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22화. 배신의 고백, 그림자의 속삭임

이 에피소드는 오디오북이 제공되지 않습니다.

검은 기운이 나뭇잎을 찢으며 다가오는 그 순간, 내 가슴이 얼어붙은 듯 꽉 조여들었다. 지혜의 고백이 공기를 찢어발기듯 울리며, 그녀의 긴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더니 내 팔을 스쳤다. 그 부드러운 촉감이 이제는 칼날처럼 아팠다.

숲의 가장자리에서 우리는 서로를 노려보고 서 있었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살랑이는 소리가 귀를 자극했고, 땅에서 피어오른 축축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혜의 눈빛이 흔들리며, 그녀의 손가락이 옷자락을 쥐는 힘이 세졌다. "하린아, 정말 미안해. 그 봉인 연구를 할 때, 내가 조심하지 못했어. 네가 그걸 건드리기 전에... 내가 먼저 만졌거든." 그녀의 목소리가 약하게 떨렸고, 입술이 바싹 마른 듯 움직임이 뻣뻣했다.

나는 후퇴하며 주먹을 쥐었고, 손바닥에 새겨진 검은 자국이 따끔거렸다.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왜 숨겼어?" 내 말이 나오자마자, 목구멍에 걸린 덩어리가 목소리를 갈랐다. 민우가 지팡이를 쥔 손을 들어 올리며 한 걸음 다가섰다. 그의 날카로운 눈빛이 지혜를 꿰뚫었고, 어깨가 단단히 굳은 채로 중얼거렸다. "이제야 나와? 그 봉인이 풀린 게 네 실수 때문이라면, 우리는 이미 위험에 처해 있어." 그의 말투는 늘 차갑고 정확했지만, 숨결에 섞인 뜨거운 기운이 그의 분노를 드러냈다.

카엘은 책을 펼친 채 웃음을 머금었고, 페이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정적을 깨며 불길한 메아리를 만들었다. "호오, 지혜. 네가 고대 마법에 손댔단 말이지? 재미있네. 하지만 그게 전부일 리 없어. 누군가 더 개입했을지도." 그의 목소리는 장난스럽게 가벼웠지만, 손가락이 책장을 누르는 압력이 점점 세어지는 게 보였다. 유리아가 지팡이 끝을 흔들며 소리쳤다. "이 바보들아, 시간 없어! 그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는데, 서로를 물어뜯을래? 하린, 네가 그 힘을 제어할 수 있으면 증명해봐. 아니면 다 같이 망하지." 그녀의 금발 머리가 달빛에 번쩍이며, 목소리가 날카로운 칼처럼 공기를 베었다.

나는 지혜를 똑바로 바라보며 한 걸음 다가갔다. 심장이 쿵쾅대는 소리가 귀를 울렸고, 손끝의 열기가 피부를 데우는 듯했다. "너... 나를 이용한 거야? 그 봉인이 풀리면 네가 그 힘을 가질 수 있을 줄 알았어?" 내 질문이 공기를 가르고, 발밑의 낙엽이 부서지는 소리가 그 울림을 더했다. 지혜가 고개를 숙인 채 속삭였다. "아니, 하린아.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이었어. 하지만 그게 커지자, 두려워서 말할 수 없었어. 이제는... 후회해." 그녀의 어깨가 살짝 떨리며, 눈가에 맺힌 눈물이 반짝였다.

장면이 전환되며, 우리는 숲의 좁은 길을 따라 학교 쪽으로 이동했다. 나뭇가지가 얼굴을 스치며 가시 같은 통증을 주었고, 발소리가 진흙을 밟는 쩍쩍거리는 소리를 냈다. 카엘이 앞장서서 책을 들고 중얼거렸다. "봉인의 조각이 깨우는 소리가 들려. 지혜, 네가 그걸 건드렸다면, 더 큰 그림자가 우리를 찾아올 테지. 하지만 하린, 네 안의 불꽃이 그걸 막을 수 있어." 그의 말은 유혹적으로 흘렀고, 책 페이지가 스치는 소리가 그의 호기심을 강조했다. 민우가 그를 노려보며 끼어들었다. "카엘, 네가 이걸 알고 있었잖아. 왜 이제야 말하는 거지? 항상 이렇게, 정보를 장난감처럼 다루지." 그의 어조는 짧고 직설적이었고, 지팡이 끝이 살짝 빛나는 게 보였다.

