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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14화: 어둠 속의 속삭임, 드러난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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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공터의 어둠이 내 숨을 옥죄는 듯했다. 달빛 한 줄기조차 스며들지 않는 나무 그늘 아래, 낯선 남학생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의 손에 들린 두꺼운 책의 페이지가 바람에 흔들리며 스산한 소리를 냈다. “고대 마법의 흔적”이라는 말이 내 머릿속을 쳐대며 심장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손끝이 저릿저릿했고, 지팡이를 쥔 손아귀에 땀이 차올랐다. 이 남자가 내 비밀을, 그림자와의 연결을 눈치챈 걸까? 아니, 그보다 더 위험한 뭔가를 알고 있는 걸까?

리안이 내 앞을 막아선 채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내뱉었다.

"다시 말한다. 여긴 네가 끼어들 곳이 아니야. 궁금증은 네 동아리 안에서 풀어. 돌아가."

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지팡이를 쥔 손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다. 남학생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책을 덮었다. 그의 태도는 여유로웠지만, 눈빛 속에는 집요한 탐구심이 깃들어 있었다.

"리안, 맞지? 나도 너에 대해 좀 들었어. 마법 가문의 엘리트라면서? 근데 왜 이런 곳에서 낙제생이랑 어울리는 거지? 아니, 더 궁금한 건…"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저 빛. 그 보랏빛 마법진.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야. 고대 마법의 흔적과 똑같았어. 너, 최하린… 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거야?"

그의 목소리는 신중하면서도 끈적한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내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는 듯했고, 손끝에서 뜨거운 기운이 다시 솟구치는 게 느껴졌다. 숨이 얕아지며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왔다. 해린이가 내 팔을 꽉 잡으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린아, 침착해. 우리가 있어. 괜찮아."

그녀의 손길은 따뜻했지만, 내 안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나는 이를 악물며 남학생을 노려보았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그의 말투에서 유리아와는 다른, 더 깊은 위협이 느껴졌다. 유리아는 단순히 나를 의심하고 협박했지만, 이 남자는 내 비밀을 파헤치려는 목적을 가진 듯했다.

리안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지팡이를 살짝 들어 올렸다. 그의 목소리는 더 낮아졌고, 단어 하나하나에 힘이 실렸다.

"네가 뭘 봤든, 착각일 뿐이다. 고대 마법?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를 믿는 건 네 자유지만, 우리를 끌어들이지 마. 마지막 경고다. 꺼져."

남학생은 잠시 리안을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하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의 태도는 마치 이 상황을 즐기는 듯했다.

"착각이라… 재미있네. 리안, 너도 알잖아. 고대 마법은 단순한 전설이 아니야. 이 숲엔 뭔가 있어. 그리고 최하린, 네가 그 중심에 있는 것 같아.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건 단순한 학생들 장난이 아니지."

그의 말에 내 온몸이 굳어졌다. 이 남자가 대체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고, 손끝에서 뜨거운 기운이 다시 맥박처럼 요동쳤다. 머릿속에서 그림자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인간, 그는 네 비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 문이 열리면, 너는 파멸할 것이다. 막아라. 네 힘을 지켜라."

그 목소리는 차갑고 날카로웠다. 나는 이를 악물며 고개를 흔들었다. 막으라니, 대체 어떻게? 이 남자를 공격하라는 걸까? 아니, 그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뿐이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리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단호했지만, 미세한 긴장이 그의 턱선을 경직시키고 있었다.

남학생이 책을 다시 펼치며 한 걸음 더 다가왔다. 그의 손가락이 페이지 위를 스치며 무언가를 찾는 듯했다. 나는 숨을 죽이고 그를 지켜보았다. 그가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카엘이다. 고대 마법 연구 동아리 부회장이야. 이 숲에서 이상한 마력 파동이 감지된다는 소문을 몇 달째 쫓고 있었어. 오늘 밤, 그 빛을 보니 확신이 섰지. 최하린, 너와 관련이 있어. 맞지?"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집요한 탐구심이 가득했다. 나는 이를 악물며 한 걸음 물러섰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그의 눈빛은 마치 나를 해부하려는 듯했다. 리안이 다시 끼어들었다.

"카엘, 네가 뭘 쫓든 우리와 상관없다. 소문 따위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자리로 돌아가. 더 이상 나서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아."

카엘은 잠시 리안을 바라보다가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는 숲의 고요함을 깨뜨리며 내 귀를 날카롭게 찔렀다.

"좋아, 오늘은 물러가지. 하지만 최하린, 기억해. 내가 널 주시할 거야. 이 숲의 비밀, 그리고 네 비밀… 반드시 알아낼 거야."

