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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어둠 속의 환상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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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기기묘묘한 소리를 내며 숲 깊은 곳에서 불쑥 솟아오르는 듯했다. 카엘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든 햇살이 그들의 발걸음을 길게 드리운 채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무언가 결심을 한 듯 시선을 똑바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물러날 수 없어." 카엘은 다짐하듯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바람 소리와 함께 흐르듯 움직였다. 이곳은 그들이 안에 무엇이 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깊고 음습한 숲이었다.

리오는 그의 옆에서 조용히 걸음을 맞췄다. 그의 얼굴이 굳어졌지만, 여전히 그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남아 있었다. "이거 참... 이렇게 긴장한 건 처음이야. 하지만 네가 옆에 있어주니까 좀 안심이 돼."

아리아는 두 사람의 뒤에서 홀로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았다. 그녀의 손가락은 긴장으로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눈동자는 섬광처럼 반짝였다. "전설의 음표란 게... 정말로 어떻게 생긴 걸까?"

그녀의 물음에 카엘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피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들의 눈에는 약간의 기대감이 깃들어 있었다.

"희망하던 바로 그 모습일지도 모르지." 그는 자신 있게 말했다. 그 말에 아리아마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에 반짝이는 빛이 더욱 강렬하게 번뜩였다.

그들이 앞으로 나아가던 순간, 갑자기 숲 한가운데서 강렬한 빛이 발하였다. 그것은 마치 하늘에서 천둥이 내리치는 것처럼 주변을 후려쳤다. 그 위치에서 인물 하나가, 어둠을 찢고 그들 앞에 나타났다.

"드디어 만나는군." 그 목소리는 희미하게 걸린 미소와 함께 울려 퍼졌다. 긴 로브를 두른 그림자 속에서 의뭉스럽게 지켜보던 존재는 바로 '환상군주'였다. 숲의 주파수가 마치 단련된 현악기의 줄처럼 팽팽하게 당겨졌다.

"이곳에 들어와도 되긴 해야겠지." 그가 걸어오며 한 마디 던졌다. 어딘가의 복도를 지나고 있을 법한 그 발걸음은 한결 씩씩하게, 가끔은 느슨하게 울려 퍼졌다. 그의 눈에는 마치 모든 진리를 간직하고 있는 듯한 소리가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카엘은 순간 당황했지만 곧 리오와 아리아 앞에 나섰다. "여긴... 저희만의 여정입니다. 당신은 아직 우리가 그 음표에 접근하는 걸 원치 않아 보이네요."

카엘의 목소리가 박자감 있게 울렸다. 그의 말에는 긴장감이 스며 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속에 꿋꿋한 의지가 번뜩였다.

"그건 나만의 결단이 아닐세." 환상군주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의 손끝에서 섬광과 같은 빛이 말없이 느릿하게 흩어졌다. 그의 슬픈 웃음이 깃든 표정은 어느새 서서히 퍼져 나왔다.

"모두가 보길 원했어. 네가 여기까지 온 걸."

그의 목소리는 살짝 비웃는 듯했지만, 이내 진지한 음색으로 변했다. 그의 손길이 허공을 쓸어냈다. 그때, 그들 주위에 있던 숲이 모조리 지워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면서, 숨막힐 듯한 어둠이 짙어졌다.

"이제 쇼타임이다." 그의 눈길은 먼 곳을 구경하고 있는 듯하면서도, 속에서 격렬한 불꽃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한 덩어리가 되듯 얽혀들었다. 그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주먹을 꽉 쥐고 위해 들어오는 함수들의 복잡한 행각을 풀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은 예전보다 더 큰 강도로 휘몰아치고 있었다.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야." 환상군주가 말했다. 그의 말이 북처럼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는 마치 무리 속에서 새어나온 비명처럼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카엘은 속으로 쏟아지는 무언가를 잡기 위해 애썼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고개 높이 둘러갔고, 그 순간 갈매기 소리를 닮은 울림이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기회를 집어삼키지 못하면 무의미해." 리오가 그에게 던진 말은 보정의 빛을 따 스스로 음표처럼 퍼져갔다. 금빛 머리가 희미하게 날리는 그 시점에서 카엘 또한 중요한 진실을 깨달았다.

"이제 당신 계획의 흐름을 보여줘." 아리아의 목소리는 바람에 묻어 날아가는 송풍처럼 부드럽게 퍼져나갔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예상치 못한 그 답을 쫓고 있었다.

환상군주의 얼굴에는 어느새 초조함이 드러났다. 그의 마법 같은 힘이 약해지는 것은 분명 아니었지만, 그들은 이미 긴 여정 속에서 작은 힘을 얻고 있었다.

"두고 보지 말고 행동해." 카엘은 속으로 결정하며 그들 사이의 겨루기에 마침내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 순간, 모든 것이 한 번에 멈추는 듯한 착각이 그들 안에서 비어졌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새로운 불꽃이 타오르기 직전에 멈춰버렸다.

무엇인가 또 다른 것이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마침내 그들의 운명을 뒤흔들어 놓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