지혜가 나를 돌아보며 속삭였다. "하린아, 정말 미안해. 그때 네가 학교 지하실에서 봉인을 만지기 전에, 내가 그 주문을 시험해봤어. 하지만 그게 이렇게 될 줄 몰랐어." 그녀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떨렸고, 손이 내 팔을 스치며 미세한 떨림을 전했다. 유리아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미안하다고? 웃기지 마. 네가 그 봉인을 건드렸으면, 학교 전체가 위험해. 하린, 네가 그 힘을 버리는 게 나을 거야. 아니면 다 같이 잡아먹힐 테니까." 그녀의 지팡이 빛이 길을 비추며, 그 열기가 공기를 데웠다.

나는 걸으며 속으로 소리쳤다. 가슴이 답답해지며, 손바닥의 자국이 다시 따끔거렸다. 친구의 배신이 내 안을 휘감았고, 그동안의 웃음과 우정이 거짓처럼 느껴졌다. "이제 어떻게 믿지? 나 혼자서 이걸 감당해야 해?" 내 생각이 머리를 맴돌 때, 카엘의 말이 이어졌다. "기록에 따르면, 봉인을 푼 자는 그림자의 연결고리가 돼. 지혜, 네가 시작했지만, 하린이 그걸 완성시켰어. 재미있지, 이 연결이?" 그의 웃음소리가 낮게 울렸고, 책을 덮는 소리가 공기를 자극했다.

민우가 나를 돌아보며 속삭였다. "하린, 네가 강해. 그 힘을 제어할 수 있어. 하지만 이 배신을 잊지 마. 신뢰는 조심해서 쌓아." 그의 손이 내 어깨를 살짝 누르자, 그 따뜻함이 안도감을 주었지만, 그의 눈빛에 스민 그림자가 의심을 키웠다. 지혜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오빠, 나를 믿어줘. 이제는 다 같이 맞서야 해. 그 그림자가..." 그녀의 말이 끊기며, 숲 깊이에서 낮은 울림이 들려왔다.

장면이 바뀌며, 우리는 학교 문 앞에 도착했다. 돌담이 서늘한 촉감을 주었고, 풀밭의 습한 냄새가 코를 스쳤다. 그때, 검은 기운이 다시 스멀대며 다가왔다. 땅이 미세하게 진동했고, 나뭇잎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도망치지 마, 최하린. 네가 그 열쇠야." 남자의 목소리가 공기를 가르며 울렸다. 그의 로브가 그림자 속에서 흔들리며, 단검 끝의 검은 빛이 번쩍였다.

카엘이 책을 들고 후퇴하며 중얼거렸다. "이건 예상치 못한 전개야. 지혜의 배신이 그림자를 부른 건가? 하지만 더 큰 조각이 깨우는 소리가 들려." 그의 미소가 사라지며, 손가락이 책장을 세게 누르는 게 보였다. 민우가 지팡이를 치켜들며 소리쳤다. "모두 주의해. 이 녀석은 시작일 뿐이야." 유리아가 지팡이를 휘두르며 외쳤다. "또? 이 미친 상황이 끝나지 않네!" 지혜는 나를 잡아당기며 속삭였다. "하린아, 미안해. 하지만 이제는 함께..."

그런데 그 순간, 내 손끝에서 불꽃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열기가 팔을 타고 올라오며 시야를 흐리게 만들었고, 가슴이 격렬하게 뛰었다. "이게... 다시?" 내가 중얼거리자, 검은 기운이 더 강하게 다가오며 나뭇가지를 부수는 소리가 울렸다. 지혜의 배신이 내 힘을 자극한 건지, 더 큰 위협이 문을 두드리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림자가 다가오고, 그 속에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기 직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