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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빛이 진수의 가슴을 꿰뚫는 순간, 그의 시야가 온통 혈흔으로 물들었다. 그 빛줄기가 피부 아래로 파고들며, 뼈가 부서지는 듯한 진동이 온몸을 뒤흔들었다. 공원 한가운데, 나뭇가지가 바람에 찰랑이며 떨어지는 낙엽이 그의 발밑에서 구겨졌고, 차가운 흙냄새가 코를 찌르는 가운데, 영혼의 그림자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진수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그 형상을 막아보려 했으나, 손가락이 공기를 가르며 헛되이 스쳤다. 그의 호흡이 거칠어지며, 가슴에 맺힌 땀이 셔츠를 축축하게 적셨다. "이, 이게 뭐야..." 그가 중얼거리자, 낯선 인물의 그림자가 빛을 가로막으며 앞으로 나섰다. 그 자의 코트 자락이 바람에 스치며, 담배 연기 특유의 매운 향기가 주위를 채웠다.
"네 가문의 저주를 과소평가하지 마. 그 영혼은 단순한 그림자가 아니야." 낯선 인물의 목소리는 거칠고 쉰 소리를 냈으나, 각 단어가 쇠붙이처럼 무거웠다. 그는 손에 쥔 낡은 펜던트를 들어 올리며, 그 표면이 빛을 반사시키자 지면에 희미한 문양이 새겨졌다. 진수는 그를 노려보며 물러섰지만,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아름이 그의 팔을 잡아당기며 속삭였다. "진수 씨, 버티세요. 그 사람이 도울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들은 공원의 가장자리로 후퇴했다. 풀밭의 축축한 촉감이 신발을 적시며, 주변 나무들에서 떨어지는 이슬방울이 그의 목을 스쳤다. 이곳은 인적이 드물어 어둠이 더 짙었고,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음이 그들의 대화를 가려주었다. 김선생은 책을 가슴에 안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자가 과거 내 동료였어. 하지만 배신으로 끝난 인연이야." 그의 말투는 여느 때처럼 느렸으나, 어깨가 살짝 떨리는 게 눈에 띄었다.
민혁은 수정 조각을 주머니에 넣으며 웃었다. "배신이라니, 재미있군. 나도 그 클럽에 가입한 셈이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자신만만했으나, 눈빛에 스치는 그림자가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정유진은 그들 뒤에서 팔짱을 끼며 다가왔다. "모두가 같은 목표를 추구하는 중이잖아. 그 힘을 차지하는 거." 그녀의 말은 우아했으나, 각 단어가 독사처럼 날카로웠다.
대화가 시작되며, 공기의 무거움이 고조됐다.
"당신이 누구지? 왜 내 가문의 저주를 아는 거야?" 진수가 물었다. 그의 손이 주머니 속 붓을 더듬으며, 손바닥에 스며든 땀이 미끄러운 촉감을 더했다. 낯선 인물은 펜던트를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이름은 필요 없어. 나는 네 선조의 그림자를 쫓아온 자야. 그 영혼이 풀려난 건 김선생의 실험 때문이 아니었어. 네가 그린 그림이 촉매가 됐지." 그의 말에 김선생의 안경이 빛에 반사되며, 노인의 손이 책을 더 세게 쥐었다. "내 실험이 원인이었다고? 그건... 부분적인 진실이야."
아름은 스케치북을 펼치며 끼어들었다. "오빠가 사라진 것도 이 영혼 때문이었어요. 그 그림이 제 꿈에 나타나며, 이상한 속삭임을 보내던데."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따뜻했으나, 손가락이 페이지에 파고드는 게 긴장된 기색을 드러냈다. 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꿈이라... 그건 영혼이 영감을 주려는 신호야. 하지만 유진처럼 악용하면 재앙이지." 그는 수정 조각을 다시 꺼내 흔들었고, 그 빛이 나뭇잎을 비추며 그림자를 춤추게 했다.
정유진은 웃으며 대꾸했다. "악용? 이 힘을 이용하지 않으면, 누가 이 저주를 막겠어? 민혁, 너도 나와 거래했잖아." 그녀의 하이힐이 풀밭을 짓누르며, 지면에 작은 진동을 일으켰다. 진수는 그들을 번갈아 보며 주먹을 쥐었다. "모두가 나를 이용하려는 거였어? 이 저주를 풀려는 척하면서?" 그의 목소리가 커지며, 호흡이 거세졌다.
