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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맛의 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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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매달린 런던의 눈부신 일루미네이션을 발아래로, 나는 철제 난간 위에 위험하게 서 있었다. 아래로 고개를 숙이니, 바람이 내 원래 자리로 되돌아가라고 경고하듯 귓불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것이 정말로 너의 마지막 선택이냐?" 내 등 뒤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소리가 들려왔다. 차분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이상하게 이질감이 느껴지는 그 목소리의 주인은 이미 철길을 벗어난 지 오래일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 "그렇다. 이제 돌아갈 수 없지."

발끝에서 느껴지는 삐걱거림에 몸을 곧추세운 이상한 긴장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 순간, 머릿속에 파리의 밤바람과 와인의 향이 어그래도 모르는 추억처럼 떠올랐다. 모종의 이유로 아직도 그 밤, 그 요리의 향기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네 삶의 이야기들은 이미 너를 기다리고 있지.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그는 마치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말했다. 균형을 잃고 나서야 등 뒤에서 느껴지는 존재감의 무게가 얼마나 대단한지 깨달았다.

내 발길이 닿았던 격렬한 미각 여행들의 기억들이 사라져버리지 않도록, 나는 철제 난간에서 조심스럽게 내 발걸음을 떼었다. 익숙한 경멸과 단념의 기운이, 어느새 살아남아 바람에 실려 나의 뺨을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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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돌라가 멈춰 서 있는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는 마침내 운명을 거스르는 요리사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그곳에서 그는 고요하게 흐르는 강둑의 물소리를 배경으로, 은빛으로 빛나는 생선을 다루며 요리의 비법을 풀어내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맛도 기억처럼 겹겹이 쌓인다네." 구부린 허리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초로의 남자, 그의 눈동자 안에는 마치 물의 흐름마냥 깊고도 아득한 세월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그의 앞에 불손한 손을 내밀어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공간 속에 자리했다. 다른 말이 필요 없었다. 그의 행보는 이미 나의 의구심을 이해한다는 듯 나아갔다.

"언젠가 네가 삶의 끝자락에서 만날 마지막 요리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한 적이 있는가?" 그의 목소리가 이탈리아어로 부드럽게 흘러나왔다.

"아마도 과거의 잔재," 내가 내뱉은 말에 그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 순간 그의 손끝에서 퍼져 나오는 불길이 미세한 소금 입자들과 어우러지며, 산뜻한 향기를 깨어나게 했다. 후각을 자극하는, 그 어떤 감각으로도 설명하기 힘든 맛의 포화가 마을에 깃드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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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돌아가는 길목에서 어느 그늘에 숨어 있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자욱한 담배 연기 너머로 또렷한 눈빛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스쳤다.

"계속 여행을 하겠다는 뜻인가?" 도전적으로 흘러나오는 저음의 목소리가 나를 멈추게 했다.

"그러지 않으면 모든 것이 사라지고 만다." 나는 그의 물음에 맞서려는 듯 발걸음을 멈췄다. "이 여정의 끝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그는 담배를 한 차례 크게 피우더니 연기와 함께 나직이 숨을 내쉬었다. "내가 본 너의 여행은, 도망치는 것이 아니었네. 다만 아직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를 찾는 걸로 보였다."

우리 사이의 침묵은 한동안 지속되었고, 나는 잠시 그를 걷어내지도, 그가 내게 이야기를 멈추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담배 연기 뒤에 숨은 그의 깊은 눈동자가 단단히 나를 꿰뚫고 있었다.

마침내 그의 손끝에서 파르르 떨리며 피어오른 불꽃이 차갑게 빛났다. "다음엔 어디로 갈 것인가?" 그의 말이 마치 명령서처럼 들리는 순간, 나는 소리 없이 가던 길을 재촉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이 여행에는 목적지가 없다. 단순히 발걸음을 이어 나갈 뿐. 그러나 나는 멈출 수 없었다. 내 인생의 마지막 요리를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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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어의 밤은 언제나 사람들의 희망과 함께 찾아왔다. 어둑한 배경에 다소 불안정하게 떠 있는 별빛들이 우리를 응원하듯 반짝였다. 숨막히는 기다림 속에서 나의 채소들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릇에 차분히 놓여 있었다.

누군가가 수줍게 뒤에서 내 팔을 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제발, 그만하지 그러세요." 그녀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악기 소리처럼 울려퍼졌다.

나는 그녀의 말에 잠시 멈칫했다. "너무 늦은 건 아닐까요?"

그녀는 떨리는 두 손으로 나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며 눈을 맞춰 보았다. "역사는 변하지만, 우리는 변하지 않아요. 지금 결정하는 모든 것이 결국 우리를 이루게 될 거예요."

그 순간, 산들바람이 그녀의 여린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휘감고 지나갔다. 그녀의 얼굴에는 작은 미소가 핀처럼 박혀 있었다. "이 경험들이, 나의 요리들이, 영원히 기억될까요?"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나는 희망적으로 그 손을 놓지 않고, 마지막 요리를 위한 여정을 다시금 다짐했다. 어쩌면 이번 여행 끝엔 새로운 시작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디선가 듣고 있는 바람이 그 역시 같은 기대감을 품고 있다는 듯이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

마치 예정된 시나리오처럼, 그 친숙한 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 나는 고개를 들어, 다시 한 번 그 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그가 있다는 것은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예감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단순한 기회였을까, 아니면 이미 다가온 운명이었을까. 사람들은 이야기하기를 주저했지만, 그날의 선택이 우리의 길을 새롭게 비추었다. 다음 순간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듯이. 하지만, 이제는 그 낯선 향이 내게 변화를 속삭이고 있었다.

다음 장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나는 잔을 들고 경계하는 마음으로 그 불확실성을 향해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