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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그림의 그늘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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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빛이 거리를 삼키는 순간, 진수의 시야가 번쩍였다. 그 빛이 그의 발밑 아스팔드를 타고 기어오르며, 주변 건물의 유리를 갈라놓는 듯한 소리를 냈다. 공기 중에 스멀거리는 썩은 냄새가 코를 자극했고, 그의 손가락이 본능적으로 주먹을 쥐었다. 아름의 손이 그의 팔을 잡아당겼지만, 그 힘은 이미 그의 다리를 묶어버린 공포를 뚫을 수 없었다.

거리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서둘러 흩어지기 시작했다. 가로등 불빛이 떨리며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고,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점점 커졌다. 진수는 아름을 끌어당기며 골목으로 몸을 숨겼다. 그의 호흡이 거칠어졌고, 가슴이 격렬하게 뛰었다. 그 붉은 빛이 그들의 발자국을 따라오는 듯, 바닥에 희미한 흔적이 남았다. "빨리, 이쪽으로!" 아름의 목소리가 속삭임처럼 흘러나왔고, 그녀의 긴 생머리가 바람에 흩날리며 그의 얼굴을 스쳤다.

그들은 좁은 골목으로 숨어들었다. 벽돌 벽이 차가운 촉감을 전했고, 그 틈새에서 새어 나오는 습한 공기가 목을 조였다. 진수는 등을 벽에 기대며 주위를 살폈다. "이 빛이... 우리를 쫓고 있어." 그의 말이 공기를 가르며, 아름의 손이 그의 팔을 더 세게 쥐었다. 그녀의 손톱이 살짝 파고들었지만, 그는 아프다는 기색 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름 씨, 괜찮아요? 숨 좀 고르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 숨결이 그의 뺨에 닿았고, 그 따뜻함이 차가운 공기 속에서 유난히 선명했다.

"그 그림이... 왜 이렇게 강해진 거죠?" 아름이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 안에는 불꺼진 촛불처럼 약한 결의가 스며들었다. 진수는 그녀의 눈을 마주 보며 대답했다. "내 잘못이야. 그 붓을 들 때부터... 이게 시작됐어." 그의 손이 주머니 안에서 붓을 더듬었고, 그 나무 손잡이가 미끄러운 땀에 젖었다. 골목 끝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자, 그들의 몸이 동시에 굳었다.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진수는 손가락을 입에 대며 그녀를 가리켰다. "조용히."

그 발자국이 멈췄다. 그 뒤로 정유진의 실루엣이 어둠 속에 나타났다. 그녀의 하이힐이 돌멩이를 밟는 소리가 메아리쳤고, 그녀의 향수 냄새가 골목을 채웠다. "이진수, 숨는다고 끝날 것 같아? 그 그림은 이미 네 주인이 됐어." 그녀의 말투는 우아했지만, 각 단어가 채찍처럼 날아들었다. 진수는 몸을 낮추며 속으로 욕을 삼켰다. "유진 씨, 왜 이러는 거예요? 그 그림이 당신한테 무슨 상관인데?" 그의 목소리가 낮게 흘러나갔고, 가슴에 맺힌 분노가 목소리를 거칠게 만들었다.

아름이 그의 뒤에서 속삭였다. "그 사람이... 민혁 씨랑 함께였어요. 배신자라고 했잖아요." 그녀의 말에 진수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알아. 하지만 지금은 피하는 게 상책이야." 그들은 조심스럽게 골목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벽의 촉감이 등에 스며들었고, 그 차가움이 그의 척추를 따라 내려왔다. 정유진의 웃음소리가 뒤에서 울렸고, 그 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들은 김선생의 집으로 향했다. 낡은 아파트 계단을 오르며, 진수의 다리가 무거웠다. 계단의 금속 난간이 그의 손을 얼렸다. "선생님 집이 안전할까요?" 아름이 물었고, 그녀의 발소리가 나무 계단을 울렸다. 진수는 대답 대신 문을 두드렸다. "선생님, 문 열어주세요!" 그의 목소리가 복도를 가득 채웠고, 그 안에는 절박함이 스며들었다.

