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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비밀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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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의 어둠이 거칠게 깔린 순간, 민재는 손끝에 서늘한 감촉을 느꼈다. 주위의 공기는 어느새 무겁게 밀려오고, 그 안에 있는 모두의 숨결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방금 전에 들어선 낯선 인물의 목소리는 마치 잃어버린 기억 속에서 끌어올려진 것처럼 민재의 무의식을 건드렸다.

"민재? 내가 찾던 사람은 바로 너야."

그 목소리 속의 울림은 낭떠러지로 이끄는 깊고 울창한 무덤의 메아리였다. 순간, 그의 가슴은 불현듯 조여들었고, 목 안으로 병적일 만큼 차가운 침묵이 흘러들었다.

"왜 이를 숨겼죠? 내 기억을 통째로 빼앗아 간 건 당신인가요?"

민재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검으로 벼려진 듯 날카로웠다. 그의 질문은 주방 안의 어떤 기운보다도 단단했다. 투명한 공기 중에서 화내는 듯한 속삭임이 귓가를 맴돌았다.

그 인물은 잠시 민재를 응시하다 천천히 미소 지었다. 그의 눈빛은 무언가를 드러내지 않은 채, 다시 베일에 감춰둔 결정이었다.

"기억은 때로는 짐이 되기도 하지. 네게 필요한 것은 이미 너의 손안에 있는 법이야."

그의 말은 믿기지 않을 만큼 가벼웠지만, 민재의 심장엔 한 줄기의 잿빛 번개가 내리치는 것 같았다. 그는 순간, 자신이 이토록 기다렸던 대답이 자리잡고 있음을 깨달았다.

탁자 위에 놓인 요리 도구들이 은은한 빛을 반사하며 흔들렸다. 그 섬광 속에 수아와 지호, 규현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긴장을 풀며 고개를 돌렸다. 그 깊은 무게감은 민재에게만 독하게 가라앉고 있었다.

"그럴 리가… 내게 맡겨진 길이라니, 내 두 손으로 밝혀야 한다는 건가…?"

규현이 옆에서 다가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옆에서 민재의 손에 남은 감촉을 확인하는 순간, 무언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너희들이 이 자리에 함께 있어야 할 이유가 궁금하겠지. 하지만 그 빛을 따라가면 네가 찾던 답은 손에 넣을 수 있을 걸세."

규현의 눈길은 진지하고도 아련한 시간을 품은 듯했다. 그의 시선엔 크고 작았던 흑백의 추억들이 흘러가고 있었으며, 그 현의 어느 한 지점에서 민재가 선택해야 할 길의 표시가 이미 새겨져 있었다.

민재는 다시 그의 진한 눈빛을 바라보며 의지를 가득 담아 그의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심장은 여전히 빠르게 뛰고, 그 안에서 미묘하게 떨리는 무언가가 신경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순간, 해묵은 비밀이 그들 앞에 그림자처럼 나타났다.

"설마... 그때 그 맛? 그게 여기 숨겨져 있다는 거였나?"

수아가 정신 차린 듯 민재를 향해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눈빛 속에는 멈추지 않는 호기심과 희미한 두려움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그녀의 음성은 점점 또렷해졌고 강하게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때, 현장을 둘러쌌던 어둠은 조금씩 다른 색깔로 물들기 시작했다. 주방의 불빛이 거울에 비춰져 어울리는 장면은 마치 오래된 꿈속의 환영처럼 살아 움직였다. 규현이 그려낸 상상이 결국 그들 앞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그래, 민재. 너와 수아, 그리고 우리 모두가 찾아야 할 것이 이곳 '미식의 성전'에 있어."

규현의 목소리는 강단이 있고도 부드러웠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른 세계로부터 두려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오 강하지 않았고, 오히려 열린 마음과 함께 균형을 잡으려는 듯한 안정감이 민재와 다른 이들 사이에 다리를 드리웠다.

하지만 그 순간, 누군가의 숨결이 잡힐 듯 말듯한 기운 속에서 감돌았다. 그들은 여전히 무리지어 서며 모두를 버티고 있었고, 그 안에서 튀어나온 물음표가 불꽃처럼 그들에게 닥쳐왔다.

"그럼 이곳에서 시작된 건가? 이 모든 것이 여기에서 끝나고, 혹은 다시 시작될 것인지…"

민재의 물음엔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 이미 내재되어 있던 결심은 아무렇지 않게 그를 감싸고 있었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며, 민재는 그 속에서 무언가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그 손길은 알 수 없는 공간에서 부르는 익숙한 소리였다.

