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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실루엣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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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울림이 현기증을 일으켰다. 멀리서 다가오는 저 주파수는 늘 그랬듯이 낯설고도 잔인했다. 공기는 밀려오는 전류에 흔들리는 듯했고, 피부는 그 충돌에 연신 닿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눈을 꼭 감고 서있었다. 고요한 침묵만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준호, 그쪽이야. 준호!"

내 외침이 온통 공기 속을 뒤흔들며 튕겨나갔다. 하지만 그새 모습이 사라져버린 준호에게 닿지 못하자, 실낱같은 희망마저 사라지는 듯했다. 갑작스레 상우가 내 어깨를 잡기 전까지는.

"수민, 그의 뒤를 따라갈 수밖에. 시간이 없어."

상우의 짧고 단호한 목소리가 귀를 찔렀다. 밀려오는 두려움과 맞닥뜨렸다. 그러나 그 속에서 강한 결단이 돋아났다. 그와 나, 그리고 더불어 지은까지 결코 회피할 수 없는 길 앞에 서 있었다. 지은은 침착하게 거울을 가리켰다.

"이건 단지 무언가를 시작할 천국도 아니죠. 역할을 찾아야 해."

내 속에서 울려 퍼지는 무언의 비명을 닮은 각오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 순간, 지은은 무언가 대단히 중요해 보이는 것을 건네받고 있었다. 그러자 지은의 손은 일순간 탱탱히 긴장된 줄처럼 팽팽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어두운 눈빛으로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여길 지나치는 것뿐이야. 그렇지 않다 해도."

지은의 말에 난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마음속에 복잡한 감정들이 들끓는 게 분명했다. 그런데 그 순간, 거울 너머에서 또 다른 공명이 돌연히 터져 나왔다.

"준호!"

내 마음속에서 또 다른 공포가 뿜어져 나오는 순간, 지은이 팔을 잡혀 끌려 들어갔다. 그녀의 몸이 얼음처럼 딱딱해졌다. 지은이 내게 다급히 외쳤다.

"난 너만 믿겠어, 수민! 줄곧 그랬지."

그녀가 던진 말의 무게에 호흡이 잠시 막혔다. 그리고 그 순간, 거울 속이 머릿속을 관통하는 혼돈의 힘처럼 나를 끌어당겼다. 벽 너머에서 피어오르는 안개 속으로 나는 뛰어들어갔다.

한숨을 쉬며 관문을 넘었을 때, 얼어붙은 공기가 코끝을 스쳤다. 거울의 세계는 냉혹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단단한 벽들 사이로 흐르는 힘은 두려움을 잦게 했고, 거대한 환영들이 천장을 다스리고 있었다.

"어디 있는 거야? 다들 잘 있지?"

내게서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소리들이 불규칙하게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내게 시간이 있음을 어둡게 속삭이는 듯했다.

그때, 갑작스레 현장 속으로 다시 끌린 지은의 말투가 가위에 눌린 듯하게 전달되었다.

"이럴 수가! 믿을 수 없어...!"

그녀의 목소리는 희미하지만 강렬하게 내 귓가에 닿았다. 그러나 어느새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가갈수록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 계속 이어졌다.

"거기선 무슨 일이 있었어?" 상우가 뒤깎이며 돌아왔다. 그의 목소리는 분명하게 들렸다.

한눈에 알 수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곳의 모든 존재에는 이유가 있었다. 여기 있는 것들은 서로 꼬리를 물고 제자리를 찾기 위해 끊이지 않는 역동을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이 모든 건 정교한 바둑판 위의 돌처럼 보였다.

그 순간, 부드러운 먼지 구름이 발밑에서 피어올랐다. 모든 게 눈앞으로 달려오며, 급빨리 흩어져나갔다. 그리고 허공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존재감은 불가사의한 시선으로 장엄했고, 추상적으로 느껴졌다.

"머나먼 빛의 시작이 됐네."

그녀의 퍼지는 목소리가 일순간 모든 걸 잠식한 후 드넓게 펼쳐졌다.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그녀만의 믿음을 가지고 우리는 마주 보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너희의 여정은 시작되고 있어."

그녀의 손가락이 동작하자 주변은 잠깐 흔들리듯 이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돌아왔다. 그 모든 것이 운명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나는 예기치 못한 진실과 선택의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직 다음 날이 닿지도 않았고, 우리는 이 순간에 속해있지만.

"이제 우리가 선택할 때야."

그녀의 말을 따라 무거운 염원이 걸린 눈길 안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모든 감각이 기절할 듯한 긴장 속에 짜맞춰졌다. 거울의 경계에서 훔쳐보는 운명, 그 실루엣은 우리의 마지막 모습을 향해 걸어왔다.

끝과 시작의 교차로를 놓치지 않겠다는 결단이 다시 한 번 메워졌다. 하지만 그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한 걸음 남았음을 알렸다. 그리고 그 한 걸음을 통해 나아가고 있었다.

마침내 우리는 그 새로운 패스터픽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더 뜨거운 희망을 가지고, 더 험난한 길을 맞이했다. 이는 그저 시작일 뿐이다. 진실의 끝이 보이는 길로의 첫걸음을 떼는 일이었다.

누군가는 숨소리가 지나갈 때마다 각자의 무게를 지니며 혼란 속에서 단결해야 할 것이다. 이제 찾으려는 길 위에 끝없는 비명이 있었다. 그리고 무한한 힘이 그 속에서 솟구쳤다.

결연한 눈부심이 펼쳐지는 순간, 우리는 각자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다음일 뿐이다.

다가오는 진실의 실루엣에 맞서, 우리의 세계가 반전에 도달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