에게는 시간이 어느새 손에서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다는 의식이 들었다. 그의 손끝에서 나침반이 서서히 움직이며 직관적으로 그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이 이상은 위험한데요." 재하가 말을 꺼냈다. 그의 목소리는 늘 그렇듯 차분함을 잃지 않았지만, 그 한 마디가 진우의 심장을 졸아붙게 했다.
"위험?" 짧게 된 질문은 대답을 요구하지 않았다. 진우는 그저 그 말을 되새기며 걸음을 멈췄다. 그의 이마에 흐른 땀방울은 그보다도 더 차가운 현실의 한 조각이었던 것이다.
미래 또한 한쪽 손으로 진우의 팔을 잡으며 긴장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금은 물러설 수 없어. 이 순간을 놓치면 우리가 찾는 대답은 영영 사라질 수도 있어."
진우의 눈빛은 날카로워졌다. 그 말은 그의 의욕을 새롭게 되살려주었다. 그는 마치 전장 앞에 선 장수처럼 발끝에 감각을 모으며 나아갈 준비를 했다.
그때, 어딘가에서 바람이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꽈득 소리를 내며 복도 구석 어딘가에서 나타난 것은 의문의 인물이었다. 그의 모습은 마치 사라진 인물과 흡사하게 보였지만, 진우는 그 얼굴을 한 번 본 적이 없었다.
"너희들, 이제야 오어?" 그자가 맞이하듯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얼어붙은 찬 기운을 머금고 있었고, 어둠 속 실루엣보다 더 눈부신 존재인 듯 느껴졌다.
진우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그의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그를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었다. "당신은 누굽니까?"
의문의 인물은 희미한 미소와 함께 머리를 기울였다. 발끝 사이에 서 있던 낯선 조각들은 진우의 지각을 흔들었다. 그 순간 진우는 마치 그가 이미 그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알지도 못했던 친숙함이 그의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내가 누구인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네. 중요한 것은 자네가 찾고 있는 것이지."
수빈이 한 발자국을 뒤로 물러났다. 그의 얼굴에 불신이 스쳐갔다. "우리가 뭘 찾는지 알기라도 하는 거야?"
"물론이지." 그자의 목소리는 스산하고도 의연했다. "자네들처럼 시간을 거슬러 온 자들은 더이상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들이 어떤 결정을 할지는 중요하지요."
그자와의 대화는 이제 더이상 따뜻하게 유지될 수 없었다. 재하는 그의 시선이 자신에게 옮겨지자 숨을 가다듬었다. "우리는 거짓이 없는 진실을 찾길 바랍니다. 당신이 우리에게 증명할 수 있는 게 있습니까?"
인물은 손바닥을 내밀며 진우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손길은 허공을 가르며, 땅 위에 나음새가 없는 균열을 일으켰다. 그것은 이상하게 진우의 정신을 사로잡는 것이었다.
"진실," 그자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진실은 자네들이 찾고 있는 것과 다를지도 몰라. 한 번 놓치면 영원히 사라져버리거든."
오싹해지기는 했지만 진우는 움츠려들지 않았다. 그의 머리는 이미 그것을 이해하고 있었고, 이제는 행동을 결정할 차례였다. 그는 발끝에 힘을 주며 다시금 결단을 내렸다.
"우리는 멈출 수 없어." 그가 힘차게 말했다. 그의 음성은 자신의 흔들림을 끌어안고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진 것처럼 명확했다.
"좋아. 그렇다면 갈 길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게나." 그자는 뒤쪽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그의 모습만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것은 진우의 내면을 강하게 흔들었던 것이다.
진우는 다시금 다가오는 바람을 맞이하며, 그의 모든 감각을 깨워야 했다. 그들이 누군가와의 갈등 속에서 얻은 지식이 그들에게 이정표가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까지, 그들은 또 어떤 인물들을 만나게 될 것인지 예측할 수 없었다. 새로운 길이 열리려 하는 순간, 그들에게 선택의 경계는 더욱 다가와 있었다.
"그럼, 가자." 미래가 진우의 손을 꼭 쥐고 말했다. 그녀의 바람은 그들의 미래를 함께 걸어가려는 언약이었다.
이제, 그들이 나아가야 할 길은 이미 열려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불확실함은 그들의 발걸음을 매섭게 미뤄가며, 그들이 놓치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던지려 하고 있었다.
하늘색 빛이 퍼져나가며, 그들의 시야는 절대 적막해지지 않을 앞으로의 길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어디에서도 쉬이 머물 수 없는 여정은, 그 순간부터 그들에게 무엇을 남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또 한 발자국씩 걸음을 옮겼다. 그들 앞에는 무한한 가능성 속의 새로운 선택들이 안개 속에 숨어 있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진우와 그의 동료들은 한층 짙어진 그림자 속으로 들어섰다. 그 그림자 속엔 과거의 비밀들이 숨겨져 있었다. 그것을 파괴할 기회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몇 걸음 뒤에, 그들은 자신들이 그저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거대한 역사적 사건의 한 페이지를 써 내려 가려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새로운 시작의 소리와 함께 다시금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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