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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한 어둠이 도시를 삼키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도시는 이미 어둠 속에서 죽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거친 숨소리와 함께 이준호는 폐허가 된 거리의 한 구석에 몸을 숨겼다. 어느새 그의 손에 익숙해진 창이 미세하게 떨렸다. 저 멀리서 울려 퍼지는 한낮의 고요한 윙윙거림은 그 무엇보다도 지금 현실이 얼마나 뒤틀려버린 운명을 마주하고 있는지 절감하게 했다.
"준호! 여긴 안전할 것 같아요."
긴 생머리가 바람에 날리며 그의 곁으로 다가온 김하나의 목소리가 가라앉은 공기 속에서 안도감을 안겨주었다. 이준호는 흔들리는 시선을 땅에 떨어뜨린 후 천천히 그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자, 인적이 끊긴 편의점 간판이 그들에게 희미한 구원의 빛처럼 보였다.
"계획대로라면 우리가 필요한 건 저 안에 있을 거야." 그의 목소리는 아스라한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김하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살폈다. "그럼 시작하죠. 시간 늦추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한 걸음 더 내딛는 것뿐이었다. 편의점 문을 밀어 열자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오래 방치된 물품들의 먼지가 그들의 호흡기에 들이쳤다. 아찔한 순간이 무력하게 스쳐갔다. 그러나 두 사람의 눈은 두려움이 아닌 서늘한 생존 본능으로 빛났다.
그러나 그 순간, 예상치 못한 소리가 다가왔다. 쿵쿵거리는 무언가가 그들의 심장을 얼게 만들었다. "누군가... 아니, 무언가 가까워지고 있어요." 김하나가 숨죽인 채 외쳤다. 찬바람이 등에 닿는 것을 느낀 이준호는 허리를 굽혀 도구를 다시 쥐며 문을 조심스럽게 닫았다. 이제 그들은 말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봤다. 오늘도 무사히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무엇이든 해야 했다.
"철수 형이 이럴 때면 고기를 굽다 오던 미소로 위기를 넘겨보자고 할 텐데요." 긴장을 풀 겸 김하나가 미소를 지으려 애썻지만, 목소리는 그녀의 의도와는 다르게 떨렸다.
"응, 충분히 그럴 수 있어." 긍정의 말은 건넸지만, 이준호는 내심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불안이 가시지 않았다. 그들은 그 순간 외부의 공격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기에, 철저한 경계심을 늦출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조용히 이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편의점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것은 방금 전의 그 소리와는 다른, 생생한 삶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 존재였다. 편의점 문이 조용히 열리고, 익숙한 얼굴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이걸 빼앗고 조금 더 버틸 생각이야?" 박철수였다. 그의 끼무룩한 인사에 숨통이 트이는 듯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그는 언제나처럼 변화무쌍한 생존자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준비는 다 됐어요. 하지만 주변 환경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해요." 박철수가 건네는 작은 다짐은 마음속 깊이 사무쳤다. 그 작은 터널을 빠져나가듯 스쳐지나가는 찰나의 위안이었다. 그들은 곧바로 전략회의에 들어갔다. 앞으로 닥칠 위협과 그에 대한 대비 방법은 이른 손흥민이 오면 생존의 통계가 급변할 것처럼 한 순간에 달라졌다.
박철수와 나머지 두 사람은 감추어진 물건들을 하나둘 꺼내놓으며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했다. “일단 이 생수병과 즉석 식품들을 필수 아이템으로 생각해,” 박철수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서커스에서 숨을 참고 점프를 넘기려는 곡예사만큼 집중돼 있었다.
"그럼 우리 이렇게 해보죠," 이선희가 조용히 편의점 구석에서 나타나 상황을 체크하며 말했다. 평소처럼 그는 지적인 자태와 함께 항상 냉정함을 고수하며, 합리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중이었다. "남쪽 출입구는 잠가두고, 북쪽만 가볍게 막아두는 게 좋아요."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주어진 모든 자원을 잘 계산하여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이미 이 도시의 지뢰밭과 같은 무대 위에 서 있는 그들은 언제 닥칠지 모를 대재앙에 맞서야 했다.
그러나 그들이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갑작스러운 굉음이 울려 퍼졌다. 셋의 시선이 일제히 소리의 근원지로 향하자, 편의점 출입구가 불시에 산산조각나듯 열렸다. 안면이 바뀐 채 일어선 하나가 속삭였다. "이건 무슨 소리죠?"
시야에 포착된 것은 거대한 그림자였다. 예상 밖의 존재가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철수는 필요 이상으로 큼지막한 경계심으로 무릎 위의 손길을 단단히 말고 있었다. 신체는 즉각 반응하며 도주를 위해 준비된 긴장을 형상화했다.
서막에 닿을 토대가 되는 작은 전율이 대기 중이었다. 시간이 멈춘 듯, 공중에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고, 그날의 현실적 회오리는 이제 막 접시에 담겨 있는 차가운 폭풍의 날개처럼 생생함을 더했다.
자, 다음 장면은 예정된 범죄의 예고편으로나왔다. 슈퍼 내부는 긴박하고도 복잡한 전개로 이어질 것이었다. 일련의 이들이 손을 맞잡고 친밀한 불꽃을 피워내는 더 큰 위협 속에서도, 여타 등장인물들의 고유한 관계가 핵심이 되었다.
그들이 살던 세계는 이미 붕괴되었으나, 속삭이는 음모와 거친 대적의 무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결단은 더욱 굳어지고 있었다. "이젠 끝날 시간이야," 막연한 혼란을 무릅쓴 이준호가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말하고자 했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를 테니까. 그리고...
짧은 순간, 더 큰 위협이 그들의 삶을 덮치려 하고 있었다. 이 소용돌이치는 혼란 속에서, 시계는 내달리고 있었다. 결말은 언제나 그랬듯이 예측을 배반하며, 초월적 공세로 그들을 압박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