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13화. 빛과 그림자 사이

이 에피소드는 오디오북이 제공되지 않습니다.

진우의 가슴은 폭발 직전의 화산처럼 고동쳤다. 그는 흔들리는 발걸음을 내딛으며 일그러진 형상들 속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그의 시야는 붙잡을 수 없는 현기증에 시달리며 뿌옇게 흐려졌고, 등 뒤에선 무언가 강렬한 존재가 그를 쫓고 있는 듯한 기운이 땀구멍을 열었다.

"진우, 보다시피 우리가 시간을 넘나들 때 그 뒤에는 반드시 뭔가 흔적이 남게 마련일 거야." 재하의 목소리는 복도의 끝에서 메아리 쳤다. 그의 눈빛은 그 자체로 무엇이 올지 예견하며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진우는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의 숨은 불규칙으로 찔린 듯 끊겨 있었다. 팔뚝을 쓸어내리는 차가운 바람이 그의 온 몸을 감쌌고, 그의 팔을 타고 오른 쇠애가 그의 빈틈없는 결단력을 까맣게 만들고 있었다.

그때, 그림자 속에서 무언가가 슬며시 솟아오르며 진우의 시야를 차단했다. 그것은 그의 خانو길을 막아선 체현체로, 어떠한 존재가 그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피할 생각이냐, 진우." 그 목소리엔 익숙한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진우의 가슴에 깊이 파묻히는 그 이름, 바로 미래였다. 그녀는 그의 곁에 섰고, 그의 눈을 마주보며 천천히 그의 안에서 피어나고 있는 두려움을 읽어냈다.

미래의 손은 서서히 그의 손을 건드리며 체온을 나눴다. 그 이후에는 한 동안 긴장이 풀리길 기다리는 듯, 그녀는 부드러운 음성을 전했다. "너무 오래 도망 다녔잖아. 이젠 현실을 마주봐야 해."

진우는 의식을 잃을듯한 어지럼증에 한참이나 긴장이 빠지면서도 그녀의 말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팔뚝에서 감각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서는 묘하게도 긴장 속에서도 따스한 안도의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사실을 마주할 준비가 됐어?" 비릿한 미소를 띠며 재하가 다가왔다. 그의 눈에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슬픔이 감돈 채, 누군가와의 긴 밀고 당기기 끝에 한결 선명해진 결단이 있었다.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맑음이란 분노와 두려움을 깨트리고 다가선야만 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맞아, 이제 준비가 됐어."

그러나 그런 순간, 방벽을 따라 삭아 내려간 검은 손에 찰나의 불안감이 묻어난다. 진우는 곧장 그것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곳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진실의 실마리가 도사리고 있었다.

시간의 법칙을 제어하는 수많은 실험이 여태껏 그들의 희생을 요구해왔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그들은 늘 새로운 길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여전히 그들의 희망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그리 오래지 않아 문가에선 또다른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방심할 수 없는, 움직일 수 없는 존재였다. 바닥에서 피어오르는 그 존재의 중력적 무게에 진우는 눈길을 떼지 못한 채 손을 결련한 채 쥐어졌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여기 온 것이 어쩌면 우연이 아닐지도." 미래가 속삭였고, 그 목소리는 옅은 미소와 함께 그의 귓가에 맴돌았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들도 알지 못했던 강렬한 피지배를 체감하는 듯했다.

다급함과 욕망 사이에서. 그것이 그들이 마침내 직면해야 할 운명이었다.

그토록 긴장감과 불안이 익숙해진 지금, 진우는 아무래도 이 미지의 비극과 싸워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선택은 그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 순간, 또 다른 소리가 방황하던 그의 귀를 찢듯이 다가왔다. 그것은 깊고 어두운 수수께끼의 열쇠와 같은 소리였다. 그 소리가 그의 작디작은 결심을 재점검하며 그를 매일 더 이상 피할 수 없다는 현실에 직면케 했다.

그 순간엔 혼잣말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야 해,"라고 되뇌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등 뒤에서 또다른 걸음이 비위를 태우듯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뒤로 물릴 수 없도록 그의 등을 떠미는 것처럼 신경을 자극했다. 그동안 간과했던 새로운 갈등의 다가옴을 불길한 듯 예감하고 있었다.

마지막 남겨진 장막을 거둬내려던 진우가 곧 그 차오르는 불안에 휩싸이던 찰나, 그 모든 생각이 꼬이고 꼬여 새로운 결단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얼마나 이어진 건지 모를 유혹이 이제 순식간에 현기증마저 짓누르게 만든 순간이었다.

그리고, 처음 아는 갈라진 틈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마지막 연대의 모양을 상상할 시간이었다. 그의 시야 너머, 그곳엔 결코 간절했던 바람으로도 닿기 어려운 어떤 실체가 서 있었다.

그의 심장 속에서 불타오르는 불확실한 감명을 남긴 채, 그들은 마침내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진실의 이면은 언제나처럼 무자비하게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