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의 방을 빠져나온 두 사람은 조용한 통로에 등을 기댔다. 강호는 거친 숨을 가다듬으며 주변을 훑었다. 아이라는 말없이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러다 강호의 시선이 멈췄다. 아이라의 왼팔 소매 아래로 어두운 얼룩이 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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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아이라 — 너 다쳤잖아?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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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가 다가서자 아이라는 팔을 뒤로 슬그머니 감추었다. 표정은 변함없이 무표정이었지만, 입술이 아주 미세하게 굳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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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것 아니야. 벽에 스쳤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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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는 억지로 아이라의 팔을 들여다보았다. 붉은 선이 피부를 타고 길게 나 있었다. 별 것 아니라는 말이 무색하게, 생각보다 깊은 상처였다. 그의 미간이 좁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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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것이 맞아. 앉아봐. 내가 처치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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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라는 강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도움을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눈빛이었다. 잠시 주저하다가 말없이 바닥에 앉았다. 그녀가 먼저 자리에 앉은 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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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를 걱정해. 그럴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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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는 이미 가방을 뒤지며 응급 키트를 꺼내고 있었다. 아이라의 말을 흘려들으면서도 손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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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다치면 나도 힘들거든. 내 파트너가 던전 중간에 쓰러지면 나는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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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라는 그 말에 잠시 굳었다. 파트너로서의 말이었다. 실용적인 이유였다. 그런데도 어딘가 마음의 한 구석이 낯설게 흔들렸다. 그녀는 그 감각이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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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가 소독약을 상처에 바르기 시작했다. 아이라가 미세하게 숨을 멈추었다. 강호는 눈치채고 손을 더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서툰 손길이었지만, 그 느린 조심스러움이 어딘가 신경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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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감지도 못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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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고. 좀 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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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는 말에 아이라는 잠시 말을 잃었다. 수백 년 동안 혼자 이 던전을 지켜왔던 그녀였다. 누군가가 그녀의 상처를 묶어준다는 것이 어떤 감각인지, 그녀는 기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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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가 붕대 끝을 여러 번 고쳐 묶은 끝에 처치가 끝났다. 엉성했다. 하지만 천천히, 조심스럽게 감은 붕대였다. 강호는 뒤로 물러서며 손을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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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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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는 잠깐 아이라를 바라보다가 웃었다.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아이라는 그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돌렸다. 던전의 어둠 속에서 그녀의 뺨이 아주 조금, 희미한 빛을 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