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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공터는 숨을 죽인 듯 고요했다. 내 손끝에서 튀어 오른 불꽃이 유리아의 보호 마법과 부딪히며 날카로운 소리를 낸 직후, 공기는 뜨겁고 날카로운 전율로 가득 찼다. 심장이 귀를 울릴 만큼 세차게 뛰었고, 손바닥에서는 땀이 배어나와 지팡이를 쥔 손이 미끄러질 것 같았다. 유리아의 금발이 달빛에 흔들리며 그녀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가 더욱 날카롭게 보였다. 그녀의 눈빛은 놀라움과 경멸이 뒤섞인 채 나를 꿰뚫고 있었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한 걸음 물러섰다. 방금 내가 한 행동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불꽃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녀를 향해 날아갔다.
리안이 내 팔을 강하게 잡아당기며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최하린, 정신 차려! 네 힘이 폭주하면 우리 모두 위험해져. 억눌러!"
그의 차가운 손아귀가 내 팔을 파고들며 뜨거운 피부를 식혀주는 듯했지만, 내 안에서 끓어오르는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해린이가 내 다른 손을 붙잡으며 다급히 속삭였다.
"하린아, 괜찮아. 우리 여기 있어. 진정해, 제발!"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따뜻한 온기가 손끝을 통해 전해지며 나를 붙잡아주는 듯했다. 나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눈앞의 유리아는 물러설 기미 없이 지팡이를 다시 치켜들며 차갑게 웃었다.
"봤지, 최하린. 네 힘이 통제되지 않는다는 증거야. 네가 위험한 존재라는 걸 내가 반드시 증명할 거야. 교수님들께 다 말할 거라고 했잖아. 이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야."
그녀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각 단어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내 가슴을 찔렀다. 나는 숨을 삼키며 손끝을 내려다보았다. 아직도 작은 불꽃의 잔재가 손가락 사이에서 깜빡이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니, 설명이 소용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결심한 눈치였다.
리안이 내 앞을 막아선 채 유리아를 노려보았다. 그의 푸른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빛났고, 목소리는 낮고 위협적이었다.
"유리아, 경고했잖아. 여긴 네가 끼어들 곳이 아니야. 더 이상 나서면, 네가 후회할 거야."
유리아는 코웃음을 치며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녀의 태도는 여유로웠지만, 지팡이를 쥔 손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후회? 리안, 너까지 왜 이 낙제생을 감싸는 거지? 너라면 이런 어설픈 일에 얽히지 않을 줄 알았는데. 뭐야, 너도 뭔가 숨기는 거 있어?"
그 말에 리안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그의 손이 지팡이를 더 강하게 쥐었고, 턱선이 미세하게 경직되는 것이 보였다. 나는 숨을 죽이고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유리아의 말이 그의 아픈 곳을 건드린 걸까? 아니, 리안이 숨기는 비밀이 정말 있는 걸까? 그 순간, 머릿속에서 그림자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인간, 그녀는 네 약점을 노린다. 네 비밀을 지키려면 반격하라. 네 힘이 폭주하기 전에, 그녀를 막아라."
그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하게 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나는 이를 악물며 고개를 흔들었다. 반격이라니,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걸까? 유리아를 공격하라는 뜻일까? 아니, 그건 안 된다. 더 큰 문제가 될 뿐이다. 나는 손끝의 불꽃을 억누르려 애쓰며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었다.
"유리아, 제발… 그만해. 나 정말 아무것도 숨기고 있는 거 없어. 그냥… 실수였어. 우리 돌아갈게. 더 이상 여기 안 올게."
하지만 유리아는 내 말을 무시한 채 한 걸음 더 다가왔다. 그녀의 지팡이 끝에서 희미한 빛이 맴돌기 시작했다. 공격 마법을 준비하는 걸까? 나는 숨을 삼키며 한 걸음 물러섰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고, 손끝의 열기가 다시 솟구치는 게 느껴졌다. 이 기운을 더 이상 억누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 순간, 해린이가 앞으로 나서며 양손을 벌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단호함이 묻어 있었다.
