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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균열 속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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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에 질린 새벽의 한기가 피할 곳 없이 울려 퍼졌다. 발아래에서 시간의 조각들이 뒤엉켜 고통스럽게 얽혀 있었다. 예린은 균열을 바라보며 손끝으로 찌릿한 피로를 느꼈다. 균형을 찾기 위해 비집고 나온 땀이 등허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뒤틀린 현실 속에서 미하엘이 불러서는 소리가 간신히 이쪽까지 닿았다.

"예린! 이제 결정할 시간이야!"

미하엘의 시선이 허공을 향해 날을 새우자, 숨막히는 긴장감이 목을 졸랐다. 예린의 정신은 온갖 울음소리와 비명으로 가득 찬 혼돈 속에서 미끄러지려 했다. 그의 입술이 간간히 떨렸다.

"우리가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해 보이는데... 이번에도 잡히면 끝일지도 몰라."

미하엘은 굳은 결단을 마음속에 품고 차가운 바람에 눈살을 찌푸렸다. 신경 하나하나마다 날카로운 칼날 끝에서 파르르 떨리며 자극을 전달하고 있었다.

그때, 불길한 그림자가 그들 앞에 드러났다. 그는 균열에서 파도처럼 튀어나온 무언가를 손에 든 채 미소를 띠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린은 곧장 이해했다. 그것은 레오였다. 그의 손끝은 전혀 미동조차 없었고, 눈속의 빛이 너무나 선명했다.

"내가 그토록 다루기 어려운 존재라고 생각하나? 예린, 너는 무슨 결정을 했어야 했는지 알고 있었겠지? 이 모든 것은 결국 내게 닿게 되어 있었어."

그의 목소리는 속삭이는 듯했지만, 예린의 귀에는 천둥처럼 들렸다. 그는 시시각각 방향을 바꾸며 다가오는 어둠의 틈새를 통과하듯 찔러냈다. 그 순간, 예린은 결코 흔들리지 않기를 다짐했다.

"레오, 이제는 우리끼리의 마지막 싸움밖에 남지 않았어."

예린의 눈동자가 단단하게 번뜩이며 둘 사이의 거리를 메우려 했다. 레오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속도로 그의 앞에 더 가까이 다가왔고, 눈빛이 마찬가지로 억누르며 불길하게 서렸다.

"내가 너의 약점을 이미 알고 있다고 해서 방심하지 않았겠지? 여전히, 이 균열의 속임수들은 무너뜨리기 어려운 것들이야."

그의 말과 동시에 균열에서 과거의 잔재가 날아와 덮치려 했지만, 그 순식간에 예린은 결의를 다졌다. 신물이 올라오는 뒷걸음질을 치는 동안, 몸속에 흐르는 혈액이 식어갔다.

"그래, 피해갈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것들이 없다고 했던가?" 예린이 한 손을 무의식적으로 움켜쥐었다.

죽음과 생존의 경계에서 모든 것이 흐릿하게 밀려들어왔다.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침묵이 그들의 가슴 속에 가라앉자, 시간은 다시금 비통하게 목숨을 거두었다.

미하엘은 교묘하게 사방에 에워싸인 공간의 변화를 감지했다. 그의 호흡이 빠르게 빗사이로 휘몰아갔고, 손끝에 걸린 파장이 그 뒤를 따랐다.

그 순간, 예린의 뒤편에서 갑자기 갈라진 균열이 두 개의 세계 사이에 고요히 열렸다. 그 틈새에 서 있는 낯선 자들의 그림자가 어둠 속을 천천히 배회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목소리는 멀리 버려진 어린 나이부터 채워지기 시작했다.

"시간의 조각들은 모두 결집할 것이다. 저 너머, 꿈조차 그 길을 열 테니 그대의 진실된 선택이 보일 것이다."

그 목소리가 귓속 깊이 파도처럼 파고들며 벼랑 끝의 고요함을 깨뜨렸다. 예린은 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힘을 모아 두 손을 꽉 잡았다.

"이 끝에는 정말 무엇이 있을까."

예린의 속내는 그 무엇보다도 단단했으며, 그 결단이 얼마나 무거운지 깨닫게 했다.

그러자, 균열 너머에서 또 다른 짙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새로운 인물이 비집고 드러나고, 그는 아직 본 적 없는 인물임이 분명했다. 그의 옷자락 속에서 흩어지는 빛이 담긴 눈동자는 무궁무진한 것을 은유했다.

"마지막 선택의 시간이야. 무엇을 할 지는 나에게도 알 수 없어."

그의 음성은 균열의 가장자리를 타고 퍼져나갔다. 그 속삭임 속에서 예린은 결코 확신할 수 없는 선택이 있으리라 직감했다. 그러나 그것이 혹은 그의 진실을 무부작스럽게 털어놓지 않을지는 아직 미지수였다.

이제 모든 것이 결정되어야 했다.

"모든 것이 그렇게까지 복잡하고 어두울 수 있는 건가."

예린이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은 바람 속에 휘말리며 사라져갔다.

그리고 우리의 발걸음은 더욱 깊은 어둠 속, 그 완전히 새롭고도 낯선 길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