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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문 속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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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컥. 문이 닫히자, 순간 모든 공기는 한 점으로 응집되었다. 이준호의 눈앞엔 탁자 위에 흩어진 과자 봉지들이 시선을 빼앗고 있었다. 그만큼 그들의 현재 환경은 소음 하나 없는 완벽한 고요에서 나왔던, 더 노골적인 위협으로 넘치고 있었기에.

누군가의 손끝에서 조용히 전해지던 삐걱 소리는 그들의 귀 밑으로 스며들며 긴장감을 조여왔다. 갑작스레 몰려오는 초긴장 상태에 준호는 움켜쥐고 있던 손바닥을 느슨하게 벌렸다. 김하나는 그의 곁에 서서 조심스레 움직였다. 그녀의 심장 박동이 발음처럼 울려 퍼졌다.

"잠시만, 불빛이 있잖아." 김하나는 불빛을 향해 조심히 손길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주변의 시선을 한데 끌어모으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준호는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낮은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박철수는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어 그들의 뒤를 살폈다. 그의 신경은 팽팽하게 당기던 고무줄처럼 날카롭게 반응했다.

"우리, 여기 남아 있을 수 없겠네." 박철수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는 재빨리 자기 발 끝의 먼지들을 털어내려 애쓰며 새로운 결심을 내렸다.

그러는 사이, 이들의 대화는 눈빛만으로 작아졌다. 조심스레 이어지는 그들 사이의 침묵이 또 다시 끓어올랐다.

"하... 뭐든지 알게 되겠지." 박철수가 웃음을 살짝 지으며 스스로를 달래었다. 그의 주먹은 이미 그가 결코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주어진 현실 속에서 가장 불안한 것은 종종 우리가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이선희는 안경을 고쳐쓰며 겁내듯 그의 곁을 지켰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두려움이 꿈틀댔고, 그 이질감은 서서히 주변을 감돌았다.

"저 앞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김하나가 숨을 고르고 어둠을 깔 보며 속삭였다. 그녀의 눈동자는 깊게 깃든 그림자의 경계를 겨냥하고 있었다.

이때였던가, 주위의 어둠이 물러나며 그들의 앞에 다시금 길이 열렸다. 순간, 날카로운 쇳소리가 다시한번 그들의 귀를 간질였다. 위험은 끊임없이 그들을 쳐들어 보려 했다.

불의의 사태는 언제나 예상 밖에서 오는 법. 이수 없이 이어진 틈 속에서 이준호는 갑작스레 갈비뼈를 매섭게 움켜쥐었다. 소리가 점층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김하나는 그의 팔을 다시 잡아끌었다.

"완전 엉망이다. 하지만 피할 수는..." 이준호는 한마디를 더 내뱉으려 했으나, 김하나는 단숨에 그를 가로막았다.

"조심해, 이봐. 이제 겁먹으면 아무도 도와줄 수 없어." 그녀는 그들의 서로 다른 시야를 정렬시킴으로써 혼란스러운 환경을 풀어나가고 있었다.

그 말에 이준호는 약간의 피로를 풀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래서 여길 지나쳐야겠지."

그들 주위에 펼쳐진 진실의 음영은 다소 무거운 현실감을 획득하며 간담을 서늘케 했다. 그들의 귓가에 순간 흐르던 안도의 숨결들은 당장이라도 파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한편, 박철수는 그들의 등 뒤에서 다음 대화를 멈추지 않고 고갤 돌렸다. 그는 복잡한 미식(迷失)을 넘어 사고를 명료하게 풀어내려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그의 목소리는 다분히 결과를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여전히 들리는 급박한 소리들은 돌이킨 순간에서 이제 비로소 끝이 다가오는 듯 보였다.

그때, 반짝하고 불연속적인 섬광이 그들의 시선을 가로막는 신속한 외측 몸짓이 그들 앞으로 다가왔다.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알아가기 전에, 이들은 또다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정체 모를 기계음은 그들을 향해 갈수록 소름끼치게 패턴을 바꾸고 있었다.

"여기서 더 드러날 것도 없어 보여." 김하나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주변의 모든 것이 갑자기 열리며 그녀의 시야에 걸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 순간 어둠의 끝자락에서 들려온 건 예상치 못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여기까지 온 것을 환영하오."

그 말을 듣자 이준호는 귀를 기울였다. 그는 갑작스레 그 목소리의 무게에 눌리는 기분이었다. "누군데...?"

목소리는 한차례 기지게를 켰다. "곧 알게 될 거요."

마치 이 순간을 위해 기다리던 듯, 그 목소리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퇴장했다. 하지만 이 순간이 다가오더라도, 이준호는 악안의 끈이 풀리듯 한 쪽 귀뚜라미처럼 팽팽한 긴장감 속에 잠식되고 있었다.

"준비됐어. 더는 돌아설 수 없어." 김하나는 머리를 짚으며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투지가 그을린 벽에서 반사되며 그들의 고개를 휘감았다.

"그래. 이제 끝이야." 이준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이마는 서로 닿을락말락 했다. 그들은 서로의 존재에 더 이상 의미를 두지 않았다.

순간, 이들의 몸을 에워싼 벽면이 슬며시 솜털처럼 누그러들었다. 그리고 그 어떤 것도 끝나지 않은 소리 없는 공포가 다가왔다. 무언가는 언제나 그들의 방아쇠 바로 옆에서 헤쳐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 문턱 너머에서 무언가가 그들을 부르고 있을 때, 그들의 귓가에서 점점 더 가까워지는 숨의 흐름이 느껴졌다.

"뭐... 문이 열렸나?" 박철수가 한 걸음 물러서며 중얼거렸다. 그의 눈은 어둠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고 있었다.

그렇게 긴장감을 뒤로 하며 분주히 움직일 시간이 온 것이었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에도 숨겨진 어둠의 비밀은 그들의 뒤에서 시퍼렇게 번잡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복잡한 실을 풀어가기 시작하면서도 그 이상으로 궁핍해지던 무언가는 이들 앞에 또다른 길을 열어 주고 있던 것이었다.

마구잡이로 던져진 일련의 스트레스들에, 이들은 마침내 균열과 깨진 타일 사이에서 진실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거기에 언제 닥칠지도 모르는 결말이 그들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다음의 걸음마까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들의 발걸음 속에 갈라진 파편들이 내일의 날개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새로운 그림자를 훑는 강물 같은 한 가닥 빛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들이 아직 쏟아내지 못한 과거를 맞닥뜨렸을 때, 어딘가에서 열린 틈새는 그들을 위한 마무리처럼 그들의 길을 제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을 넘어가리라는 지속적인 확인은 그들이 그 진실의 중앙에서 더 큰 갈등을 만나는 것이었다. 문 하나에서 온 일련의 긴장감과 함께 그들의 운명이 여전히 미지수로 아이러니하게 흩어져 있었다.

그곳에서 그들을 최악의 결말로 끌고 가기에 아직 이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가장 깊은 감정의 중심에서, 그 다음 이야기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치 회오리 속에서 움직이듯 우두둑하며 휘몰아치는 이야기가 그들의 걷는 발 뒤에까지 따라오고 있었다.

이들이 무엇을 발견할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일. 다만 그들이 머물러야 할 장소는 끝이 아닌 끊임없는 여정이었다.

그 순간, 그곳에 또 다른 그림자가 그들 앞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