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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심연의 그림자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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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어둠 속에서 태민의 불안한 손전등빛이 떨렸다. 숨죽인 파도처럼 주위의 어둠은 끝없이 밀려왔다. 그는 손가락으로 손전등을 쥐고 있는 자신의 손을 꽉 움켜쥐며, 차가운 미궁 속을 걷고 있었다.

“설마... 이 길을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지연의 목소리는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위태롭게 흔들렸다. 그녀의 숨소리는 점점 더 거칠게 들려왔다.

태민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혀끝으로 피 맛을 느낄 뿐이었다. 피어난 질문들과 함께 실체 없는 긴장이 그의 목을 조였다.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해.”

현수는 직선적이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말투는 상황을 통제하고자 하는 인내와 감당할 수 있는 자제력을 내포하고 있었다. 손전등빛이 그의 땀으로 번들거리는 이마를 비췄다.

갑작스럽게 미궁의 어딘가에서 거친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그들의 발걸음은 멈췄다. 시각 외 다른 감각들이 그들의 몸을 휘몰아 치며 지나갔다. 마치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폭풍을 예고하는 것 같았다.

“여기서 무언가 우리를 시험하고 있어. 이게 뭘까?” 태민은 차가운 목소리로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으려는 욕망을 드러냈다. 손에 쥔 손전등의 불빛은 뜨거워질 만큼 그의 손에서 진동하며 빛을 뿜었다.

닿을 듯한 빛속에서 무언가 섬뜩한 움직임이 있었다. 불현듯, 그들의 시선이 교차하는 중앙에 누군가 서 있었다. 일그러진 거울처럼, 수많은 얼굴들이 한꺼번에 융합된 것 같은 불규칙한 형체였다. 그 형체는 눈부신 빛을 흡수하면서 분위기를 점점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뭐야, 도대체...” 지연은 상념에 잠긴 듯 입술을 잘근 잘근 물었다. 그 모습이 그녀의 고뇌를 그대로 드러냈다.

세훈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물을 따라 움직이는 듯 했다. 그 속에서 태민의 두려움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잡혀선 안 돼. 우리가 이걸 풀지 못하면, 모든 게 끝장이다.”

귀에 반향하며 쏟아지는 세훈의 말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무거운 응어리처럼 떠다녔다.

그때, 어둠의 누군가가 형체를 드러냈다. 그 생명체는 인간의 액체와 같은 형태로 이들이 움직이는 동작을 억누르고 있었다. 태민은 반드시 무엇인가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태민이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불쑥 좌중을 흔드는 짜릿한 공기가 터져 나왔다. 어쩌면 지금까지 쌓여온 모든 것들을 새로 시작해볼 시점이었을지도 몰랐다.

“결단이 필요해. 아니면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알지 못한 곳에서 결정될 거야.” 현수는 그 특유의 눈빛으로 태민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그 순간 공기는 돌연히 차가워졌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불안해진 그들의 시선은 하늘을 짙게 물들였다. 마치 그들 스스로 피할 수 없는 숙명에 끌려가는 것 같았다.

“저기... 무슨 빛이 보여!” 지연이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빛은 점점 더 강렬해지며 다른 차원의 방향으로 그들을 이끌고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갈팡질팡 하는 순간이었다.

그들이 불가해한 광경에 속수무책으로 서 있을 때, 그림자가 그들을 감쌌다. 그림자의 속삭임은 이제 이들의 귀로 스며들어, 그 누구도 끝내기 어려운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었다.

모든 것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은 절대적인 순간, 어느새 그들의 시선이 서로의 마음속 깊이 녹아들어가 운명적인 결단이 다가왔다.

서늘한 바람과 함께 미궁 속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그 목소리가 그들 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단 한번의 기회에, 그들은 그들이 감히 상상도 못 했던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마침내 모든 것이 분명해지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길 끝에 서서 그들은 자신들이 놓인 상황과 마주해야만 했다. 과연 이 어둠 속에서 그들이 잡아야 할 운명은 무엇일까?

태민은 결단을 내리기로 했다. 그리고 모두 함께 그를 향해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들의 시선이 같은 방향을 향하며 그들의 뜨거운 숨이 만나 떨어졌다.

그 동안 그 속에 무엇이 담겨 있었는지 묻기 전, 그들의 곁에 다가온 시간의 격류가 그들에게 타협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들이 갈라진 흙길 위에 머물러 서 있을지 아니면 이 진실로 가득한 어둠을 헤쳐 나갈지, 곧 드러날 것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뜻밖의 기척이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 그로 인해 이제까지의 모든 것이 그들에게 펼쳐진 채로 다가왔다.

무언가를 확실히 해야 했다. 그 어두운 숨결 속에서 그들 사이에 속삭여지는 희미한 목소리와 지금 이들이 길게 우려왔던 모든 이야기.

결국 그 끝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장대한 결단의 순간이 다가왔고, 이제 선택은 그들의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