"유리아, 정말 그만해! 하린이는 잘못한 거 없어. 우리 그냥… 밤에 모여서 이야기하다가 여기까지 온 거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이상한 일은 없어. 제발… 우리 그냥 돌아가게 해줘."
유리아는 잠시 해린이를 바라보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녀의 눈빛이 잠깐 흔들리는 듯했지만, 곧 다시 차가운 미소를 띠며 고개를 저었다.
"해린, 너까지 나를 속이려 하다니. 귀엽네. 하지만 나를 바보로 만들 순 없어. 최하린, 네가 뭔가 꾸미고 있다는 거, 분명해. 좋아, 오늘은 그냥 넘어가 줄게. 하지만 이건 끝이 아니야. 내가 반드시 알아낼 거야."
그녀는 마지막으로 나를 날카롭게 노려본 뒤, 몸을 돌려 숲 밖으로 사라졌다. 그녀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나는 숨을 죽이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며 다리가 후들거렸다. 리안이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낮게 말했다.
"하린, 괜찮아. 그녀가 돌아갔으니 지금은 안전해. 하지만 앞으로 더 조심해야 해. 유리아는 쉽게 물러날 애가 아니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손길이 나를 현실로 되돌려 놓았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불안이 피어올랐다. 해린이가 내 손을 꼭 잡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하린아, 정말 괜찮아? 유리아가 저렇게 나오다니… 나 너무 무서웠어. 근데 우리가 함께 있잖아. 네 비밀이 절대 새어나가지 않게 할게."
그녀의 따뜻한 말에 나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유리아의 위협이 계속 맴돌았다. 그녀가 정말 교수님께 보고한다면, 아니, 그녀가 직접 이 숲의 비밀을 파헤치려 든다면, 우리는 더 큰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 나는 손끝을 내려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고마워, 해린아… 리안… 근데 나… 정말 이 비밀을 계속 지킬 수 있을까? 유리아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어."
리안은 잠시 침묵하더니, 단호하게 대답했다.
"지킬 수 있어. 우리가 함께라면 가능해. 하지만 이제부터는 더 치밀하게 움직여야 해. 훈련 장소를 계속 바꾸고, 시간을 조정해야 할지도 몰라. 그리고 네 힘을 통제하는 게 급선무야. 그녀가 뭘 보든, 네 힘이 통제되지 않는 한, 우리는 계속 위험에 노출될 거야."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목소리가 나를 조금 안심시켰지만, 여전히 가슴을 짓누르는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해린이가 내 손을 꼭 쥐며 밝게 말했다.
"리안 말이 맞아. 하린아, 네 힘을 통제하는 게 제일 중요해. 우리가 도울게.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
그들의 격려에 나는 힘을 내려 애썼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그림자의 목소리가 계속 맴돌았다. ‘반격하라.’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 유리아를 공격하라는 뜻일까? 아니, 그건 너무 위험하다. 나는 손끝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기운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힘을 정말 내가 통제할 수 있을까?
우리는 숲을 빠져나와 기숙사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달빛이 길을 비추었지만, 숲의 어둠은 여전히 음산하게 느껴졌다. 바람이 나무 사이를 스치며 낮은 휘파람 소리를 냈고, 발밑에서 부스럭거리는 낙엽 소리가 고요한 밤을 채웠다. 나는 리안과 해린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 동맹이 나를 구원으로 이끌 수 있을까? 아니면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뜨릴까?
기숙사 근처에 도착했을 때, 리안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냉정했다.
"오늘 밤은 여기까지다. 내일 다시 만나서 계획을 세우자. 유리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훈련 방식을 바꿔야 할지도 몰라. 하린, 너도 정신 바짝 차려. 네 힘이 폭주하면, 우리 모두 위험해져."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대답했다.