그는 책을 덮으며 몸을 돌렸다. 그의 로브가 바람에 흔들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나는 숨을 죽이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다리가 후들거리며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해린이가 내 어깨를 감싸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린아, 괜찮아. 갔어. 우린 안전해… 지금은."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나를 안심시키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숨을 몰아쉬었다. 리안이 내 쪽을 돌아보며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유리아보다 더 귀찮은 놈이 나타났군. 하린, 앞으로 더 조심해야 해. 이 녀석,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야. 고대 마법에 집착하는 놈들은 위험해."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을 짓누르는 무거운 기운이 사라지지 않았다. 카엘이라는 이 남학생, 그가 말한 고대 마법과 숲의 비밀이 대체 뭐란 말인가? 그리고 그가 나를 주시하겠다는 말은 또 무슨 의미일까? 나는 손끝을 내려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리안… 나… 이 비밀 계속 지킬 수 있을까? 유리아도 그렇고, 이제 이 카엘이란 사람까지…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

리안은 잠시 침묵하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킬 수 있어. 우리가 함께라면 가능해. 하지만 네 힘이 통제되지 않는 한, 이런 일이 반복될 거야. 오늘 밤, 다시 시도하자. 마법진으로 돌아가. 이번엔 반드시 통제에 성공해야 해."

그의 말은 냉정했지만, 그 안에는 나를 믿는 마음이 담겨 있는 듯했다. 해린이가 내 손을 꼭 쥐며 밝게 웃었다.

"그래, 하린아! 우리 믿어. 네 힘을 통제할 수 있을 거야. 우리가 옆에 있잖아!"

그녀의 낙관적인 목소리가 내 가슴을 조금 풀어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심호흡을 했다. 그래, 포기할 순 없다. 이 힘을 통제하지 못하면, 더 많은 사람이 나를 의심하고 위험에 빠뜨릴 것이다. 나는 리안과 해린이를 따라 다시 공터 한가운데로 돌아갔다.

공터의 보랏빛 마법진은 여전히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주변 공기는 뜨겁고 무거웠으며, 습한 흙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나는 지팡이를 꽉 쥐고 마법진 안으로 들어섰다. 온몸을 감싸는 뜨거운 기운이 다시 느껴졌고, 손끝에서 전율이 일었다. 내 안의 불꽃이 타오르는 감각이 밀려왔다. 이번엔 폭발 직전으로 치닫는 기운을 억누르려 애썼다. 리안이 내 곁에 서며 낮게 말했다.

"하린, 집중해. 네 안의 기운을 느끼고, 억누르는 게 아니라 흐름을 타. 우리가 있을 거야."

해린이도 내 다른 쪽에서 손을 잡으며 격려했다.

"그래, 하린아! 너라면 할 수 있어. 천천히, 네 감각에 집중해!"

그들의 목소리가 나를 안정시켰다. 나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불꽃을 손끝으로 모으려 노력했다. 이번엔 그 기운이 폭발하지 않고, 손끝에서 작은 빛으로 변하는 느낌이 들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지만, 두려움보다는 희망이 앞섰다. 이게… 내 힘을 통제하는 첫걸음일까? 나는 숨을 죽이며 그 감각에 몰두했다.

그러나 그 순간, 숲 속에서 다시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리안이 재빨리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며 나를 뒤로 밀었다.

"또 누군가 다가오고 있어. 하린, 해린이, 뒤로 물러서."

그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해린이와 함께 마법진 밖으로 나왔다. 빛이 꺼지며 공터는 다시 어둠 속으로 잠겼다. 나뭇가지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카엘이 다시 돌아온 걸까? 아니면 유리아가 우리를 찾아낸 걸까?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고, 손끝에서 뜨거운 기운이 다시 요동쳤다. 나는 리안의 뒤에 숨어 숨을 죽였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희미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달빛 아래로 드러난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나는 숨을 삼켰다.

그건 카엘이 아니었다. 유리아도 아니었다. 긴 검은 머리와 단아한 외모, 그리고 익숙한 눈빛. 지혜였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등불이 들려 있었고, 그녀의 눈빛은 걱정과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가 우리를 발견하고 멈춰 서며 낮게 말했다.

"하린아…?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이런 시간에, 이런 곳에서… 대체 무슨 일이야?"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진심 어린 걱정이 담겨 있었다.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지혜가 왜 여기 있는 걸까? 그녀가 나를 따라온 걸까? 아니면 단순히 우연일까? 리안이 그녀를 노려보며 낮게 경고했다.

