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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어둠 속에 감춰진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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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비 내리는 거리를 걷고 있던 내 귀에 갑자기 들린 것이 있었다. 익숙한 거리지만, 오늘 밤만큼은 무엇인가 다르게 느껴졌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날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었달까. 빗방울이 뺨을 두드리고, 차가운 공기가 주변을 감쌌다. 그런 순간에 누군가 절벽에서 떨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그 음성은 내 심장을 강타했고, 나는 본능적으로 소리 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거기엔, 멀리서 걸어오는 검은 실루엣이 있었다. 불길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그 실루엣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심장은 불규칙하게 요동쳤고, 나를 둘러싼 공기가 점점 진하게 느껴졌다.

이내 그 실루엣이 가까워졌을 때, 여전히 얼굴을 보이진 않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가 내 귀를 붙잡았다.

"너도 진실을 찾으러 온 건가?"

순간 온 몸에 식은땀이 났다. 그 목소리는 감추기 힘든 비웃음을 띠고 있었고, 내 의도를 이미 훤히 꿰뚫어본 것 같았다. 앞으로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오자 그의 위치는 바로 가로등 아래였다. 커다란 그림자가 얼굴을 감싸고 있었고, 심장을 찔러보았는지 묻고 있었다.

"우릴 여기까지 부른 게 뭐야?"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웅성거리던 사람들 사이에서 상우가 나를 발견했다. 그의 눈이 흔들릴 새도 없이, 그는 나와 낯선 남자 사이에 향했다. 따로 듣지도 않은 그들의 대화에 끼어든 그가 물었다.

"안나씨, 여긴 오시지 않아도 되는 곳일 텐데요..."

그 순간 검은 실루엣이 균형을 잃어 마치 덫에 걸린 듯한 자세로 뒤로 휘청였다. 아쉬움 없는 소리로 그가 말을 던졌다.

"하지만 여긴 진실만큼 영원한 게 존재하지 않는 곳이니까."

그는 다시 한 걸음 물러났다. 비에 젖은 바람이 머리칼을 흔들며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그의 음성 속에서 단서 하나를 놓칠 수 없었다. 그가 진정한 적인지, 아니면 단순히 놀아나고 있는 것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그래도 끌려 내려온 격전지는 언제나 그대로 치열했다.

그 상황에서 상우가 말했다.

"제게 원하는 게 뭔지 먼저 이야기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상우의 말투는 더 조급해졌다. 남자가 더 다가오지 않고 그걸 확인하기론 충분히 예리했다.

"저는 여기 있는 사람들처럼 부진한 대가를 치르고 싶지 않아요. 만약 당신이 저를 원하는 게 감춰진 진실이라면요."

나는 궁극적인 목표를 숨기지 않았다. 뜻밖의 대처는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그걸 통해 벗어날 수 있는 부분도 남아있었다.

상우는 마법의 슈퍼마켓에서 물러나 다시 빗속의 거리로 이끌었다. 우리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 그 거리에서 검은 남자의 목소리는 점점 희미해졌지만, 그 억양만큼은 잊을 수 없었다. 그의 존재가 이제 생생히 기억 속에 남아있는 거울처럼 나를 비추고 있었다.

그러자 지은이 내 팔을 잠깐 붙잡고 묻 듯이 말투를 높였다.

"정말 거기서 우리가 뭘 찾을 수 있을지 알고 있어요?"

짧고 냉정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의외로 부드럽게 달래는 듯 했다. 두려움으로 가득 찬 머리를 받고 고개를 들었다.

"알 것 같아. 그렇지만 그게 맞는지는 스스로 확인해 봐야 해."

떨리는 손으로 그녀를 살짝 끌어안고 말했다. 그려질 올바른 길은 언제나 마지막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선택을 차갑게 다가올 새로운 인물로부터 아는 것은 중요한 법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감춰진 길을 찾아가게 된다면 그의 목적도 여전하더라도 부질없었다.

그들이 이토록 중요한 건 검으나마 분명한 길이었다. 다시 한 주기가 더 돌고, 여전히 그들처럼 빛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었다.

태풍 속에 다가올 나의 선택 역시 그 안에서 새롭게 얽혀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듣기 싫은 경고가 또다시 들렸다. 빗소리도 함께 물어보는 속삭이블 보냈다.

그리고, 그때 들려온 것은 희미한 음성이었다. 뭔가 낯익은 듯한, 그러나 신경을 누르듯이 견딜 수밖에 없는 감정으로 그들에게 접근해야 했다.

그러자 다른 쪽에 있던 가게 주인은 차분한 대응으로 대답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말했다.

"기회는 언제나 남아있지 않지. 하지만 기회를 놓친 적도 많다고 호언장담할 수도 없지."

상황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결코 가볍지는 않았다. 그가 내보인 용기는 새롭고, 억제할 수 없던 욕망에서는 빠져 나와야 했다. 마음 속의 열망을 풀어놓고 바람 안에 가라앉혀 두어야 했다.

딱히 무언가를 채우려 하지 않아도 됐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뺏기지 않는 인생도 아니었다.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의 선택은 차분하지 않게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문득 그 날카로운 바람이 잠잠해지며, 그의 시선 속 차가운 기운이 내 가슴을 꿰뚫었다. 만약 찾고 싶은 게 있다면 호흡을 다시 고르고 허나가져야 했다.

내가 바라본 길이 어두워졌더라면 그뿐이었고, 그가 존재하지 못했더라도 진실은 끊이질 않을 것이다. 가슴 속 불타오르는 그 흐름을 잇는 동안, 그곳에서는 기회가 흐트러지지 않고 바로 앞에 서 있었다.

눈앞의 가능성이 펼쳐지려는 순간, 어느새 그림자가 내려와 숨이 막힘을 채우려 했다. 결정을 내리는 동안, 그 부분은 여전히 우리가 주어진 진실을 깨닫지 못했다는 것을 믿고 있다는 것이다.

교차로에서 바람이 흩날리며 끝을 다짐했다. 그것은 내 눈앞에 있는 진짜 방해물이었다. 진실을 알고 싶은 만큼 언제든 넘어설 수 있다.

이것이 지구상에서 우리가 있을 수 있는 곳이며, 곁에는 여기에서 버티고 있는 그리움을 쉽게 숨길 수 없으므로 미지의 길을 향해 나섰다. 진실을 모르면 그저 지나치도록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순간, 그림자 가운데서 의미를 알 수 없는 환영이 느껴졌다. 낯선 이는 여전히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무엇이 우리를 이끄는 느낌이지?"

나의 목소리는 세심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대답은 결국 완전히 내 안에서 내리는 결정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