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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그림자의 속삭임, 폭주의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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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기운이 숲을 삼키는 순간, 내 손끝에서 불꽃이 터지듯 솟구쳤다. 그 뜨거운 열기가 공기를 태우며 남자의 검은 로브를 향해 쏘아졌지만, 그는 단검을 가볍게 휘두르며 그 공격을 삼키는 듯했다. 나뭇가지가 부서지는 소리가 귀를 찌르고, 발밑의 흙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카엘의 등장으로 상황이 뒤틀린 이 순간, 내 가슴은 이미 폭발 직전이었다.

카엘이 공터로 들어오며 책을 들고 서 있던 자리를 차지했다. 그의 눈빛은 호기심으로 빛났지만, 입가에 스민 미소는 계산적인 냉정함을 드러냈다. "이건 꽤 흥미로운 구도군. 고대 마법의 잔재를 노리는 자와 그 힘의 주인. 최하린, 네가 그 중심이네." 그의 말투는 늘 그렇듯 부드럽지만, 단어 하나하나가 칼날처럼 예리했다. 그는 책을 펼치며 페이지 사이를 훑었고, 그 종이 스치는 소리가 공터의 고요를 깨며 불길한 예감을 더했다.

리안—아니, 민우—가 앞으로 나서며 지팡이를 세게 쥐었다. 그의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굳어 있었고,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는 게 보였다. "카엘, 네가 왜 여기 있지? 방해하지 마. 이 녀석을 처리하는 게 먼저야." 민우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그 안에는 억눌린 분노가 스며 있었다. 그는 늘 그렇게, 감정을 숨기며 말했지만, 그의 눈동자가 어둠을 꿰뚫는 빛을 발하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민우의 뒤로 물러섰다. 가슴이 조여드는 압박감에 손끝의 열기가 더 세게 맴돌았다.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며 차가운 바람과 섞여, 피부에 얼음 같은 촉감을 남겼다. 해린이가—지혜가—내 팔을 잡아당기며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하린아, 이건 너무 위험해. 우리 같이 빠지자. 민우 오빠가 막아줄 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다정했지만, 말끝의 떨림이 그녀의 두려움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남자가 단검을 들어 올리며 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낮고, 뼈를 울리는 듯해서 나뭇잎 사이의 습한 냄새마저 비틀려 느껴졌다. "방해꾼이 또 하나 늘었군. 카엘, 네가 고대 마법을 연구한다고 들었어. 그럼 이 힘의 가치를 알 텐데. 최하린의 운명은 내 거야. 물러서지 않으면, 너부터 없애주마." 그의 말은 거칠고 위협적이었으며, 단어 사이에 숨겨진 위협이 공기를 얼려 붙잡는 듯했다.

카엘이 책을 꽉 쥐며 한 걸음 다가갔다. 그의 발소리가 마른 낙엽을 밟아 크리릭 소리를 내고, 그 진동이 내 발밑으로 전해지며 불안을 키웠다. "운명? 웃기지 마. 고대 마법의 힘은 개인 소유물이 아니야. 그건 세계의 균형을 흔드는 거지. 최하린, 네가 그 힘을 가졌다면, 나한테 맡겨. 내가 제대로 다룰 수 있으니까." 카엘의 말투는 자신만만했지만, 그의 눈빛에 스친 탐욕이 그의 진심을 드러냈다. 그는 책에서 페이지를 넘기며, 그 종이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마치 비밀을 속삭이는 듯했다.

민우가 지팡이를 휘두르며 푸른 빛의 마법을 쏘아냈다. 그 빛이 공기를 가르며 윙 소리를 내고, 남자의 검은 기운과 부딪치며 폭발처럼 빛을 뿜었다. 나뭇잎이 흩날리며 내 얼굴에 스치고, 그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하린, 집중해! 네 힘을 제어해. 이 녀석이 네 약점을 노리고 있어." 민우의 외침은 단호했지만, 그의 목소리 끝에 스며든 피로가 느껴졌다.

나는 지혜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긴 검은 머리가 바람에 흔들리며, 달빛에 은은하게 빛났다. 그녀의 눈빛은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고, 손이 내 팔을 잡는 힘이 더 세졌다. "하린아, 네가 무슨 힘을 가졌는지 몰라도, 이제 그만해. 우리 함께 생각하자." 지혜의 말은 부드럽고 안정적이었지만, 그 안의 애원이 내 가슴을 찔렀다. 나는 이를 악물며 손끝의 불꽃을 느꼈다. 열기가 피부를 태우는 듯 뜨거웠고, 그 감각이 내 의지를 흔들었다.

"네놈들 다 물러나라! 최하린의 힘은 내 거다!" 남자가 소리치며 단검을 휘둘렀다. 검은 기운이 공터를 휘감으며 냄새를 변화시키고,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카엘이 재빨리 책을 들어 올리며 보호 마법을 펼쳤지만, 그 충격에 그의 몸이 흔들리는 게 보였다. "이건 고대의 금단 마법이야. 네가 다루기엔 위험해!" 카엘의 외침은 날카로웠고, 그의 책 페이지가 바람에 펄럭이며 소리를 냈다.

나는 그 혼란 속에서 내 안의 기운을 느꼈다. 손끝의 불꽃이 점점 더 강렬해지며, 온몸을 태우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숨이 가빠지고, 시야가 흐려지며 주변의 소리가 멀어졌다. "이 힘… 통제할 수 있어."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지만, 그 열기가 내 의지를 벗어나는 게 느껴졌다. 민우가 내 곁으로 다가오며 지팡이를 뻗었다. "하린, 내 손을 잡아. 함께 버텨." 그의 손길이 차갑고 안정적이었지만, 그 안의 긴장감이 전해졌다.

그 순간, 불꽃이 내 손에서 터지며 공터를 환하게 밝혔다. 그 빛이 나무를 비추고, 냄새를 태우며 남자의 기운과 부딪쳤다. 카엘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이건… 예상치 못한 수준이야. 하린, 네가 이걸 제어하면 큰일 나!" 그의 말에 지혜가 나를 끌어안았다. "하린아, 그만해! 네가 다칠 거야!"

하지만 불꽃은 멈추지 않았다. 그 열기가 주변을 삼키며, 나의 모든 감각을 압도했다. 남자가 후퇴하며 웃었다. "좋아, 네가 폭주하면, 이 힘은 내 거야." 그의 목소리가 멀어지며, 숲의 어둠이 다시 스며들었다.

마침내 불꽃이 약해지며, 공터가 고요해졌다. 나는 무릎을 꿇고 숨을 헐떡였다. 민우가 내 어깨를 잡아주었고, 지혜가 눈물을 글썽이며 손을 뻗었다. 카엘은 책을 들고 서서,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이 힘의 근원… 대체 뭐지? 하린, 네가 숨기고 있는 게 더 있나?"

그 질문이 공기를 가른 순간, 숲 속에서 또 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더 강력하고, 더 어두운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내 가슴이 다시 조여들며, 그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이건 아직 끝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