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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진실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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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메시지가 스크린을 태우는 그 순간, 발이 저절로 문을 향해 나아갔다. 공원의 차가운 바람이 이미 피부를 스치듯 예감됐고, 가슴속 불안이 숨결을 거칠게 만들었다. 나는 주머니 속 USB를 더듬으며 문을 열었지만, 뒤를 돌아보는 건 용기가 필요했다—오준혁의 그림자가 아직 복도에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공원으로 가는 택시 안, 창밖의 neon 불빛이 번쩍이며 도시의 맥박을 전해왔다. 택시의 엔진 소리가 지면을 울리며, 내 손끝에 스며든 USB의 차가운 금속이 더욱 무거워졌다. 운전사의 라디오에서 흐르는 노래가 귀를 자극했지만, 가사가 들리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익명 메시지가 반복됐다. 누가, 왜 나를 부르는 걸까? 김태훈의 함정일 수도, 아니면 오준혁의 또 다른 적일지도. 나는 창문을 살짝 내리며 차가운 공기가 코를 스치게 했다. 그 냄새—습한 나뭇잎과 도시의 매연—이 나를 현실로 끌어들였다. 도착 지점에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쿵쾅거리며 손바닥에 땀이 배어 나왔다.

공원 입구에 도착하자, 택시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를 밀어냈다. 나무들이 그림자처럼 서서 길을 가로막았고, 멀리서 들려오는 물소리가 고요를 깨며 불길한 예감을 더했다. 나는 모자를 깊게 눌러쓰며 안으로 걸어들었다. 발밑의 낙엽이 바삭바삭 부서지는 촉감이 등줄기를 스쳤고, 주위의 어둠이 시야를 좁혀왔다. 지정된 벤치 근처에서 멈췄다. 시계가 10시를 가리키자, 나뭇잎 사이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숨소리가, 아니, 발소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휴대폰을 쥐었다. 만약 김태훈이라면, 도망칠 준비를 해야 했다.

"강아린 씨, 왔군요. 예상보다 빨리." 목소리가 나뭇잎을 뚫고 흘러나오며, 나는 몸을 굳혔다. 그 음색—낮고 차분하지만, 끝에 스며든 비아냥—was 익숙했다. 그림자 속에서 나타난 인물은 예상치 못한 얼굴이었다. 이정훈. 오준혁의 신뢰할 수 있는 비서, 아니, 이제는 배신자. 그는 검은 코트를 입고 서서, 손에 든 서류 뭉치를 흔들었다. 그의 눈빛은 평소의 냉철함이 아닌, 어딘가 야릇한 흥분으로 빛났다. "왜... 당신이?" 나는 후퇴하며 벤치에 등을 기댔다. 나무의 거친 질감이 등을 스치며, 호흡이 가빠졌다.

그는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 "나를 믿지 않았나 보죠? 오준혁의 비서로 일하면서, 그의 모든 비밀을 알게 됐어요. 그 USB는 시작에 불과해요." 그는 서류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종이의 살랑이는 소리가 공기를 가른 듯했다. "이 안에, 오준혁의 가족 비밀이 담겨 있어요. 그의 어머니가 저지른 범죄, 그걸 숨기기 위해 그가 한 일. 당신이 알면, 모든 게 무너질 테죠." 그의 말투는 우아했지만, 각 단어에 숨겨진 독기가 그의 호흡을 거칠게 만들었다. 나는 서류를 바라보며, 손끝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이정훈이? 그 냉철한 조언자가 왜 이런 짓을?

"당신이 김태훈과 함께?" 나는 물으며,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애썼다. 그는 웃었다, 낮고 짧은 웃음소리가 나뭇잎을 흔들었다. "아니, 강아린 씨. 나 혼자예요. 오준혁을 무너뜨리기 위해. 그는 나를 버렸어요, 과거에. 이 서류를 공개하면, 그의 재벌 세계가 끝나고 당신도 함께 휘말릴 거예요." 그는 서류를 밀며, 그의 손가락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나는 그걸 집어 들었다. 촉감이 차갑고, 종이의 잉크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오준혁의 어머니가 관련된 부정, 그가 덮어씌운 흔적. 심장이 내려앉았다.

"이걸 왜 나한테 주는 거죠? 나를 이용하려는 건가?" 나는 반문하며, 서류를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그는 한 발자국 물러서며, "당신이 그를 흔드는 유일한 약점이니까요. 하지만 이제 선택은 당신 거예요. 이걸 오준혁에게 전하면, 당신도 위험해질 테고." 그의 시선이 날카로워지며, 공기의 온도가 떨어지는 듯했다. 나는 문 쪽으로 돌아섰지만, 그의 말이 나를 붙잡았다. "기다려요, 강아린 씨. 이게 끝이 아니에요. 더 큰 비밀이 있어요."

그 순간, 공원의 또 다른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오준혁의 모습이 나무 사이로 나타났다. 그의 눈빛은 분노로 이글거렸고, 손에 쥔 전화기가 빛을 반사했다. "이정훈, 네가 이 짓을 한 거냐?" 그의 목소리는 낮고 위협적이었지만, 끝에 스며든 절박함이 그의 어깨를 떨게 했다. 나는 그들 사이에 서서, 나뭇잎의 속삭임이 더 커지는 걸 느꼈다.

오준혁이 다가오며, "강아린, 물러나. 이건 내 문제야."라고 말했다. 그의 체취—위스키와 가죽—가 바람에 실려와 나를 압도했다. 나는 벤치 뒤로 숨었지만, 그의 손이 내 팔을 잡았다. "너를 끌어들이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의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주먹을 쥔 손이 그의 분노를 드러냈다.

이정훈은 후퇴하며 웃었다. "오준혁, 이제 끝났어. 강아린 씨가 그 서류를 가지고 있으니, 네 비밀이 세상에 퍼질 거야." 그는 도망치듯 사라지며, 나뭇잎이 바스락 소리를 냈다. 오준혁은 나를 바라보며, "이걸 어떻게 할 거야? 나를 믿을 수 있나?"라고 속삭였다. 그의 시선이 깊어지며, 내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하지만 그때, 내 휴대폰이 울렸다. 익명 번호였다. 메시지: "이제 시작이에요, 강아린 씨. 다음은 당신 차례." 그 문자가 스크린을 채우며, 모든 것이 더 깊이 뒤틀리는 걸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