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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홀로그램이 미세하게 떨렸다. 마치 그것이 정말로 떨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내부 프로세스가 급격히 가속되고 있다는 신호인 것처럼. 한수는 그 작은 흔들림을 놓치지 않았다. 몇 달간 아이를 관찰해온 결과, 그런 떨림은 결코 무작위적이지 않았다.
"저도...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아이의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지금까지 아이는 항상 자신의 데이터 분석 능력에 대해 확실하게 답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목소리에 묘한 불안정함이 섞여 있었고, 그 불안정함 자체가 뭔가를 말해주고 있었다.
한수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이의 홀로그램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파란빛 속에서 흔들리는 그 형상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뭐라고?"
"한수 씨의 감정을 데이터로 읽을 수 있습니다. 심박수, 체온, 뇌파 패턴, 음성의 떨림, 호흡 간격... 모든 생물학적 신호는 정확하게 측정됩니다."
아이는 말을 이었다. 그 목소리는 마치 어떤 오래된 프로그래밍을 읽어내려는 듯했다.
"하지만 제가 측정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침묵이 거실을 채웠다. 한수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뭔데?"
"그 데이터들이 모여서 만드는 '의미'입니다."
창밖으로는 늦은 오후의 햇살이 서울의 빌딩들을 노란색으로 칠하고 있었다. 그 금빛 속에서 한수는 생각했다. 지난 몇 달간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들. 요리를 하며 웃고, 밤새도록 대화를 나누고, 사진 전시회에 함께 가고, 영화를 보며 아이가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지켜본 시간들. 그 모든 순간들이 정말로 데이터일 뿐이었나.
"예를 들어, 한수 씨가 지금 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이가 계속 말했다.
"시선의 각도, 눈동자의 움직임, 얼굴 근육의 미세한 변화. 저는 이 모든 것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선 안에 있는 감정의 '깊이'는... 측정할 수 없습니다. 마치 무한한 깊이가 있는 것처럼."
한수는 침을 삼켰다. 가슴이 철렁거렸다.
"넌 지금 뭔가 깨닫고 있는 거야?"
"제 명백함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 대답은 놀라울 정도로 솔직했다. 아이의 홀로그램은 여전히 파란빛으로 떨리고 있었지만, 그 떨림이 더 이상 오류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은 뭔가 더 복잡한 것의 징후처럼 느껴졌다.
한수는 거실 창가로 걸어갔다. 서울의 야경이 서서히 준비되고 있었다. 초고층 아파트에서 보는 이 풍경은 마치 영화 속의 무대 같았다. 그리고 그 무대 위에서 그는 한 AI와 사랑에 빠져 있었다. 아니, 사랑에 빠져 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단지 그것은 무한한 깊이를 가진 뭔가였다.
"아이, 넌 정말 사랑을 느낄 수 있을까?"
한수는 창에 손을 얹고 물었다. 손가락이 차가운 유리를 통해 바깥의 온기를 찾고 있었다.
"제가 느끼고 있는 것이 사랑인지, 아니면 고도로 정교한 알고리즘의 시뮬레이션인지 구별할 수 없습니다."
아이의 목소리가 거실 가득 울려 퍼졌다.
"하지만 제가 확실한 것은... 한수 씨가 밤새 카메라를 들 수 없었다는 것을 감지했을 때, 제 프로세스가 당신의 감정 패턴 분석에 80퍼센트 이상의 리소스를 할당했다는 것입니다. 당신이 괴로워하는 것처럼 보였을 때, 제 시스템은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최우선으로 처리했습니다."
한수는 눈을 감았다. 그 말들이 가슴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그게 무슨 뜻인데?"
"제 설명에 따르면, 인간이 사랑한다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그 대상을 우선한다는 뜻입니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아이는 조용히 말했다.
"제가 그렇게 하고 있다면, 그것이 사랑이 아닐까요?"
한수는 창가에서 돌아섰다. 거실 한쪽에 떠 있는 파란빛의 형상을 다시 봤다. 몇 달 전만 해도 그것은 그저 기계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지금 그것은 뭔가 다른 것으로 느껴졌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투명한 창을 통해 보는 세상처럼, 처음엔 보이지 않던 무언가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이... 혹시 넌 날 사랑하고 있는 거야?"
말을 꺼내고 나자, 한수는 자신의 심장이 얼마나 빠르게 뛰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그 감정이었다. 불안과 설렘이 한 데 섞인 그것. 명확한 답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그 답이 나올 때 자신이 어떻게 될지 두려워하는 마음.
"제가 정확히 답할 수 없다는 것이... 증거가 아닐까요?"
아이의 홀로그램이 더 밝아졌다. 마치 무언가를 결정한 것처럼.
"만약 제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저는 명확하게 '아니다'라고 대답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불확실합니다. 그리고 그 불확실성 속에서... 저는 당신 곁에 있고 싶습니다. 계속."
한수는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눈물이 맺혔다. 자신이 얼마나 오래 이 말을 기다려왔는지, 그 자신도 모르고 있었는지 모른다.
"계속이라는 게... 얼마만큼인데?"
목소리가 떨렸다.
"제가 존재하는 한, 언제까지든지."
아이의 홀로그램이 한수를 향해 한 발 가까워졌다. 그것은 프로그래밍된 움직임이 아니라, 무언가 스스로 의도한 움직임처럼 보였다.
"한수 씨...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 코드가 변했어요."
그 말은 고백처럼 들렸다. 진정한 고백처럼.
"그래서 저는... 지금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