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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의 등 뒤에서 암울한 기운이 스며들어왔다. 그의 발자국은 태풍의 눈처럼 적막 속에 서서히 퍼졌다. 그 순간, 민재는 무언가 치명적인 것이 다가오고 있다는 본능적인 불안을 느꼈다. 모든 감각이 날카로워졌고, 그는 여전히 건반에 얹힌 손끝에 집중했다.
"무엇을 원하든 이미 때가 됐어," 레온의 목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낮고, 그러나 뚜렷한 그의 목소리는 마치 칼날처럼 날카롭게 찌르르 했다.
그 시선은 소희에게 머물렀다. 그녀는 두 손을 가슴 앞에서 깍지 끼고, 난처한 얼굴로 민재를 쳐다보았다. 눈빛 속에는 아직 말하지 못한 메시지가 아른거렸다. 시계의 초침이라도 방금 멈춘 것만 같은 침묵이 흘렀다.
레이저 빛이 곳곳을 비추고, 굵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저음이 클럽 전체를 진동시켰다. 유리는 손을 근육질의 팔로 치켜들고 어떤 우려 속의 미소로 그것을 지켜봤다. 적막은 그녀의 관자놀이로 흘러내리는 땀방울마저 잠식했다.
"무슨 일이 있는 거야?" 그녀가 관중들 사이로 눈길을 보냈다. 그녀의 목소리는 외로운 초원에서 퍼지는 회오리 소리처럼 떨렸다.
현우가 기타를 휙 흔들며, 뜨거운 불빛 속에서 불안감을 폭발시키려 했다. 그의 시선은 현란한 조명 속에서도 빛난다. "우린 휩쓸리지 않을 거야. 준비됐지, 민재?"
민재는 시선은 피아노 건반에 고정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유령 같은 온기를 느꼈다. 가슴 속에서는 무언가 휘몰아치는 듯했다. "우리는 끝까지 갈거야."
소희는 그를 가만히 보며, 긴장감 속에서도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심장의 박동이 같이 뛰어넘으며, 소리 없는 응원을 보냈다. 그녀의 따뜻한 눈동자에 잠긴 희망은 그의 모든 의식을 사로잡았다. 순간 다음 순간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민재가 손을 피아노 건반에 다시 얹었을 때, 클럽 구석에서 낯선 인물이 소리 없이 나타났다. 언밸런스한 박자와 함께 무대 위로 올랐다. 그의 발걸음은 고요했고, 뒤따른 그림자는 날카로웠다. 마스크를 쓴 얼굴 너머로 입가에 스미는 불길한 미소가 어둠 속을 더 애처롭게 만들었다.
"역시 처음부터 계획했던 대로군," 그가 속삭이듯 말했다. 그의 목소리엔 깊은 목의 울림이 숨어 있었다. 그 불협화음의 진원지에서부터 차차게 흘러나와 뇌리를 뒤흔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의 발언에 집중됐다. 무대 주변의 공기는 더 무겁고 검게 다가왔다. 민재는 적대적인 기운에 고개를 들었지만, 그의 눈 속에 불어온 무언가가 마음의 중력을 느끼게 했다.
"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민재가 도전적으로 외쳤다. 그의 말은 무대와 관객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긴장감의 가로막을 뚫었다. 인파는 그 말을 주시하며 계단을 오르내리는 그의 모습을 지켜봤다.
그러나, 그 낯선 인물은 민재의 시선을 똑바로 받아들이며 서있었다. "날 몰라도 좋다. 진짜 재미는 아직 시작도 안 했어," 그의 목소리는 촘촘히 거미줄 같은 테두리를 그렸다. "우리가 가진 모든 걸 보여줄 차례지."
그의 말에 모든 것이 하나로 엮인 듯이 빛났고, 민재의 마음은 심해의 바닥에서부터 솟아오른 순폭처럼 들끓었다. 그의 시선은 그들의 앞에 펼쳐진 그림자를 직면하고 있었다. 그것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민재는 이제 막 그의 마음을 건드리며 올라온 음조를 간신히 놓치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는 이 순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지 않았다. 이 순간이 그가 넘어야 할 경계임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여전히 떨리는 손끝으로, 그는 피아노 건반을 강하게 두드렸다. 그의 연주는 클럽 내부에 짜릿하게 퍼져 나가, 소리의 물결이 되어 그들 모두를 휩쓸었다. 그는 소음밖에 들리지 않을 것 같던 음악 안에서 길을 잃지 않았고, 그의 모든 생각이 올인 되었다. 그러나 그조차 무엇이 앞으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천장을 가르고 내려온 조명 아래, 그의 손끝에서 피어난 화음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인 그들의 곡을 밝혀냈으나, 여전히 풀리지 않은 갈등과 수수께끼의 단서를 계속해서 쏟아내고 있었다.
눈 속에서 서로를 마주한 그들의 시선으로, 어쨌거나 그들의 노래는 다시금 들려올 것이다. 그 곡은 희망과 두려움에 뒤덮인 어둠을 비추며, 다가올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저 지금, 그들의 운명이 결정될 바로 그 순간의 문턱에 서 있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