그때 다시, 그 인물은 고개를 젖히며 만족스럽게 씨익 웃었다. 그의 등 뒤에 무심히 들키지 않는 그림자가 그의 존재를 대신하며 기묘한 형상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네가 그걸 찾기만 해도 충분할 거야. 이야기는 본래 이렇게 시작되지."

더 이상 그가 어떤 이유로 이곳에 왔는지 묻는 것은 무의미했다. 대신 결국 그의 손에 남겨진 단서들은 그것만으로도 그 자체로 좋은 무기가 되어 있었다.

그 순간, 민재의 눈에 희미한 빛이 걸려들면서 그의 앞을 장식하던 그림들이 진정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 이후, 벽에 가려진 비결에서 특별한 홀씨가 그들 바라기를 기다릴 줄 알았던 것처럼 들썩였다.

모두가 한곳에 주목했다.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왔던 것이 시들어 가며 고요히 사라지던 그 순간이었다. 민재는 한때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렬한 그 열정이 그의 정신과 영혼을 관통하고 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번엔 정말로 대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민재의 결단에 이은 눈길은 다시 그 인물에게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 뒤에서 수아도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윽고 카운터를 넘어 그의 곁으로 다가서기 시작했다.

"민재, 우리 함께 해야 해."

그의 합의에 수아의 말을 더하였고, 주변의 모든 감각과 마주하며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의 실마리를 잡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결투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민재는 그것들보다 혼란스러운 무언가를 눈을 부릅뜨고 쫓으면서 걸어갔다. 그 작은 금속의 촉감이 그의 손가락 사이로 미묘하게 스쳐갔다.

돌연 킥킥대는 소리가 들렸다. 땀을 흘리며 열정적으로 불타오르던 의지는 지히하 떠돌아다니던 바람의 속삭임처럼 그를 위협하며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의 심장은 다시 한번 쿵쾅거리며 터질 듯한 충동을 느꼈다.

그때, 규현은 대화의 중심에 서 있어서도 그 어떤 혼란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의 고요한 목소리는 무거운 설정의 중심을 꿰뚫고 있었다.

"이 싸움은 단순히 요리 대결이 아닐세. 그 너머에 숨은 것이 바로 너희 두 사람의 것이야. 우린 그걸 위해 이곳에 모인 것이지."

규현의 말은 흔들리는 공간을 가득 채웠고, 그와 동시에 민재와 수아는 설렁거리는 불빛 아래에서 자기들의 이야기의 결론을 찾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열망은 더 없이 강하게 타오르며 불꽃을 피었다.

그때 그들이 두려워해야 했던 것은 이 짧은 순간에 과거의 순간과 조우하게 될 그 끝이었다. 그리고 그 끝에서 그들은 누구보다도 깨끗한 대답을 가져가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를 다시 미궁으로 가둬들이려는 양, 강한 마디의 숨결을 품고 있었다. 그가 바라보아야 할 모든 것은 이제 이 자리에 있는 모든 것들이었다.

때마침, 주방 안의 불빛이 다시 어두워지고, 이윽고 문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닫혔다. 그리고 그 순간, 마지막으로 주방의 태양이 진하게 붉어지며 떠올랐다.

민재는 그 안에서 무엇을 찾게 될지 몰랐지만, 더 이상 물러서지 않기로 했다. 그 결연한 결단의 증명은 곧 아침을 맞이하려는 탐구로부터 기인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무엇보다도 많은 것들이 함께 담기고 있었다. 민재는 누구보다도 그림자 속에서 그 답을 찾기 위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러나 주방에서 문득 그들의 시야 밖으로 날아가는 익명의 웃음소리가 다가왔다. 그 속담은 이상의 해답을 미리 짐작하게 하며, 희미하게 귓가를 스쳐지나갔다. 번개과도 같은 한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민재는 철썩이는 흐름으로 주방을 뛰쳐나가, 허공 속에 흩어져 있던 기억의 파편 조각들을 힘차게 맞붙이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남겨둔 것들을 잊은 듯 찰나의 행복을 경험하며 갈망했다.

어느새, 그 누군가의 출현을 알리는 요소들이 퍼져나가면서 이들을 서서히 덮쳐올 것이다. 모든 대답은 오로지 그들의 발걸음 속에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