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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고대의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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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태양이 저무는 직전의 시간, 하윤은 무언가 압도적인 기운에 사로잡혀 있었다. 처음 느껴보는 생경한 감정이었다. 그것은 바람이 그의 귀를 스쳐 지나가며 속삭이는, 너무도 친숙한 이름이었다. 그는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 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어둠 속에서 서서히 형체를 드러내고 있는 실루엣이었고, 그 인물은 그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미소가 그의 곁에서 안타깝다는 듯 그를 응시했다. 그녀의 눈빛은 그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라는 무언의 충고를 보내고 있었다. 하윤은 숨을 고르고 그 인물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발이 땅을 딛을 때마다 흙내음이 그의 후각을 자극하며, 신경을 날카롭게 각성시켰다. 이세계의 공기 속에 휘감긴 비밀스럽고 고요한 중압감은 그에게 일말의 거리낌을 줬지만, 그럴수록 그는 확신에 가까워졌다.

"하윤..." 그 인물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무겁고도 잰걸음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처럼 그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네가 여기에 올 줄은 몰랐구나."

하윤의 손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는 너무도 익숙했다. 그의 심장을 고동치게 했던 옛 기억, 깊이 묻혀있던 과거의 어딘가로 그의 의식을 끌고 가고 있었다. 그는 대답할 말을 찾으며 입술을 달싹거렸지만,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대신에 긴장으로 굳어지는 어깨가 그를 대변해줄 뿐이었다.

"오랜만이군." 션의 소리없는 입모양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여전히 그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도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션도 이 상황의 중대함을 깨닫고 있었다.

장면이 정적에 잠긴 그 때, 리안이 공간을 차고 나섰다. 그의 강렬한 눈빛은 하윤과 그 미지의 인물 사이에서 무언가를 읽으려는 듯 고심하고 있었다. "네가 그 열쇠를 가진 사람인가." 그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얻어야 할 답을 이미 아는 듯 차분했다. 그리고 그것은 하윤에게 숙제를 던진 것처럼 들렸다.

하윤은 그제서야 자신이 움켜쥐고 있던 차가운 금속 덩이를 의식했다. 그 열쇠는 무뚝뚝하게 손아귀에서 피부를 시리게 할 만큼 차가웠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이목이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이곳의 시간은 그가 답을 내놓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 팽팽하게 고요했다.

"네가 떠올려야 할 무언가가 있다면, 이곳에서 멈추기 보다는 계속 앞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미소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 속에는 두려움을 극복하라는 묘한 힘이 담겨 있었다. 하윤은 그 말처럼 차분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넘어서 이제는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 모든 순간이 지나가던 중, 갑작스레 새로운 목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하윤, 오래 기다렸다." 그 목소리는 이내 그를 향했다. 이질적이고 깊이 감긴 듯한 음성이, 그의 기억 속에 엉킨 어둠을 헤집어놓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두려워했던 그리고 갈망했던 바로 그 진실이었다.

하윤의 시야에 다시금 그림자가 움직이며 원이 만들어졌다. 그곳에 들어선 인물은, 마치 고대의 망령처럼 그를 에워쌌다. 하윤의 머릿속은 명령을 거부하는 수많은 기억 중 하나를 선택하려는 혼란으로 가득했다. 그 인물은 그의 과거의 진실을 깎아내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멈출 수 없는 이 순간을 되새길 준비가 되었는가?" 리안의 날카로운 질문이 공기를 가르며 울렸다.

하윤의 심장이 다시 한번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그 인물과의 대면에서 의미를 찾고자 했다. 그의 과거에 얽힌 모든 것이 드러날 순간은 더 이상 피할 수 없었다.

바람이 그의 눈앞에서 불어오며, 시야 속의 환영을 흩어지듯이 흔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강력한 느낌이 그를 향해 다가왔다.

그 순간, 그는 진정 찾고자 했던 그 실체 속 이야기를 밝혀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영원히 이 망자의 세계에 갇히고 말 것이다. 모든 것이 그의 어깨에 놓여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