"지혜,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돌아가. 우리 일에 끼어들지 마."

하지만 지혜는 물러설 기미 없이 한 걸음 다가왔다. 그녀의 눈빛은 흔들렸지만, 단호함이 섞여 있었다.

"리안, 나도 하린이 친구야. 요즘 하린이가 이상하다는 건 다들 느껴. 나… 걱정돼서 따라왔어. 무슨 일이 있는지 말해줘. 나도 도울 수 있어."

그녀의 목소리는 간절했다. 나는 숨을 삼키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지혜의 따뜻한 눈빛이 내 가슴을 찔렀다. 그녀에게 비밀을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지만, 동시에 그녀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해린이가 내 팔을 잡으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린아, 지혜한테 말해도 괜찮을까? 그녀도 우리 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리안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사람이 많아질수록 비밀이 새어나갈 위험이 커져. 지혜, 미안하지만 넌 돌아가야 해. 이건 네가 알면 안 되는 일이야."

지혜는 잠시 침묵하더니,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상처받은 듯했지만, 동시에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하린아, 나 믿을 수 없어? 나도 너를 돕고 싶어. 제발… 나를 밀어내지 마."

그 말에 내 가슴이 찌릿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진심이 나를 흔들었다. 나는 이를 악물며 고개를 숙였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그녀를 믿고 싶지만, 리안의 말이 맞다. 비밀을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위험은 커진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혜야… 미안해. 나… 지금은 말할 수 없어. 나중에… 나중에 꼭 설명할게. 제발… 돌아가."

지혜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맺힌 아픔이 내 가슴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

"알겠어… 하린아. 근데…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나한테 말해. 나도 너를 돕고 싶어."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몸을 돌렸다. 그녀의 뒷모습이 어둠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나는 그 자리에 서서 손끝을 꽉 쥐었다. 그녀를 밀어내는 게 맞는 선택이었을까? 아니, 그녀를 믿고 털어놓았어야 했을까? 머릿속이 혼란으로 가득 찼다.

리안이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낮게 말했다.

"하린, 감정에 흔들리지 마. 지금은 네 힘을 통제하는 게 우선이야. 지혜는 나중에 설득하면 돼. 다시 마법진으로 돌아가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심호흡을 했다. 그래, 리안 말이 맞다. 지금은 감정에 휘둘릴 때가 아니다. 나는 다시 마법진 안으로 들어섰다. 뜨거운 기운이 다시 온몸을 감싸며 손끝에서 전율이 일었다. 이번엔 반드시 통제에 성공해야 한다. 나는 눈을 감고 집중하려 애썼다.

그러나 그 순간, 숲 속에서 또다시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더 가까웠다. 리안이 재빨리 지팡이를 들며 나를 뒤로 밀었다.

"또 누군가 다가오고 있어. 하린, 준비해. 이번엔 정말 위험할지도 몰라."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지혜가 돌아온 걸까? 아니면 카엘이 다시 나타난 걸까? 아니, 유리아일지도 모른다. 나는 숨을 죽이며 어둠 속을 노려보았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희미한 그림자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형체가 달빛 아래로 드러나는 순간, 나는 숨을 삼켰다. 그건 낯선 사람이었다. 검은 로브를 입고 얼굴을 가린 사람. 손에는 지팡이가 아니라, 낯선 문양이 새겨진 단검이 들려 있었다. 그의 기운은 차갑고 음산했으며, 주변 공기가 순간 얼어붙는 듯했다.

그가 낮고 스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최하린… 드디어 찾았군. 네 힘이 필요하다. 따라오라. 아니면… 네 친구들이 위험해질 것이다."

그 목소리에 내 온몸이 얼어붙었다. 이 사람은 대체 누구지? 내 힘을 안다고? 심장이 멈출 듯한 공포가 가슴을 짓눌렀다. 리안이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며 나를 뒤로 밀었다. 그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누구냐? 하린을 노리는 이유가 뭐지? 대답하지 않으면, 네가 먼저 쓰러질 거다."

하지만 그 남자는 대답 대신 단검을 치켜들었다. 단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기운이 숲 속을 감싸며 공기를 무겁게 눌렀다. 나는 이를 악물며 손끝에서 뜨거운 기운을 느꼈다. 이 남자를 상대해야 할까? 아니면 도망쳐야 할까? 머릿속이 혼란으로 가득 찼다. 이 남자가 원하는 게 대체 뭐란 말인가? 그리고 내 힘이 필요하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숲의 어둠 속에서, 나는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위협을 직감했다.