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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차원 너머의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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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시간을 초월한 존재처럼, 태민의 손가락 끝에 서늘한 바람이 매섭게 지나갔다. 바닥은 미세한 흔들림 뒤에, 무언가 큰 것이 다가옴을 경고하는 듯 두드러지게 울렸다. 어둠 속에서 일렁이는 희미한 조각들이 그의 앞에서 순식간에 형태를 갖추고, 태민의 시야는 난관들을 향해 열려가고 있었다.

"저게... 다가오는 것 같은데." 지연의 목소리가 그의 왼쪽에서 신속히 밀려들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지만, 그 속에는 굳은 결의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태민은 그녀에게 안심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그들이 놓여진 이 기묘한 상황을 다시 한 번 곱씹었다. 그들의 발 아래, 바닥이 서서히 갈라졌다. 균열은 네온빛을 발하며 차원의 경계선을 비틀며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공간에서 터져 나오는 미묘한 소리들이 무거운 침묵을 채웠다.

그 순간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불길한 기운이 요동쳤다. 어쩌면 오늘 이 자리가 그들의 운명을 뒤섞어버리는 마지막 고비가 될지 모른다는 예감이었다.

그러나 그의 말문을 열기 전, 곁에 있던 세훈이 입을 뗐다. 그 차갑운 음성이 흔들리지 않게 펼쳐졌다.

"결국은 여기까지인가."

그의 표정엔 신뢰할 수 없는 미소와 모종의 결단이 옅게 비쳤다.

현수는 그와 마주 서며, 날카로운 시선을 그에게 꽂았다. "뭘 꾸미는 거지? 우리가 목숨 걸고 이곳까지 와야 했던 이유가 뭐야?"

세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뜨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이게 무대를 보러 온 관객의 철칙이랄까. 너희가 무슨 선택을 할지를 지켜보는 게 내 역할인 셈이지."

그의 말은 촌스러울 정도로 과장되었지만, 그 안에는 모종의 진지함이 녹아 있었다.

태민은 심호흡을 한 뒤 천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고대의 기운이 감돌고, 사방을 둘러싼 미세한 입자들이 빛을 발하면서 증발했다. 그 속에서 무언가 큰 것이울리고 있는 듯, 그가 처한 지평선은 휘어지고 있었다.

"방법이 있어," 태민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의 눈에는 평소와 달리 강한 확신과 내면의 힘이 빛났다. 그는 느리게,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함께 해낸다면 해내지 못할 것도 없을 거야. 네가 찾고자 했던 그것 역시 우리가 마주할 테고."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불규칙적인 떨림이 3초 간격으로 반복되었다. 그것은 그들에게 알려주었다. 중요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모든 것이 정지할 듯한 시간 속에, 시간이 호흡처럼 느릿하게 흘렀다. 순간의 결정이 그들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그때였다. 귓가를 사로잡는 차가운 속삭임이 귀청에 닿았다. "시간이 얼마 없다. 선택해야 할 순간이 곧 올 것야."

태민의 몸이 굳어갔다. 그 목소리,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익숙한 음성이었다. 마치 그의 과거와 직면하게 할 것처럼 그의 존재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머뭇거리며 놓친 기억의 끄트머리를 붙잡으려 애썼다. 하지만 그 순간, 몸속의 차원은 지금 이 현실에서의 중요성을 날카롭게 인식하게 했다.

지연은 그의 손을 단단히 부여잡으며 조용히 다시 물었다. "태민... 괜찮아?"

그제야 그의 눈은 짧은 구멍처럼 뻗어나왔던 혼란에서 벗어났다. 그는 그녀를 마주보고 말했다. "응, 너와 함께한다면 괜찮아."

그들의 시선이 맞닿은 채, 마침내 모든 빛이 사라졌다. 그리고 작별 인사조차 없이 떠난 세훈. 그가 어딘가로 사라진 느낌이 들었다.

마침내 새로운 차원이 열리고 있었다. 과연 그들이 오늘 발견한 이것, 그리고 그 안에 잠재된 또 다른 미지의 영역에 놓여 있던 것들은 어떤 결말을 내포하고 있을 것인가? 그 작지만 치명적인 시간의 구멍 속으로 빨려들어가면서, 그들은 어떤 답을 얻어낼 수 있을까?

"아직 끝이 아니야," 머뭇거리며 현수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의 말 속에는 희망과 불안이 얽혀 있었다.

태민은 자신감 있게 말했다. "그래, 이제 시작이라니까."

그러나 그가 그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갑작스럽게 차원의 경계 위에 무언가가 출현하기 시작했다. 태민은 그 중심에서 일렁이며 빠르게 커지는 실루엣을 응시했다. 그 실루엣—익숙한 형체가 천천히 형성되어 갔다.

어느새 그의 시야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친숙한 모습이 보였다. 그의 어머니였다. 비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현실적인 모습. 그의 눈앞에 나타난 그녀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태민... 여기까지 왔구나."

그녀의 목소리는 태민의 귓가를 부드럽게 감싸며, 모든 감정을 되살아나게 했다. 갑자기 그의 가슴 속에서 다른 무언가가 끊임없이 울렁거리며 일어났다. 미궁을 풀어야 할 순간이었다.

"어... 어머니?"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불안정했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머릿속의 조각들이 퍼즐처럼 맞춰가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를 위해 이곳에 있어. 우리가 시작할 여정은 이제 정말 시작이야."

그녀의 목소리가 알 수 없는 친절과 기대를 담고, 어둠 속에서 맑게 울렸다. 그러나 이제 그의 앞에는 여러 질문들이 줄지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인생의 가장 중요한 조각들이 그를 시험하고 있는 것처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들이 많을지라도, 결국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지 않겠는가? 그 순간, 그의 마음 속에서 깊은 무언가가 밀려와 울리면서 그를 앞으로 끌어당겼다.

"이제 그 답을 찾아가자." 태민은 그의 결정에 대한 확신을 마음속에 새겼다.

그러나 그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수수께끼의 공간이 다시금 요동치기 시작했다. 갑자기 모든 것이 눈부신 빛을 내뿜으며, 그들 앞에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그 길 속에서 태민은 또 한 번의 결심을 해야 함을,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새로운 시작임을 확신했다.

"함께라면 어떤 길도 걸어갈 수 있어." 그의 목소리는 확고했고, 그는 그녀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그들의 앞에 놓인 그 끝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수수께끼로 그들에게 다가오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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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