"알겠어… 나도 최선을 다할게. 오늘 정말 고마웠어, 리안. 그리고 해린이, 너도."
해린이는 밝게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걱정 마, 하린아. 우리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어. 잘 자!"
그녀의 낙관적인 말투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리안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기숙사로 들어갔다. 나는 해린이와 함께 여학생 기숙사로 돌아가며 창문 밖으로 보이는 달빛을 바라보았다. 그 빛은 여전히 밝았지만, 내 마음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유리아의 위협, 내 안에 잠든 힘, 그리고 그림자의 경고. 모든 게 뒤엉켜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방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지만,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머릿속은 온통 오늘 밤의 일로 가득 차 있었다. 유리아의 날카로운 눈빛이 계속 떠올랐고, 그녀가 정말 교수님께 보고할지, 아니면 직접 나를 더 파헤치려 할지에 대한 불안이 가슴을 짓눌렀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기운이 여전히 남아 있었고, 나는 손을 꽉 쥐며 그 열기를 억누르려 애썼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그림자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인간, 네 두려움은 정당하다. 그러나 네 비밀을 지키려면, 더 강해져야 한다. 그녀는 네 약점을 노릴 것이다. 준비하라."
그 목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방 안을 둘러보았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며 손끝이 떨렸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준비라니… 어떻게 준비하라는 거야?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는 거 아니지?"
하지만 그림자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머릿속이 다시 고요해졌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누웠다. 유리아의 위협과 그림자의 경고가 뒤엉키며,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위험을 직감했다. 그녀가 정말 내 비밀을 파헤치려 든다면, 나는 과연 그걸 막을 수 있을까?
다음 날 아침,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강의실로 향했다. 복도를 걷는 동안에도 주변 학생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특히 유리아의 친구들로 보이는 몇몇이 나를 지나치며 작게 속삭이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그들의 시선을 피하려 애썼다. 심장이 쿵쿵 뛰며 불안이 가슴을 짓눌렀다. ‘설마 유리아가 벌써 무슨 말을 한 걸까? 아니, 그럴 리 없어. 내가 너무 예민한 거야.’ 나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강의실로 들어갔다.
강의실 안, 해린이가 나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녀의 밝은 미소가 나를 조금 안심시켰지만, 여전히 가슴 한구석은 무거웠다. 나는 그녀 옆자리에 앉으며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하린아, 괜찮아? 어제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잔 것 같아. 얼굴이 너무 안 좋아 보여."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대답했다.
"응,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별일 없어."
하지만 해린이는 내 거짓말을 눈치챈 듯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더 캐묻지 않고 내 손을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그 따뜻한 손길이 나를 조금 위로했지만, 마음 깊은 곳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수업 시간 내내 나는 집중할 수 없었다. 라우엘 선생님의 강의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필기하는 손은 자꾸 멈춰 섰다. 멀리서 유리아가 친구들과 속삭이며 나를 힐끔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썼다.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수업이 끝난 후, 나는 해린이와 함께 복도를 걸으며 리안을 찾았다. 점심시간이 되어 식당에 들어섰을 때, 멀리 구석 자리에서 그가 혼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쟁반을 들고 그의 테이블로 다가갔다. 해린이도 나를 따라왔고, 우리는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리안은 고개를 들며 나를 바라보았다.
"뭐야, 최하린. 또 무슨 일이야?"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나는 더 이상 그 차가움에 위축되지 않았다. 나는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리안, 오늘 밤 어떻게 할 거야? 유리아가 계속 나를 의심하고 있어. 어제 그 말… 정말 교수님께 보고할까?"
