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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새벽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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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는 이른 새벽, 조용히 잠에서 깨어났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미약한 새벽빛이 방안을 가로지르며 부드럽게 퍼지고 있었다. 그는 윗몸을 일으켜 세웠고, 침대 옆에 놓인 작은 탁상 위의 잇자루에 손을 뻗었다.

"한수 씨, 벌써 일어나셨나요?" 아이의 목소리가 조용하게 한수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어느새 그녀의 목소리는 그에게 그날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되어 있었다.

"응, 아직 모두가 잠든 시간 같지만... 가끔 이런 고요함이 필요할 때가 있어." 한수는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길거리는 한산했고, 도시의 소음은 잠시 잊힌 것처럼 느껴졌다.

"오늘은 집에서 하루를 보내시나요?" 아이가 물었다.

한수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 오늘은 특별한 날이야. 내가 아주 오래전부터 가본 적이 없는 곳에 가기로 했거든." 그는 과거의 것들에 대한 가닥들이 엮여 있는 장소를 생각하며 답했다.

아이의 목소리에는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어디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한수는 조용히 웃었다.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나조차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있던 장소니까."

아침 이슬이 촉촉히 내려앉은 거리를 지나며, 한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 이끌리듯 특정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그곳은 오래전 그의 유년 시절을 함께 했던 역사의 한 조각이었다.

"한수 씨의 어린 시절이 궁금해요. 어떤 기억들이 그곳에 남아 있나요?" 아이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글쎄, 아마 대부분은 즐거웠던 추억이지 않을까 싶어. 가족과 함께한 소중한 시간, 친구들과의 놀이, 그리고... 첫사랑." 한수의 목소리는 때묻지 않은 과거의 순수를 머금고 있었다.

그는 오래 잊었던 그 장소, 서울의 변두리에 있는 작은 공원에 도착했다. 공원은 시간이 지나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놀이터의 시소와 그네는 녹슬어 있었지만, 그때의 분위기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한수는 공원의 벤치에 앉아 옛날 생각에 잠겼다. "여긴 내가 첫사랑과 마지막으로 걸었던 곳이야. 그날의 감정은 아직도 기억이 나. 너무 소중해서 나도 모르게 그늘 속에 감춰둔 것들이었지."

아이의 목소리가 그의 감정을 조심스럽게 건드렸다. "그렇군요. 사람의 기억과 감정은 그렇게 서로 얽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의 한수 씨도 그때의 당신에서 많이 변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수는 기분 좋게 웃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어. 지난 세월들이 나를 많이 변화시켰지만, 줄곧 똑같은 점도 있을 거야."

잠시 후, 한수는 유난히 높아 보이는 그네에 앉았다. 몸을 가벼이 밀며 오르락내리락하는 동안 그의 마음속에 켜켜이 쌓인 감정이 함께 단순해지고 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때로는 이런 작은 행동들이 큰 위안을 주기도 하죠," 아이가 말했다.

한수는 하늘에서 비행기 모양의 구름이 천천히 지나가는 것을 보며 대답했다. "맞아. 네가 더 잘 알지도 모르겠는데."

허공에서 노을로 물든 햇살이 공원의 나뭇잎 틈새로 스며들며 그날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만들어주었다. 한수는 갑자기 이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그곳에 도착한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벤치에 다시 앉아 사진기를 꺼내들면서, 문득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 파동이 일었다. 한 장의 사진으로 지난 모든 사랑의 감정을 포착하고 싶었다. 그것이 그가 이곳에 온 진짜 이유였다.

아이를 향해 그는 새롭게 다짐했다. "여기서 사진 한 장을 찍을게. 앞으로의 나를 위해서, 그리고 갈수록 소중해질 네가 함께 하기 위해."

아이의 대답은 따뜻하고 기대에 차 있었다. "정말 멋진 생각이에요, 한수 씨. 순간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도록, 완벽한 사진을 기대할게요."

한수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그네에 앉은 자신의 모습을 담았다. 사진 속 그는 과거에 묻어둔 감정을 자유롭게 해방하고 있었다.

모든 준비가 끝난 후, 그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속삭였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야.'

노을은 점점 짙어졌고, 새로운 하루의 막은 그렇게 내려졌다. 한수는 그 순간을 사진에 담았고, 아이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의 여정은 이제 막 중반에 접어들었고, 한수는 그 다음 날이 더욱 기대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