문이 삐걱이며 열렸다. 김선생의 모습이 드러났고, 그의 안경이 불빛에 반짝였다. "들어와. 빨리." 그는 문을 활짝 열었고, 그 안에서 커피 향이 코를 찔렀다. 그들은 안으로 들어가며 문을 잠갔다. 방 안의 오래된 책 냄새가 그들의 호흡을 안정시켰다. 김선생이 테이블에 앉으며 물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그 붉은 빛이 거리로 퍼진 건 처음 봤어." 그의 목소리는 느리고 무거웠다, 마치 오래된 책장을 넘기는 듯.

진수는 의자에 앉으며 설명했다. "유진 씨가 그림을 가져가려고 해요. 그리고 민혁 형이... 배신한 것 같아요." 그의 손이 탁자를 쥐었고,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변했다. 아름이 옆에 앉아 고개를 저었다. "오빠를 구하려고 했는데, 이게 더 커진 것 같아요." 그녀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떨리며, 손이 무의식적으로 스케치북을 만졌다. 김선생은 안경을 고쳐 쓰며 끄덕였다. "그림의 저주는 네 가문에서 유래됐어. 하지만 유진과 민혁이 관여한 건, 더 깊은 음모야. 그들이 아트 매지션 시스템을 이용하려는 거지."

"아트 매지션? 그게 뭐예요?" 아름이 물었다. 그녀의 눈빛이 호기심으로 빛났고, 손가락이 테이블을 두드렸다. 김선생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설명했다. "영혼과 그림이 연결된 힘. 네가 그린 그림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건, 그 시스템 때문이야. 하지만 유진은 그 힘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의 영혼을 통제하려 해. 민혁도 그 계획에 끼어들었지." 그의 말에 진수의 가슴이 조여들었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해요? 이 저주를 멈추는 방법이 있나요?"

대화가 이어지며 방 안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김선생이 책장에서 낡은 책을 꺼내 펼쳤다. 그 페이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먼지가 공중에 흩어졌다. "이 책에 기록된 대로, 네가 그림을 완성해야 해. 하지만 그 과정에서 네 영혼이 위험해질 수 있어." 그는 책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 붉은 빛은 영혼을 빨아들이는 신호야. 유진이 그걸 이용해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지."

아름이 진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함께 하겠어요. 오빠를 구하기 위해." 그녀의 손이 그의 팔을 스쳤고, 그 온기가 그의 피부를 데웠다. 진수는 그녀의 눈을 마주 보며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가슴에 뭉친 감정이 목을 막았다. "고마워요. 하지만... 제가 당신을 위험에 빠뜨리는 건 싫어." 그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고, 손이 그녀의 손을 살짝 쥐었다.

바로 그때, 창문 밖에서 또 하나의 소리가 들려왔다. 발자국 소리가 아니었다. 더 미세한, 속삭임처럼. "너희를... 데려갈게." 그 목소리가 방 안으로 스며들었고, 진수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김선생이 창문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또 시작됐어! 그림의 영향이 여기까지 왔어." 그의 손이 책을 꽉 쥐었고, 안경 렌즈가 빛에 반사됐다.

그들은 창문을 향해 다가갔다. 거리의 가로등이 깜빡이며, 붉은 빛이 다시 나타났다. 그 빛이 창문을 두드리는 듯, 유리가 진동했다. 아름이 진수의 팔을 잡아당겼다. "이게... 끝이 아니에요." 그녀의 목소리가 공기를 가르며, 그 순간 문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진수, 문 열어! 나야, 민혁!" 민혁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안에는 위기감이 스며들어 있었다.

진수의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 그는 문을 향해 다가갔지만, 손이 멈췄다. "형이... 정말 배신자라면?" 그의 속으로 중얼거리며, 문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세게 들려왔다. 김선생이 그를 막아섰다. "열지 마. 그건 함정일 수 있어."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고, 그 속삭임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더 크고, 더 가까이.

그리고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