리안은 책을 덮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의 푸른 눈동자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유리아가 보고를 하든 말든,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해. 오늘 밤, 훈련 장소를 또 바꾸자. 더 깊은 숲 안쪽으로 들어가는 거야. 그리고 시간도 더 늦게 잡아. 그녀가 따라오지 못하게 해야 해."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단호한 목소리가 나를 조금 안심시켰지만, 여전히 불안은 가슴을 짓눌렀다. 해린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리안, 근데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면 더 위험하지 않을까? 거긴 보호 마법도 없잖아. 만약 하린이 힘 폭주하면… 어떻게 해?"
리안은 잠시 침묵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위험한 건 맞아. 하지만 유리아가 따라오는 것보다는 나아. 그리고 하린, 네가 힘을 통제하지 못하면 어디서든 위험해. 오늘 밤, 반드시 통제에 성공해야 해. 우리가 곁에 있을 거야."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확신에 찬 목소리가 나를 조금 더 용기 있게 만들었다. 나는 작게 대답했다.
"알겠어… 최선을 다해볼게. 고마워, 리안. 그리고 해린이, 너도."
해린이는 밝게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하린아, 우리 믿어!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어. 오늘 밤, 네가 힘을 통제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어!"
그녀의 낙관적인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불안이 피어올랐다. 더 깊은 숲이라니, 그곳은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까? 그리고 유리아가 정말 우리를 따라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날 밤, 나는 약속한 시간보다 더 늦게 기숙사를 빠져나왔다. 모두가 잠든 새벽 3시, 세상은 고요했고, 달빛만이 희미하게 길을 비추고 있었다. 리안과 해린이는 이미 약속 장소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리안은 검은 로브를 입고 지팡이를 들고 있었고, 해린이는 긴장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보며 심호흡을 했다. 공기 속에는 차가운 습기가 감돌았고, 피부에 닿는 바람이 뼈를 시리게 했다.
"준비됐어? 오늘은 경로를 완전히 바꿔서 들어갈 거야. 유리아나 다른 학생들이 따라오지 못하게, 최대한 조심해야 해."
리안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준비됐어. 가자."
해린이도 밝게 웃으며 말했다.
"나도 준비됐어! 하린이 힘을 통제할 수 있도록, 나도 최선을 다할게!"
우리는 리안의 안내에 따라 평소와 완전히 다른 경로로 숲에 들어갔다. 학교 뒤편의 작은 샛길을 지나, 더 깊은 숲 안쪽으로 들어가자, 어둠이 우리를 완전히 감쌌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달빛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발밑에서 부스럭거리는 낙엽 소리만이 고요함을 깼다. 나무 사이로 스치는 바람이 낮게 으르렁거리는 듯한 소리를 냈고, 나는 지팡이를 꽉 쥐며 불안을 삼켰다. 리안은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고, 해린이는 내 곁에서 작은 목소리로 나를 격려했다.
"하린아, 괜찮아. 우리 함께 있잖아. 무서워하지 마."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는 불안이 점점 커져갔다. 이 깊은 숲 속에서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유리아가 정말 따라온다면, 우리는 그녀를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더 깊은 숲 안쪽, 우리가 도착한 공터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기운을 풍겼다. 나무들이 더 빽빽하게 우거져 있었고, 달빛조차 제대로 스며들지 못해 어둠이 더욱 짙게 느껴졌다. 공기 속에는 습한 흙 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기묘한 기운이 감돌았다. 나는 숨을 삼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검은 그림자는 이미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형체는 여전히 흐릿했고,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리안과 해린이는 그림자를 보자 긴장한 듯 한 걸음 물러섰다. 나는 그들을 안심시키며 말했다.
"괜찮아. 이게 내가 말했던 존재야. 나를 해치진 않아… 아마도."
리안은 여전히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림자를 노려보았다. 그림자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인간, 더 깊은 곳으로 왔구나. 오늘 밤, 네 시험은 한계를 넘어설 것이다. 네 힘이 진정으로 통제될 수 있는지, 아니면 너를 집어삼킬지 보겠다."