그 순간, 영혼의 그림자가 다시 나타났다. 붉은 빛이 공원을 휘감으며, 나뭇가지가 부서지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그들은 공원을 벗어나 도시의 뒷골목으로 이동했다. 거리의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렸고, 콘크리트 벽의 거친 촉감이 등을 스쳤다. 이곳은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깜빡이며 그림자를 드리웠다. 진수는 벽에 기대며 숨을 골랐다. "이 영혼이 선조의 것이라면, 왜 나를 노리는 거지? 내 그림이 그걸 풀어준 건가?" 그의 질문이 공기를 가르며, 주변의 습한 공기가 목을 조였다.
낯선 인물이 앞으로 나서며 설명했다. "네 선조는 아트 매지션 시스템을 창시한 자야. 하지만 그 힘을 다루다 영혼이 갇겼어. 김선생의 실험으로 그 봉인이 약해졌고, 네 붓이 그걸 깨운 거지." 그의 말투는 직설적이었고, 손이 펜던트를 만지며 작은 진동을 일으켰다. 김선생은 책을 펼치며 끼어들었다. "맞아, 그 봉인은 내 실험으로 약해졌지. 하지만 그자가 말하지 않은 게 있어. 그 영혼은 살아남은 후예를 삼키려 해."
아름은 진수의 팔을 스치며 속삭였다. "진수 씨, 당신이 그 후예잖아요. 함께 버티면 이길 수 있을 거예요." 그녀의 손길이 따뜻했으나, 손바닥의 떨림이 전해졌다. 민혁은 수정 조각을 들며 웃었다. "버티는 거? 그 영혼을 제어하면 돼. 이 조각으로 가능해." 그러나 정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민혁, 네 조각은 오히려 영혼을 강화할 뿐이야. 나의 계획이 완성되면, 이 모든 걸 끝낼 수 있어."
대화가 오가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진수는 붓을 쥐며 물었다. "내 선조가 왜 이런 저주를 남겼어? 이게 다 무슨 의미야?" 낯선 인물은 대답했다. "그 힘을 이용하면 영혼을 연결할 수 있지. 하지만 비용이 커. 네가 그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몰라." 김선생은 책의 페이지를 넘기며 덧붙였다. "그 대가는... 영혼의 일부를 바치는 거야." 아름은 놀라며 소리쳤다. "그럴 순 없어요! 진수 씨, 위험해요."
갑작스러운 소음이 들려왔다. 골목 끝에서 붉은 빛이 번쩍이며, 영혼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들은 오래된 창고로 숨어들었다. 내부의 먼지와 금속 냄새가 코를 자극하며, 바닥의 콘크리트가 차가운 촉감을 전했다. 창고의 희미한 불빛이 그들의 얼굴을 비추자, 진수는 주위를 살폈다. "여기서 대책을 세워야 해. 그 영혼이 다시 오면..." 그의 말에 낯선 인물이 끼어들었다. "네 붓으로 그 영혼을 다시 가둘 수 있어. 하지만 그 과정에서 네 영혼이 위험해질 거야." 김선생은 책을 펼치며 확인했다. "맞아, 기록에 따르면 그 방법이 유일해. 하지만 성공 확률은 낮지."
아름은 스케치북을 꺼내 펼치며 말했다. "제가 도와줄게요. 이 스케치로 영혼을 유인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녀의 목소리는 격려했으나, 손가락이 펜을 쥘 때의 떨림이 보였다. 민혁은 수정 조각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대꾸했다. "좋아, 나도 협력하지. 하지만 유진, 네가 방해하지 마." 정유진은 웃으며 말했다. "방해? 오히려 내가 도울 테니까. 이 힘을 나눠 가져가자고."
진수는 붓을 들며 결심했다. "좋아, 시도해보자. 하지만 이게 정말 해결될 수 있을까?" 그의 손이 붓을 쥐는 순간, 영혼의 속삭임이 다시 들려왔다. "너의... 영혼을..." 그 소리가 커지며, 창고의 문이 흔들렸다.
바로 그때, 낯선 인물이 펜던트를 활성화하며 속삭였다. "이건 시작일 뿐이야. 진짜 비밀이 아직 남아 있어." 그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고, 영혼의 그림자가 문을 뚫고 들어오기 직전, 모든 것이 정지된 듯했다. 그 속에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했으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