그 목소리에 나는 몸을 떨었다. 한계를 넘어선 시험이라니, 대체 무슨 의미일까? 나는 다급히 물었다.
"시험? 한계를 넘는다는 게 무슨 뜻이야?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는 거 아니지?"
하지만 그림자는 대답 대신 손을 뻗었다. 그러자 공터 한가운데 보랏빛 마법진이 나타났다. 그 빛은 이전보다 훨씬 강렬하게 느껴졌고, 주변 공기를 뜨겁게 달구는 듯했다. 나는 숨을 죽이며 그 마법진을 바라보았다. 리안이 내 곁으로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린, 집중해. 네 힘을 통제해야 해. 우리가 곁에 있을게. 이번엔 반드시 성공해야 해."
해린이도 내 손을 잡으며 격려했다.
"그래, 하린아. 우리 믿어. 너라면 할 수 있어!"
그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진 안으로 들어가자, 온몸을 감싸는 뜨거운 기운이 다시 한 번 느껴졌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손끝에서 전율이 일었다. 내 안의 불꽃이 다시 타오르는 듯한 감각이 밀려왔다. 이번엔 그 불꽃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폭발 직전으로 치달았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소리쳤다.
"리안! 해린이! 이거… 너무 강해! 나 통제 못 할 것 같아!"
리안은 재빨리 내 곁으로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그의 차가운 손이 내 뜨거운 손을 감싸자, 불꽃이 조금 진정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해린이도 내 다른 손을 잡으며 소리쳤다.
"하린아, 우리 믿어! 네 힘을 억누르려 하지 말고, 느끼는 대로 해봐!"
그들의 손길과 목소리가 나를 안정시켰다. 나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불꽃을 손끝으로 모으려 집중했다. 이번엔 그 불꽃이 폭발하지 않고, 내 의지에 따라 손끝에서 작은 빛으로 변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지만,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앞섰다. ‘이게… 내 힘인가? 정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걸까?’ 나는 숨을 죽이며 그 감각에 몰두했다.
그 순간, 숲 속에서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리안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나를 뒤로 밀며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었다.
"누군가 다가오고 있어. 하린, 해린이, 뒤로 물러서."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해린이와 함께 마법진 밖으로 나왔다. 빛이 꺼지며 공터는 다시 어둠으로 돌아갔다. 나뭇가지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유리아일까?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일까?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고, 나는 리안의 뒤에 숨어 숨을 죽였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희미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달빛 아래로 드러난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나는 숨을 삼켰다. 유리아가 아니었다. 낯선 남학생이었다. 그의 로브에는 마법학교의 상급생 마크가 새겨져 있었고, 손에는 두꺼운 책 한 권이 들려 있었다. 그의 눈빛은 호기심과 경계로 가득 차 있었다.
"너희…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이곳은 출입 금지 구역이잖아. 아까 그 빛은 뭐였지?"
그의 목소리는 낮고 신중했지만,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나는 숨을 삼키며 리안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은 누구지? 유리아와 관련이 있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우연히 이곳을 지나친 걸까? 리안이 앞으로 나서며 차갑게 대답했다.
"너야말로 여긴 왜 온 거지?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야. 돌아가."
하지만 남학생은 물러설 기미 없이 책을 한 손으로 넘기며 미소를 지었다.
"상관없는 일? 그 빛은 고대 마법의 흔적처럼 보였는데. 나… 고대 마법 연구 동아리 소속이야. 너희가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나한테도 좀 알려주지 않을래?"
그 말에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고대 마법? 그가 그림자와 관련된 걸 알고 있는 걸까? 아니면 내 힘의 근원을 눈치챈 걸까? 리안의 표정도 굳어졌고, 해린이는 내 손을 더 강하게 잡았다. 이 남학생이 유리아보다 더 큰 위협이 될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들었다. 대체 그가 원하는 게 뭐지? 그리고 그가 아는 ‘고대 마법’이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